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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Review]/만화·애니

#1 풀 메탈 패닉! (2002) 리뷰

친절한 시북(허지수) 2020. 4. 2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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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구성애 선생님께서 강의를 하시며, 우리나라는 제발 간판에 맞게 영업하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열변을 쏟으셨습니다. 하하, 제 블로그도 예외는 아니라서, 전문 분야라 할 수 있는 슈퍼로봇대전 관련 이야기는 10%도 되지 않네요. 항상 그것이 부끄러웠고, 좀 더 매니악해도 좋지 않나 생각해 왔습니다. 늘 그래왔습니다. 생각만... 생각만...

 

 동호회 소속이자, (일어를 가르치시는) 요우쿤 선생님이 2020년 아직 10개월이나 남았다고요! 라고, 시간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뛰어들고 보자. 많은 로봇대전 참전 애니 중에 풀 메탈 패닉을 골랐습니다. 위스퍼드 라는 특이한 지점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말하자면 출연자들이 하나 같이 능력자들입니다. 소스케가 전투의 프로라면, 텟사와 카나메 역시 자신의 주어진 현실 앞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여담으로, 카나메는 탑을 자랑하는 자신의 뛰어난 이과성적이 위스퍼드 때문이 아닐까 의심하는데... 공교롭게도 현실에서도 뛰어난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의외로 정신적 문제로 힘들어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너무 지나친 생각들은 사람을 잡아먹는게 아닐까 최근에 받아들이게 된 무척 뼈아픈 교훈입니다.

 

 1~2개월의 여유시간을 미리 확보하고, 1~2편씩 챙겨보았습니다. 2002년 곤조의 1기, 쿄애니의 2기 후못후, 3기 TSR까지 정주행 했습니다. 제 카카오톡 프로필 메시지로 저장해 둔, 윤대현 의사선생님의 글이 잘 어울릴테지요. "나를 은은하게 바라봐주는 친구가 한 명만 있어도 행복하다." 저는 인생에서 중요한 관계들은 소수가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관계가 마치 손을 꼭 잡듯이 끈적하고 깊어야 하는 게 결코 아니라! 오히려, 옷자락을 스치듯이 살며시 이어져 있는 정도만 될지라도 얼마든지 행복과 통한다고 확신합니다. 그것을 느낄 수 있어서 마지막 여운까지 정말 좋았습니다.

 

 제게 있어, 가장 소중한 지점을 손꼽자면, 자신이 믿고 있던 세계가 무너졌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 입니다. 더 이상 지켜주는 그가 없을 때, 외쳐도 응답이 없고, 연결되지 않을 때, 그 막막함 속에서 정면으로 돌진해 들어가는 카나메의 모습은 아름답다 못해서 눈이 부실 지경입니다. 할 수 있는데까지 발버둥이라도 치겠다는 외침은 제게 구원의 장면이 되어주었습니다. 덕후에게 있어 잘 만든 명작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는 시간은, 제가 조금 윤색해 표현한다면, 미술관에서 좋아하는 미술작품을 긴 시간 동안 바라보며 시간을 풍요롭게 물들이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러브라이브의 마리식으로 말한다면, 재미있을 듯한 일에는 과감하게 챌린지해야 인생을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뱅드림의 이브식으로 말한다면, 인생에서 대흉을 뽑았더라도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무척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것입니다. 약간 고급지게 라이너 마리아 릴케 식으로 쓴다면, 그러므로 모든 것을 직접 몸으로 살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의 2020년 무턱대고 뛰어들기 모험은 그렇게 특별한 성공을 거두었네요. 고단한 하루를 버티는 데 있어서, 커다란 위로와 즐거움을 선물 받았습니다. 엔딩 송으로 써본다면, 저 역시 "그대를 만나서 기뻤어요" 입니다. 동호회의 소중한 분들과 함께 이 시대를 웃으며 살아갈 수 있어서 기뻤어요 입니다.

 

 텟사 대령이 자신의 소속 대원들을 지극히 아끼고 최고라고 대우하는 것 만큼이나, 제게는 동호회 분들의 은은한 애정들에 오늘 특별한 감사를 표현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계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텟사처럼 유능하지 못해서 판단의 실수도 많았지만, 적어도 이 점 만큼은 용기내어 전하고 싶습니다. 텟사가 부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최고의 회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치매 어머님 간병이라는) 극단적으로 괴로운 현실 조차도, 그 지독한 현실 앞에서도 발버둥을 칠 수 있고, 긍정적 취미로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라는 인생의 경이로움을 배운 의미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집중을 걸고 써 보았던, 장문의 감상 후기 글을 이제 마무리 합니다. 조지 버나드 쇼는, 실수하며 살아간 삶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보낸 삶보다 더 명예롭고 유익하다고 썼습니다. 기체 아바레스트는 실수하는 기체 입니다. 어쩌면, 학습 중인 기체 입니다. 미완성. 중요할 때, 실수가 터지는 삶을 보면, 얼마나 그 모습이 싫었을까요. 그러나 이 만화의 진가는 바로 그 점에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아, 한 번 더. 다시 일어서서 시도해 봐."

 

 보람 있는 삶이란, 실수를 범하며, 경기장에 또 나서서 상처를 입고, 뛰어드는 것에 있습니다. 구경꾼이 되어 멀리 떨어져 인생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낭비하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그 뛰어드는 멋진 순간이 인생에서 차곡히 겹쳐 나갈 때, 고난 조차도 더 나은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괴테의 일갈을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대흉 앞에서 지지 않기로 오늘도 결단합니다. / 2020. 04. 24. 시북 (허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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