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스타열전

#58 호베르투 카를로스 - 악마의 왼발 (프리킥 전설)

시북(허지수) 2020. 5. 13. 11:02

 

 지난 회 카푸 편을 업데이트 했는데, 이번에는 왼쪽 수비수 카를로스를 갱신해 봐야겠네요. 후후. 글은 2010년에 초안을 작성했습니다. 오늘은 (축구팬이라면, 많이들 알고 계실 것 같은) 유명한 축구선수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바로 브라질이 자랑하던 공격적 레프트백, 호베르투 카를로스 (이하 카를로스) 이야기 입니다. 이른바 "UFO슛"으로도 유명하고, 2006년 월드컵에서는 벤치 바로 앞에서 비스듬히 누운 자세로 브라질팀의 경기를 관람하는 코믹한 모습 때문에, 카를로스 병장이라는 별명도 생기곤 했었지요. 한국어 위키피디아에도 굉장히 잘 나와있지만, 일단 저도 저만의 색깔로 카를로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야기 출발합니다!
 
 프로필

 

 이름 : Roberto Carlos
 생년월일 : 1973년 4월 10일
 신장/체중 : 168cm / 67kg
 포지션 : DF / MF
 국적 : 브라질 (스페인 시민권 획득)
 국가대표 : 125시합 11득점


 시속 160km를 넘나드는 킥력, 호베르투 카를로스 이야기

 

 일부러 좀 특이한 사진을 골라봤습니다 (웃음) 레알 마드리드 시절에 베컴과 함께 노는(?) 모습이지요. 베컴은 180cm가 넘는 훈남임에 비해서, 카를로스는 불과 168cm! 그런데 작은 체구로 날리는 강력한 킥력은 엄청납니다. 악마의 왼발로도 불리는 카를로스! 그 왼발로 날리는 폭발적 슈팅력은, 미라클 골도 만들어 냈지요. 프리킥도 매우 잘 찼고, 1997년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35미터짜리 UFO 프리킥은 보는 사람을 황당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카를로스는 "운동선수"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선수입니다. 키가 작아서 헤딩력이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그 외의 능력들은 모두 세계적 수준입니다. 먼저 체력과 스피드가 압권입니다. 비결은 의외의 곳에 숨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가 무려 10km 였다고 합니다. 걸어도 2시간은 족히 걸리지요. 그 거리를 카를로스는 매일 달리고, 또 달리면서 통학합니다. 레알마드리드 시절에 지구력 테스트를 했는데, 30대가 넘어서도 카를로스가 1위 였습니다. 제가 늘 하는 말 있지요. "거장은 하루 아침에 되는 법이 없다!" 순발력도 엄청납니다. 100미터를 10초대에 달릴 수 있으며, 단거리도, 중거리도, 장거리도 잘 뛰는 이런 사기적인 능력! 축구선수로서 매우 큰 장점이 될 수 있지요.

 

 여기에 더해 엄청난 슈팅파워! 전성기 시절, 그가 정확하게 찬 공의 속력은 165km에 가깝게 나와서 세상을 놀래킵니다. 일본의 한 골키퍼는 이런 파괴적인 카를로스의 슈팅을 양손으로 막아냈는데, 손가락 하나가 골절되고 말았지요. 투수의 강속구도 손에 잘못 맞으면 부상이 옵니다. 그만한 속도로 축구공이 날아온다는 건... 어휴, 정말 악마의 왼발입니다.

 

 레알마드리드 시절의 팀 동료 라울은 일찍이 카를로스를 두고 재밌는 표현을 했습니다. "쟤는 수비수의 가면을 쓰고 있는 공격수야!" 엄청난 속도로 오버래핑을 하고, 정확한 크로스를 올리면서 상대팀을 위협하고, 수비도 작은 덩치로 열심히 해내니까, 혹자는 호베르투 카를로스는 역대 최고의 레프트백 중 한 명으로 기억될 것이다 라고 평하기도 합니다. 초공격적 레프트백으로 오랜기간 세계적인 명성을 날렸지요. 이제 간단히 활약상을 살펴봅시다.

