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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Review]/책

#35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2020) 리뷰

친절한 시북(허지수) 2020. 12. 20.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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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님의 신간 일본 이야기가 나와서, 이번에 일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이 선진국인 것 같지만, 이제는 한국이 추월단계까지 왔지요. 한국에 대해서는 예전에 버스 비유를 기억합니다. 모든 사람을 다 태울 수는 없으니, 좀 어리숙하고 못난 사람들은 버스에 더 이상 태우지 않은 채로 질주했다는 비유였는데, 꽤나 가슴 아픈 이야기라서 마음에 남아있네요. 사회는 발전했지만, 모든 이들이 혜택을 입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요즘에는 한국을 자랑스러워 하는 사람도 많이 생겨서 기쁩니다. 그런데 매우 놀랐던 것은 옆나라 일본도 이 버스 비유에 들어맞는다는거죠. 일등국민을 중시하고, 약한 사람의 목소리는 외면하면서 커갔다는 점이 날카롭게 파헤쳐지고 있습니다.

 

 1장 광부 이야기부터 매섭고 잔혹합니다. "대륙에서 강제로 연행된 사람이나 죄수를 동원해 사람을 소나 말처럼 부리고, 때리고 죽이고 바닥으로 내팽개친 것도 분명 이 땅에서 벌어진 현실(이노우에 게이코.32p)" 생산을 떠받친 것을 사람기둥으로 묘사한 대목은 섬뜩하기까지 했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대통령이 그랬었다죠. 국민총생산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건 결코 아니라고... 숫자에 환호하기 보다는, 어쩌면 경계하는 시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봤습니다.

 

 부의 양극화가 드러난 대목도 흥미롭습니다. 도쿄도 미나토구는 1억이 넘는 평균소득이나 구마모토현 구마무라는 2천만원 소득으로 6배를 넘어서기 때문에 과연 한 나라가 맞을까 싶습니다. 국민 총소득 개념이란, 저자도 이제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편 역설적인게 소득만으로 행복을 측정할 수 없다는 대목은 흥미로웠습니다. 시골에 산다고 해서, 적게 번다고 해서 생활의 질이 형편없을 것이라는 건 단견일 수 있다, 여기가 놀라웠네요. 약간 길지만 한 번 본문을 그대로 읽어보겠습니다.

 

 신생아 출생이 줄고 노인은 늘어나는 현상과 지역 경제의 수축, 산업의 쇠퇴는 지역의 황폐화를 염려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사람)도미나가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은 결코 비탄에 빠지지 않았다. 그들은 자연의 혜택과 마을의 전통,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여 어떻게 하면 새로운 만남과 교류,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것이 구마무라의 새로운 지역 부흥 방식이다. 이는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메트로폴리스 구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로 작은 시도다. 하지만 그 안에서 제 눈높이에 맞는 모럴 이코노미(공동체의 생존 윤리)의 미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49~50p) 작은 시도도 얼마든지 답일 수 있다는, 아주 매력적인 이야기였습니다.

 

 다음은 우생 사상을 비판하는 강 선생님의 이야기. "모든 생명은 존재 그 자체로 가치롭다. 적어도 이 믿음이 사회를 받치고 있어야 한다. 살 가치가 있는 생명과 살 가치가 없는 생명을 구별하는 순간, 차별은 안락사라는 생명 말살의 문을 열어젖힐 것이다.(163p)" 누구나 가치롭다는 생각을 마음 깊이 할 수 있을까... 의외로 어려운 질문으로 다가와서 저는 선뜻 답을 내리진 못했습니다. 다만, 써볼 수 있는 것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 사회에는 해로울 뿐이다 라고 (과격한 주장이 점차 많은 이들에게) 받아들여지면, 그것은 끝내 차별 범죄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역사적 대목은 기억해 놓고자 합니다. 이제 역사에 대한 관점을 끝으로 덧붙여 봅니다.

 

 "역사가 국가와 국민의 역사(내셔널 히스토리)에 머문다면 땅에 쓰러진 사람들을 짓밟고 앞으로 나아간 승자의 역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역사의 뒷면에는 변경이 짊어진 말할 수 없는 고역이, 야만의 기록이 새겨져 있다. (205p)" 현실의 뒷면까지도 헤아릴 수 있는 보다 풍성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일본을 두루 여행하며 뒷면의 이야기들을 가득 담아낸 강상중 교수님의 책 리뷰를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 2020. 12. 20. 리뷰어 시북 (허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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