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블로거 김용택 선생님의 최근 글 중에 - "세상은 착하지도 않은데 학교는 아직도 착한 사람을 이상적인 사람으로 길러내고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세상에는 좀처럼 자기 색깔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싫어도 좋은 것처럼 좋아도 그저 그런 것처럼 자기표현에 인색한 사람들이 있다. 자신이 싫으면 싫다고 좋으면 좋다고 솔직하게 말하며 살 수는 없을까? 당신은 착한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 아니면 진실한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 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http://chamstory.tistory.com/435) 이 부분을 읽으며,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져보았고, 한편으로는 솔직한 의사표현을 화끈하게 해주던 슬로베니아의 축구선수 10번 자호비치가 생각났습니다. 이야기 출발해 봅시다.
프로필
이름 : Zlatko Zahovič
생년월일 : 1971년 2월 1일
신장/체중 : 180cm / 76kg
포지션 : MF
국적 : 슬로베니아
국가대표 : 80시합 35득점 (출장, 득점 역대 1위)
슬로베니아가 낳은 최고의 선수로 손꼽히는 자호비치 이야기
유고연방에서 분리된 슬로베니아는 산도 많고, 겨울 스포츠가 인기 있는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고연방에서도 축구 좀 하던 독립국들인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등 과는 경기하면 항상 지거나 비기거나 했지요. 1991년 슬로베니아 독립 이후 2005년 말까지 구 유고연방 출신국들과 상대전적으로도 "0"승이었습니다. 98월드컵 예선도 마찬가지. 1무 7패로 예선탈락. 그런 나라였지만, 스타는 있었습니다. 자호비치 였지요.
구유고연방 파르티잔 클럽팀 출신인 자호비치는 슬로베니아 독립 후, 포르투갈로 건너가서 리그에서 손꼽히는 선수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비토리아와 FC포르투에 몸담았었는데, 90년대 후반 포르투의 중심선수로 활약하며 리그 3연패에 크게 공헌합니다. 그리고 더욱 이름을 날린게 유로2000 예선. 자호비치는 슬로베니아의 간판스타로 팀을 이끌었고, 수 많은 득점을 기록하는데, 급기야 슬로베니아는 유로2000 본선 진출에 성공하기에 이릅니다. 놀라운 결과였지요. 윗 문단에 98월드컵 예선 당시 1무 7패 보입니까. 꽤나 이 반전은 충격이었지요.
천재 테크니션으로 불리는 자호비치는, 비범한 축구센스를 가지고, 언제나 중심선수로 활약하기를 원했던 이른바 "마법의 왼발"을 가진 선수로 평가받았습니다. 자유롭게 말하고, 시스템과 규율에 속박되기를 거부한 영웅이었지요. 화려한 테크닉과 뛰어난 득점력이 돋보이는 기교파 왼쪽 날개가 바로 자호비치 입니다. 자기 주장이 확실한 것으로도 이름을 날려서, 착한 선수와는 거리가 멀었지요. 팀동료, 감독, 미디어, 심지어 팬들에게도, 가리지 않고 자기 할 말을 해버려서 종종 트러블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평이 나뉘기도 합니다만, 듣기 좋은 말만, 뻔한 말만 하는 선수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지 않나 생각도 합니다 :)
이야기로 돌아와 유로2000 본선무대! 슬로베니아는 역시 예상대로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하지만, 자호비치는 여전히 3골이나 기록하며,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2002년 한일월드컵 예선이 시작됩니다. 슬로베니아는 이제 많이 강해졌고, 플레이오프에서 루마니아를 누르고, 대망의 첫 월드컵 참가를 이루어 낸 것입니다!
그런데 유명한 에피소드가 발생합니다. 광주에서 펼쳐진 스페인과 슬로베니아 경기. 자호비치는 후반 도중 교체되어 나옵니다. 열받은 자호비치는 그대로 감독의 행동을 비판하기에 이르렀지요. 그리고 이후 남은 2경기를 소화하지 못하고, 강제로 귀국되고 맙니다. 슬로베니아는 3전 전패로 조별리그 탈락. 늘 그래왔지요 이 남자는, 자신이 중심선수가 아니라면, 그는 그라운드에서 뛰기를 거부했던 인물이었으니까요. 순종적이고, 시키는대로 살아가기를 거부한, 그의 정체성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요. 독자님들의 판단에 맡기지요 :)
아무튼, 이후 슬로베니아 대표선수로 2004년까지 뛰면서, 역대 최다출장과 최다골 기록을 같이 남겼습니다. 이 역시 당분간 깨지기 힘든 훌륭한 기록이다보니, 종종 자호비치는 슬로베니아 역대 최고의 선수, 국민영웅 이라는 수식어도 따라붙게 되었고요. 클럽팀에서는 올림피아코스, 발렌시아, 벤피카를 거쳐서 2005년 현역에서 은퇴하였습니다. 은퇴 역시, 자신이 주전 대우를 받지 못하자, 시즌 도중에 스스로 벤피카를 나와서 현역 은퇴를 발표합니다. 글쎄요, 내가 살아갈 인생을 내가 선택한다는 발상은 개인적으로 높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이 바라는 이상적인 삶을 내가 억지로 살아내느라 만신창이 되는 것보다야 좋지 않나 싶고...^^
유튜브에서 발췌한 영상을 덧붙이며, 자호비치의 이야기를 정리할까 합니다. 요약하자면, 슬로베니아가 낳은 천재선수이자, 특유의 센스로 관중을 사로잡던 왼발 테크니션의 스타선수! 애독해 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