 

 브라질에서 축구를 시작한 카를로스는 어린 시절부터 궁핍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일을 하기도 했고, 청소년기에는 축구도 하고, 일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했지요. 프로축구선수로 활약이 시작되면서, 브라질 팔메이라스 팀에서 인상적인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카를로스는 팀의 브라질 전국리그 2연패에 공헌하였고, 국가대표로도 발탁되었습니다.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이탈리아의 명문팀 인터밀란이 카를로스를 데려오게 되었지요. 인터밀란 시절에는 특유의 속도를 살려 왼쪽 날개로 기용되기도 했는데, 카를로스는 측면수비수로 뛰기를 원했습니다. 서로가 원하는 역할이 다소 맞지 않았기에, 이듬해인 1996년 라리가의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하게 됩니다. 이후의 활약은 유명하지요 :)

 

 간단히 요약하면, 10년 이상 간판스타로 활약하며 수 많은 타이틀에 크게 공헌합니다.

 

 폭발적 오버래핑과 빠른 크로스로 라울에게 연결해서 골을 만들어 내는 것은 거의 공식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카를로스가 결장하면, 공격하는 전술이 하나 없어져 버릴 만큼, 그의 존재감은 발군이었지요. 물론 레알의 경우 2003년에 이에로와 마켈렐레가 이적하면서, 수비가 붕괴되었고, 상당히 고생하긴 했지만요 :) 여하튼 카를로스는 레알에서 가장 많은 시합에 출장한 외국인 선수이기도 합니다. 레알에서 514시합 67득점을 기록했습니다. 이후에는 터키의 페네르바체 등에 몸담았고, 현역 마지막은 고국으로 돌아가서 브라질 클럽에서 뛰었습니다. 아, 러시아 리그도 경험했군요!

 

 브라질 대표로도 125시합이나 소화하면서, 오랜기간 부동의 브라질 측면수비수로 활약합니다. 1998년 월드컵에서는 전 경기를 뛰면서 결승진출에 크게 공헌하였고, 2002 한일월드컵에서도 멋진 활약을 보여주면서, 월드컵 올스타 팀에도 선정됩니다.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히바우두, 이른바 3R 과 함께 카를로스가 올스타 팀에 뽑혔지요. 사실 2002년에 월드컵우승, 챔스우승까지 경험했던 카를로스는 유럽최우수선수상으로 불리는 발롱도르의 유력한 후보로도 떠올랐습니다. 인지도 면이나, 실력 면이나 당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었지요.

 

 뚜껑을 열어보니, 월드컵 득점왕을 차지한 브라질의 축구황제 호나우두(169점)에게 결국 발롱도르는 돌아가고, 그보다 약간 낮은 점수를 받은(145점) 카를로스는 2위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3위는 월드컵MVP 올리버 칸이었지요. 어쨌든 카를로스의 높은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유럽최우수선수 2위 기록! 2002년과 2003년에는 연속으로 UEFA 베스트일레븐에 선정되었으며, 또한 2004년에 FIFA100 선수로도 이름을 올립니다. 2006년 독일월드컵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합니다. 카를로스의 이름은 지난 회 언급한 카푸와 함께 측면수비수의 레전드로 언제나 불리겠지요.

 

 현역 은퇴 후에는 경주마를 키우는 것이 꿈이라고 하는 이 남자는 복지활동에도 열심이라서, 브라질 상파울로에 가면 카를로스가 기부를 해서 지어진 보육원이 있습니다. 많은 명성을 누렸고, 또 그 돈을 의미 있는 곳에 쓸 줄 아는 사람은, 시간이 흘러서도 빛이 나는 것 같습니다. 영화배우 오드리 햅번이 늘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그녀가 나이가 들어서는 마음이 아름다운 것이 무엇보다 큰 미(美)임을 몸소 보여주면서 살았기 때문이겠지요. 내가 힘든 유년시절의 경험이 있으니, 훗날 잘 되면, 그런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주겠다는 것. 그래서 아픔은 인간을 더 크게 만든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면서 영상 안 볼 수가 없겠죠. 유튜브 영상도 갱신해 봅니다. 우와, 라는 감탄이 또 다시 저절로 나오네요. 애독해 주시는 분들에게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행복하고 열정이 가득한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매번 고맙습니다.

 

 2010. 10. 22. 초안작성.

 2020. 05. 13. 가독성 보완 및 동영상 업데이트 - 축구팬 시북 (2020. 08. 27. 동영상 갱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