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에세이)

졸업시험 기록 - 이제는 직접 살아가는 삶으로.

시북(허지수) 2025. 5. 25. 01:21

 행복과 만족이라는 말은 전부 허상이고 거짓말 같다.

 기쁨이 도무지 찾아지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자꾸 "슬프다" 라는 단어가 튀어 나온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 실감난다.

 사실,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누렸고, 그 덕에 하고 싶은 일을 몽땅 해봤는데,

 어떤 열쇠를 써 봐도, 행복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그냥 솔직히 말한다면,

 오늘 대학교 졸업시험을 쳤고, 마침내 한 고비를 넘어서 뿌듯함은 있지만,

 몹시 늦은 이 밤, 게임 음악을 즐기며, 밤 공기를 마시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낫다.

 

 나민애 교수님께서는, 글쓰기를 디톡스의 시간이라고 짚어주셨다.

 공학이라는 글쓰기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도,

 이런 분들에게도 글쓰는 시간은 미소와 연결된다고 알려주셨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지금, 눈물을 흘려도 좋은 내 방 병원에 있는 셈이다.

 수십분 이라도 마음껏 울고 나면, 속이라도 조금 시원해 질 꺼 같아서,

 눈물을 담은 채, 있는 그대로 슬픈 마음을 글자로 옮기고 있다.

 

 나이를 꽤 먹고나니, 오래도록 아프시다가 부모님 한 분을 다른 세상으로 떠나보냈다.

 아버지도 뇌경색이 지나간 이후로는, 삶의 불편함이 계속해서 내게 보인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아무래도 삶은 무거워 지는 것 같다.

 

 게다가 더 심각한 문제는 나 자신과 화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나와 잘 지내지 못하니, 밤마다 편안하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날이 밝으면, 억지로 일어나곤 했다.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다.

 너무 좋은 일터, 넉넉한 주머니, 그래서 책과 게임, 최신 기계 등 사고 싶은 것들을 맘껏 사모았는데...

 생각할 수록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고, 학교까지 뒤늦게 도전해 종착지에 도착했는데...

 "기쁨의 만세!" 대신에, 나는 지금 "슬픔의 눈물" 을 흘리고 있으니까.

 

 이제 기쁨을 한 번 떠올려본다.

 

 미소천사 단골학생인, 다현(가명)이의 기쁨에서 그래도 인생의 힌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 다현이는 뭐가 그리 기쁜지, 가게에서 폴짝 폴짝 뛰었다. 녀석 뭐가 그리 좋은 일이 있는걸까.

 "아저씨, 나 성적 올랐어요. 잘했죠? 헤헤."

 최근에는, 남친이 생겼다고 또 자랑을 해맑게 던졌다. "아저씨, 저 썸남이랑 잘 되었어요. 헤헤."

 

 애덤 그랜트의 표현을 빌린다면, 인간은 얼마나 멀리 왔느냐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너무 알려진 명언처럼, 나는 열여덟 인가, 이후에 한 치도 자라지 않았음을 느낀다.

 제자리 걸음을 얼마나 오랫동안 해왔던 걸까.

 나이라는 숫자만 더해져 가고, 구체적으로 무엇인가를 시도한 적은 별로 없다.

 이유야 늘 갖다붙이면 그만이었다. 바빠서, 도무지 엄두가 안나서, 실패하면 더 상처입으니까 등

 

 꿈에서 나는 꽤 신나게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특이할 만큼 생생한 꿈이라 너무 놀라서 깼다.

 글로 정리 하니, 드디어 조금 알게 된다. 나는 노는 것을 좋아하고, 혼자서도 잘 놀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잘 놀지 않았다.

 언젠가 신나게 놀 수 있겠지~ 하면서 끝없이 미루다가,

 결국에야 건강을 많이 잃은 지금까지 오게 된 게 아닌가.

 

 또한 건강을 잃고, 50대에 일찍 세상을 떠난 이와타 닌텐도 사장은, "직접" 이라는 말을 좋아했다.

 며칠 후면 생일이다. 몇 주 후면, 닌텐도 스위치 2가 손에 들어오고, 몇 년 후면, 나도 50대가 되겠지.

 내 인생도 이제 가장 좋은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꿈을 이루었다.

 어쩐지, 5월만 되면 게이머의 피가 살짝 끓어오르는지, 이번에야말로 게임을 해야지 늘 다짐하곤 했다.

 

 오늘은 학교에서 재밌는 것을 배웠다. 1시간 수업을 하려면, 때로는 1시간 이상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

 그래. 이제는 미래를 그만 준비해도 좋겠다.

 그래. 이제는 마지막 수업이라는 생각으로,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가고 싶다.

 

 "직접"

 

 나는 겁쟁이로 살아왔구나.

 땅의 보물창고에 가득채워놓고, 목숨이 다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다름아닌 나였구나.

 많이 무섭지만, 직접 해보자.

 

 잘 안 되는 날은 속상해서, 더욱 지치기도 하겠지.

 그래도 기쁨은 그렇게 노력하는 과정 어딘가에 있는거겠지.

 

 남은 인생은 그저 작고 즐겁게 감사하며 살자.

 내가 좀 더 즐거워진다면, 다른 사람에게 더욱 다정해지지 않을까.

 상상해보며 길었던 일기를 마친다.

 

 - 2025. 05. 24. 졸업시험의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