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스타열전

#109 그라운드의 철학자 호르헤 발다노

시북(허지수) 2020. 8. 17. 14:12

 

 1986년 월드컵은 종종 마라도나를 위한 월드컵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전성기였던 마라도나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위풍당당하게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마라도나는 5골을 넣으며 MVP가 되었지만, 함께 뒤던 선수 중에서도 숨은 스타플레이어가 있습니다. 대두 수비수 루게리 라든가, 오늘 주인공 호르헤 발다노도 아르헨티나 우승에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80년대 레알마드리드에서 뛰던 아르헨티나 스타 발다노의 이야기를 살펴봅시다.

 

 프로필

 

 이름 : Jorge Valdano
 생년월일 : 1955년 10월 4일
 신장/체중 : 188cm / 73kg
 포지션 : FW, MF
 국적 :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 22시합 7득점

 

 생각하는 인간이 필요하다! - 그라운드의 철학자 발다노 이야기

 

 발다노는 철학자로 불릴 만큼 지성적인 선수 였습니다. 체격이 크고, 헤딩력도 뛰어났지만, 그저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화려한 움직임과 발끝의 센스를 발휘하면서 득점을 올리곤 했지요. 또한 헌신적인 플레이 스타일은 팀에 큰 보탬이 되었습니다. 인품이 훌륭해서,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인물이었지요.

 

 아르헨티나에서 공을 차다가 1975년 스페인으로 건너간 발다노는 2부리그 아라베스에서 4시즌을 보내고, 1979년에는 1부리그 사라고사에서 주전선수로 활약을 이어나갑니다. 특별한 선수는 아니었지만, 점점 기량이 성장하면서 80년대 초부터 발다노가 주목을 많이 받았지요. 1983년 17득점을 올리며, 라리가에서 존재감을 발휘하였고, 마침내 1984년 명문팀 레알 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습니다!
 
  80년대 중반 레알마드리드는 독수리 부트라게뇨를 비롯한 스타 군단으로 많은 우승을 기록한 시절이지요. 이런 팀에 와서도 발다노는 멋진 활약을 연속해서 보여주면서 17득점(`85), 16득점(`86)을 기록합니다. 덕분에 1986년 월드컵 대표팀 멤버에도 당당히 선출되었습니다. 10번 마라도나에 이어서, 11번 발다노가 있었지요. 이 선수 한국과도 인연이 좀 있습니다. 86년 월드컵 당시 한국과 아르헨티나는 첫 경기였지요. 당시 6분만에 골을 넣어버린 선수가 이 친구 발다노 입니다. 발다노는 두 골을 넣으며 한국을 제압... 3-1로 승리하지요. 막아야 하는 것은 비단 마라도나만이 아니었던 겝니다...

 

 발다노는 86월드컵 전 시합에 출장하였고, 결승 서독전에서도 득점을 올리며 훌륭한 활약을 했습니다. 소속팀 레알도 이 때부터 무진장 잘 나갔고, 그야말로 세계적 선수로 평가받던 발다노!

 

 그러나 그의 30대는 출발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1986-87시즌 갑자기 컨디션이 떨어지는 발다노 였고, 검사 결과 간염이었지요. 그 이후, 다시 그라운드에 설 수 없었고, 현역 생활도 은퇴하고 말았습니다. 은퇴 후에는, 지도자로서 재능을 발휘합니다. 90년대 초 약팀 테네리페를 맡았는데 강호 레알을 잡는 등 화제를 모았고, 테네리페를 사상 첫 UEFA컵 출장으로 이끌기도 합니다! 이런 재능 덕분에 1994년에는 레알 마드리드 감독 생활도 하게 되었습니다.

 

 레알 감독 시절에는 라울을 발탁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지요. 또한 발다노는 2000년대에 레알의 스포츠 디렉터로 취임하며, 지단, 피구, 호나우두 같은 수 많은 스타들을 영입! 은하계군단을 만들어 버립니다 :)

 

 그런 발다노가 현대 축구에 우려 섞은 비판을 한 적이 있지요. 요약하면 "창조성과 테크닉이 빠져 있고, 조직력과 전술적 움직임에 의해서 움직이는 게 대세가 되는 축구라면 - 영리한 선수, 재능 있는 선수는 어디에 설 수 있는가" 라는 취지였습니다. 선수를 믿고 멋진 플레이를 기대하는 낭만 보다는, 승리를 위한 체계적 움직임 같은 현실주의라는 것은 한 번 쯤 생각해 볼 가치는 있습니다. 예컨대 선수들 개개인의 재능보다는, 감독의 손발이 되어서 움직이는 축구라면, 결국 예스맨만 존재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순간적인 기발함과 판단력, 다시 말해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는 축구선수가 되려면 - 자꾸 지시에 익숙해 진다는 것이 꼭 올바른 방향이라고 함부로 말하기는 곤란할 수 있겠지요. 덧붙여, 어디까지나 저 개인적 소견으로는 감독이 다 하는 축구 보다는, 선수들이 생각하며 하는 축구가 보기에는 더 즐거워 보입니다. 저는 낭만주의자... 하하.

 

 뭐, 이상론이었습니다. 과거 축구들이 다소 환상적으로 그려질 수 있고, 지금 시대의 현장 지도자들은 "승리가 아니면 죽음을!" 이라고 불릴 만큼 자주 교체되는 일이 흔하다는 것도 고려되어야 겠지만요.

 

 오늘 준비된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2011. 02. 18. 초안작성.

 2020. 08. 17. 가독성 보완 및 자료영상 업데이트 - 축구팬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