리뷰[Review]/책

#1 가문비나무의 노래 (2014) 리뷰

시북(허지수) 2020. 2. 4. 16:21

 

 저는 책을 많이 또 빨리 읽어야 겠다고 생각한 날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불현듯 "다시 읽기", "좋은 책 읽기"가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었습니다. 그 마음은 계속 커져서 천천히 읽어도 괜찮아, 좋은 책은 또 읽어도 좋아 라고 전해졌고, 신간 코너에 눈을 반짝이는 행동을 멈추게 만들었습니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고, 지금의 저를 있게 해 주었던 멋진 책들을 펼쳐보려 합니다.

 

 가문비나무의 노래는 공식적으로는 김영란 전 대법관의 추천사가 있고, 가깝게로는 이웃블로거 김병수 정신과 의사 선생님의 추천이 있었습니다. 바이올린 등의 악기를 만드는 장인의 생각이 담겨 있는 글입니다. 바이올린이 되는 나무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자랍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울림을 내게 됩니다. 이 대목을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어렵다고 모두 해가 되는 것이 아니고, 쉬운 것이 모두 축복은 아닙니다. 기름진 땅, 저지대의 온화한 기후에서 나무들은 빠르게 쑥쑥 자랍니다. 우리가 복으로 여기는 풍요로움도 종종 그렇습니다. 풍요로운 땅에서 나무는 기름지고 빠르게 자랍니다. 하지만 울림에는 부적합하지요."

 

 저는 이제 글을 과감하게 쓰기로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풍요로움은 지나치게 숭배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풍요로움이 허무와 닿아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훨씬 살기가 좋아졌음에도 많은 사람들의 정신은 괴로움에 사로잡혀있고, 각종 중독으로 하루라는 선물이 무의미로 가득차 있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오래 전 (아마 이소은 변호사 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다이아몬드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강한 압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살아가고 견뎌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저는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그 노력하는 인생이야말로, 울림이 있는 귀중한 삶입니다.

 

 책 전체를 통틀어 유일하게 과장되어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약간 과장하자면, 나는 바이올린 제작자로서 작업대에 내 목숨을 바칩니다. (중략) 악기의 울림을 위해 그렇게 합니다. 나는 나의 생명을 사랑으로 내줍니다." 이 길은 사랑이며, 헌신의 길입니다. 사랑하기에 고통이 따르는 것이며, 열심히 살기 때문에 힘이 드는 것입니다. 그것을 자랑으로 여겨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몸이 아픈 것도 가끔 그렇게 인생길에 따라옵니다. 평탄하게 직선으로 향하지 않더라도, 아픔이 있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우리의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소박한 리뷰를 마무리 합니다. 바흐가 작곡한 "샤콘(Chaconne)" 이야기를 전합니다. "바이올린의 절망적인 저항으로 시작해 계속해서 질문과 절망을 거듭합니다. 자기 자신을 벗어날 수 없는 듯, 길 잃은 음의 패시지가 이어집니다. 그러다가 이런 음은 점차 따뜻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풍성한 화음에 에워싸입니다. 답을 얻지는 못했으나, 위로받은 음입니다. 비로소 바이올린은 자기를 넘어서고, 마치 오르간의 울림처럼 깊이 공간을 채웁니다."

 

 고통으로 마구 흔들리는 삶, 답을 찾지 못한 삶, 그런 비극 속에서도, 위로는 찾아올 수 있다고 느껴져 저는 따뜻한 마음이 한가득 들었습니다. 어머니의 바이폴라 정신장애 간병생활이 5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답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오래된 책들 속에서 위로를 찾을 수 있으리라 소망을 가지며, 책들을 펴보곤 합니다. 김병수 선생님은 힘든 일이 지나갈 때까지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줄 수 있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합니다 라고 저서에서 밝혔습니다.

 

 이 책에서 기억하고 싶은 따뜻한 문장, 저를 지켜주었던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게 와서 배우라. 그러면 너의 영혼이 쉼을 얻으리니."

 

 "행동보다 지혜가 많은 사람은 가지 많고 뿌리 얕은 나무와 같아서 바람이 불면 뿌리가 뽑혀 쓰러지고 만다."

 "권위로만 무장한 채, 매일 새롭게 살고자 하지 않는 스승은 초심자만도 못합니다."

 

 내가 현명하다 라는 스승의 의식을 버리고, 언제나 배우는 사람으로 남기를 원합니다.

 아는 것이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계를 켭니다. 움직이는 사람으로, 실천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고통스러운 구간을 걸어가더라도 사람은 성장하며 울림을 낼 수 있다고, 그것이 축복의 구간이 될 수 있음을 잘 기억하려 합니다.

 삶이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 않을 수 있기에... 기막히고 실망스럽고 어려운 시기도 닥치기에...

 그럼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저는 응원합니다. 그 어려움을 통하여 저 가문비나무처럼 울림 있는 귀한 인생이 되기를...

 - 2020. 02. 04. 다시 쓰는 책 리뷰 1화. 리뷰어 시북(허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