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13 강철비 (2017) 리뷰

시북(허지수) 2020. 8. 2. 00:46

 

 이번 주 넷플릭스 영화감상은, 강철비 1편 이야기 입니다! (제 리뷰에는 본편 내용이 있으므로, 흥미가 있으신 분은 영화를 먼저 보시기를 권해봅니다.) 조만간 친구와 강철비 2편을 보러갈 예정이라, 늦게나마 넷플릭스 마감일에 1편을 마음 먹고 봤습니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훌쩍 가버릴 만큼 즐거웠던 작품이었네요. 마음에 남았던 장면들을 기록해 봅니다.

 

 1. 너와 나는 같은 편이야

 

 국수를 마주 보며 먹는 장면이 좋았네요.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는 수갑 신세였는데요. 남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의 배려로 수갑 한 쪽이 풀어지게 됩니다. 두 사람은 손에 나란히 수갑을 걸고 국수를 먹기 시작합니다. 한 쪽은 비빔국수, 한 쪽은 잔치국수로! 상징적으로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남과 북이 서로를 마주한 채 긴장 속에 으르렁 거리기 보다는, 평화와 번영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두고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머리를 맞댈 수 있을 때,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저같은 의견은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이야 라고 비판받을 소지야 얼마든지 있겠지만요. 후후.

 

 2. 긴 세월 땅굴을 팠더니 지하 터널이야

 

 남북이 분단되고, 반세기가 넘는 긴 시간이 흐르니까, 많은 일을 만들 수 있구나. 얼마든지 영화 속 지하터널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중국 스파이들이 크게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북한 스파이 우리 말로는 간첩이라고 하겠죠. 즉, 간첩들의 교란 행동이 문제될 수 있겠구나 를 경계하게 됩니다.

 

 벌써부터 우리 사회는 분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심지어 댓글 란에도 한국 사람이 아닌 것 같아 라고 의심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죠. (물론 이 경우 너, 중국이지! 라는 의심입니다) 그러므로, 신뢰라는 사회적 유산이 붕괴되고 있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특히 자기 이익을 위해) 거세게 발언하는 소수에 의해서, 선량한 다수가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3. 하나였던 나라가, 다시 하나가 되기까지

 

 먼 꿈이었을까요. 남한은 영화 속 표현을 빌려 소니와 혼다를 넘어서는 기술 강국이 되었고, 북한은 수백만 동포가 굶어 죽는 비극 속에서도 핵무기라는 또 다른 기술 강국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콕 집어 지적한 것처럼, 북한에는 자원도 풍부한 데다가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도 있죠. 다시 하나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기차타고 유럽까지 여행을 가는 날이 살아 생전 온다면 좋겠지요.

 

 경제적으로도 풍요의 꿈이 담겨 있는 이야기인데, 그렇게 되면 사실 북한의 독재자는 별로 얻을 게 없다는 게 문제겠죠. 역사의식은 그래서 어렵습니다. 게다가 남과 북이 손잡으려고 하면, 주변국들도 자기네들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을 넘어서 화해의 길을 추진해 본다고 해도, 당장에 통일세니 부담이니 언급되면서, 고통을 피하려는게 우리들의 오늘날 현실이 아닐까요. 조금은 씁쓸한 이야기 입니다.

 

 4. 비록 북한으로 택배 선물을 보낼 수 없다 하더라도

 

 영화의 후반, 엄철우의 가족 선물은, 곽철우 아저씨가 직접 배송하게 됩니다. 어쩌면 인상적인 메시지가 아닐까요. 직접 교류를 많이 해야 한다는 거죠. 문을 걸어 닫아서는 미래가 없습니다. 게다가 기상 마저 불확실한데, 재해는 언제 또 덮칠지 어떻게 감히 알 수 있을까요. 그래서 어려울 때 돕고 지내려면, 평소 채널을 통해서 다양한 교류가 오고 간다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인내심을 가지고 서로 노력할 수 있어야 하겠네요. 계엄이 선포되어도 평화롭게 커피를 즐길 만큼, 현실에 익숙해져 버린 우리지만, 우리 다음 세대는 분열과 다툼 대신에, 지혜를 모아서 번영의 길을 선택할 수 있기를, 그 결단이 있기를 응원해봅니다.

 

 리뷰는 여기에서 마칩니다. 시간을 들여 몇 자 써봤는데, 이 시간도 무척 즐거웠네요. 감사합니다.

 - 2020. 08. 시북 (허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