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14 꾸뻬 씨의 행복 여행 (2004) 리뷰

시북(허지수) 2020. 6. 15. 13:13

 

 먼저, 서론 한 줄만 쓰겠습니다. 오래된 책이지만 그래도 지혜라는 가치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지 않을까 해서 과감히 읽기에 도전했습니다. 감상을 먼저 밝히자면 아주 좋았습니다. 이 책에서 매우 강조하는 대목 먼저 보겠습니다.

 

 꾸뻬는 불치병에 걸려 고통받으면서도 남동생들이 전쟁터에 나가 죽지 않은 것을 생각하며 행복해 하던 자밀라가 생각났다. 꾸뻬는 수첩을 꺼내 더없이 중요해 보이는 배움 한 가지를 적었다. 배움20번 - 행복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달려 있다. (181p)

 

 책은 소설의 형식으로 몹시 경쾌하게 서술되어 있어서 일주일이면 넉넉히 읽을 수 있을만큼 술술 넘어가는데, 그와는 다르게 담고 있는 메시지는 아주 정교하고 날카롭습니다. 가령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더라도 즐겁게 지낼 수 있다는 점은 꼭 간직하고 싶은 대목입니다. 소중한 관계에 집중하는 방법이 있었네요. 이처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관점은 때때로 신기하고 경이롭습니다. 제가 동호회를 운영하던 시절 30대에 큰 병을 얻게된 분이 있었습니다. 항암수술을 마주해야 했고, 끝내 암은 전이되었으며... 다른 사람과 비교한다면 불운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분은 제게 놀라움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시한부를 선고 받았으니, 어렸을 때부터 정말 하고 싶었던 일에 뛰어들어서 1년을 치열하게 불태운 것입니다. 그 분의 주치의 선생님은 호스피스를 알아보라고 하셨기에, 시한부 선고 앞에서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셨지요. 어려운 현실 앞에서 연약한 인간이기에 초연한 태도로 살 수는 없더라도, "분명"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라고 생각합니다.

 

 배움1번 - 행복의 첫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32p)

 배움2번 - 행복은 때때로 뜻밖에 찾아온다. (32p)

 

 1번은 직접 한 번 천천히 음미해 보시길 권해봅니다. 제가 다른 각도에서 표현하자면, 자신의 인생을 소중히 여기기 혹은 자신의 시간을 아끼는 것입니다. 2번은 독서를 예로 들어보면, 책을 읽다가 우와! 하고 놀라운 구절을 발견하면 저는 몹시 행복합니다. 이를테면, 신영복 선생님의 책에 있는 밤이 깊을수록 별은 빛난다 같은... 짧아도 깊은 울림을 주는 구절입니다. 인생에서는 고난의 시절이 오고 나서야 발견되는 것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알베르 카뮈식으로 표현하면, 깊은 겨울을 맞이하고 나서야 나는 내 안에서 떠나지 않는 여름을 깨닫게 되었다 입니다.

 

 꾸뻬의 친구 장 미셸은 행복하게 사는 아이콘으로 등장합니다. 가난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그렇게나 행복하다니! 그 비결을 직접 들어보죠.

 

 "행복하냐고?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난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다, 그 일을 잘하고 있고, 또 여기서는 내 자신이 정말 필요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아. 사람들도 내게 친절히 대하고. 너도 봤지, 우리가 진정한 한 팀을 이루고 있는 걸. 여기서의 내 모든 나날들은 의미가 있어. 그리고... 내가 존재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랑받는다고 느껴." (97p)

 

 저자가 역시나 강조하는 대목이니 함께 읽어볼께요. 배움13번 - 행복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또 한 가지만 더 비결을 읽어봅니다. 배움 23번 -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194p)

 

 책의 마무리가 아주 좋아서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빨간 색을 넣어봅니다. 여행을 다녀온 후, 그는 자기 일을 더 많이 좋아하게 되었다. 이 특별한 여행에서 발견한 배움들을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 그의 삶이 되었다. (209p)

 

 이제 리뷰의 결론부를 쓰겠습니다. 사실 저는 최근 행복에 대해 연구한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책에서는 (실망을 피하기 위해) 기대치를 현실적 범위로 낮추라는 말이 있어, 몹시 혼란을 느꼈음도 고백합니다. 그 개인적 혼란을, 이 책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을 통해 명쾌하게 정리할 수 있어서 더욱더 기뻤습니다. 그래요. 아주 좋은 날들만 연이어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는 잘못된 일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나요? 특별하고 좋은 날이 아니더라도,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 좋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할 수 있는 일을 "지금" 하겠어. 꿈꾸던 일을 "이 순간" 하겠어.

 

 정신과 의사인 저자 프랑수아 를로르의 의견으로 생각되는 대목을 소개하며 마칩니다. "인간의 마음은 행복을 찾아 늘 과거나 미래로 달려가지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자신을 불행하게 여기는 것이지요.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행복하기로 선택한다면 당신은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0. 06. 15. 책을 좋아하는 시북 (허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