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기타

#4 당신에게 등을 기댄 채 살아갑니다.

시북(허지수) 2020. 4. 28. 10:54

 

 히노 오키오 일본인 의사 선생님 책 위대한 참견에는 이 구절이 있습니다.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은 자신의 세계만으로는 결코 완성되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다.(강상중/211p)" 또한 오늘도 즐겁게 독서 중인 강상중 선생님의 살아야 하는 이유에는, 소세키의 창작 메모의 아주 인상적인 구절이 있습니다. 또박또박 한 번 써보겠습니다.

 

 "천하에 무엇이 약이 되느냐 하면 자기를 잊는 것보다 마음 편한 것은 없고 무아지경보다 기쁜 것은 없다. 예술 작품이 소중한 것은 황홀하여 한순간이라도 자신을 잊고 자타의 구별을 잊어버리게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세계를 잊는 것은 삶을 다르게 바라보게 도와줍니다. 정혜윤 작가님 책에 소개 된, 조르조 아감벤 철학자 시선을 빌린다면, "슬픔이 있는 사람은 슬픔이 없는 사람처럼 지내고 (중략) 우리가 보는 이 세상의 모습이 사라져 가기 때문입니다." 어머님의 정신장애 병간호가 매일 힘이 들지만, 오히려 삶에 기쁨을 간직한 사람처럼 지내는 건 어떨까요. 소중한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면, 그 분들께 등을 기댄 채 즐거움을 발견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건 어떨까요. 그래서 생각의 방향은 중요합니다. 김병수 의사 선생님의 표현을 빌려, 긍정적 강박은 OK 입니다. 바른 방향과 한 걸음의 행동이 더해진다면, 마음의 안정제가 됩니다.

 

 버트런드 러셀 또한 자기에게만 흥미를 갖지는 말라고 했습니다. 뱅드림 게임의 유리 선배식으로 말한다면, 우연을 무척 소중하게 생각해서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정의화 의사 선생님은 아예 책 제목으로, 우연은 신의 지문이다 라고 했군요. 제게도 놓치고 싶지 않은 멋진 우연들이 있습니다. 자기를 잊을 수 있을만큼, 기쁘고 감동적인 세계를 추천해주신 분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 만남이 현실을 바꾸는 마법이자 힘이 아닐까요. 게다가 만남은 내 힘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좋은 만남을, 좋은 관계를 축복으로 주어졌다는 그 사실에, 오늘도 감사를 표현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감사한 마음만큼은 부디 닿기를 두 손 꼭 모아 바라봅니다.

 

 자기 찾기 대신에 자기 잊기로 가는 길. 이상한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약일 수도 있다는 통찰을 기억하고자 글을 썼습니다. 작품 들과 함께 하루 하루 살아가기로 다짐합니다. 제 다이어리식 표현을 빌리면, "장미 한 송이로도 나의 정원이 될 수 있다오. 친구 한 사람으로도 나의 세계가 될 수 있다오." 이번에도 덕질을 보탠다면, 만화 한 작품이 인생을 살아가는 용기를, 재미를, 얼마든지 줄 수 있습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동호회 만화광 큰형님께서는, 게임 프로필 문구로 자주 "당신의 앞날에 즐거움이 함께하길" 이라고 썼습니다. 얼마든지 자기를 나타낼 수 있는 공간에 다른 사람의 앞날을 축복하다니 너무 훌륭하신 태도라, 저 역시 그 멘트를 써먹기도 했습니다. 또한, 뱅드림 게임 내에서는, "나 같은 건이라고 생각하지마, 힘내!" 라고 써서, 뱅린이 들을 응원하고자 했지요. 계속 나아가면, 그대도 익스퍼트 난이도 풀콤보의 날이 온다는 거죠. 하하.

 

 인생의 기쁨을 되찾기까지, 인생의 비밀을 조금이나마 알기까지, 되짚어보면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가장 큰 기쁨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 담겨 있다는 신영복 선생님의 글을 또렷히 기억합니다. 인생의 비밀은 "당신에게 기대도 괜찮아요, 당신이 있어서 즐거워요." 입니다. / 2020. 04. 28. 시북 (허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