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왓칭 Watching, 신이 부리는 요술 리뷰

시북(허지수) 2012. 2. 2. 15:37

 생각만으로도 몸과 행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요? 꽤나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청소부들에게 이것이 큰 운동이라고 설명해 준 것만으로도, 청소부들에게 실제로 운동효과가 나타났다는 실험결과는 신선합니다. 왓칭 이라는 책은, 한 마디로 "관점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책입니다.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바라보는 대로 신체는 바뀐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례들이 담겨 있는, 강력한 자기계발서의 향기도 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생각의 전환을 의도적으로 해보려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지가 와닿았단 책이었습니다. 리뷰 스타트.

 저자 : 김상운 / 출판사 : 정신세계사
 출간 : 2011년 4월 12일 / 가격 : 13,000원 / 페이지 : 288쪽


 처음부터 제법 특이한 메세지들이 가득합니다. 우리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살고 있다는 것. 뚱뚱한 사람이 친구면, 뚱뚱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아무리 멀리 있더라도 부모자식간의 애정이 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직감적으로 아는 것. 자신의 몸은 어쩌면 두뇌보다도 더 똑똑해서, 몸이 먼저 알 수 있다는 것 등 이었지요. 과격하게 말하자면, 만물에 지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하기야, 어떤 철새들은 네비게이션 없이도 수천킬로미터를 정확하게 날아서 목적지까지 간다고 하니, 이것을 단지 두뇌활동으로만 이해하기도 어렵겠지요.

 (제가 심리학, 행동학 쪽에 오랜 관심이 있다 보니) 과거에 인상 깊게 읽었던 대목이 떠오릅니다. 뇌를 다치고, 기억이 손상되어서 내가 누구인지, 과거가 어땠는지를 잊어버린 환자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자전거를 주니 자전거를 탈 수 있었고, 심지어 자동차 핸들을 잡게 했더니, 운전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하는지 의식적인 뇌는 몰랐지만, 몸은 분명히 그 방법들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다른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뇌는 속기 쉽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감정이라는 것도 사실상 몸의 영향을 많이 받는 다는 부분을 최근 여러 책에서 읽었습니다. 따라서 운동을 하면 우울감이 해소되고, 햇빛을 쬐고 산책을 하고 나면 힘이 나는 기분이 드는 것 역시 몸이 주는 선물이라 하겠지요.

 구체적 사례들 몇 개는 흥미롭습니다. 내가 늙었다고 생각하면서, 집에서 누워지내기 시작하면, 몸도 그 관점을 받아들이고, 빨리 늙어가면서 무기력해지기 시작합니다. 반대로 나는 아직 젊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몸의 생기가 뛰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중요성이지요. 최근 들은 농담 중에는 천재는 늙지 않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실제로도 유능한 사람들은 늙어서 죽기 보다는, 새하얗게 정열을 불태우다가 평생을 청춘 같은 마음으로 살다가 죽지요.

 상상 속에서 이미지화를 통해서 연습한 것은, 실제 경험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는 것도 재밌습니다. 연설, 발표, 프리젠테이션 등 여러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겠지요. 스포츠 선수들에게서도 종종 발견할 수 있는 연습 방법입니다. 예컨대 나는 ㅇㅇ하겠다 라는 의지에서만 그치지 말고, 그것을 하고 있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면서, 몇 분간 상상 속으로 빠져들어가 보라는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상상 속에서 관찰해 보는 것만으로도, 그 일을 완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은 인상적입니다. 가령, 이른 아침에 상상 속에서 - 내가 오늘 저녁 8시에 식사 후, 파란색 노트와 ㅇㅇ펜을 책상에 꺼내고 자리에 앉은 후, 10초간 심호흡을 한 후 2시간 안에 레포트를 끝내겠다. 아주 집중하는 모습을 스스로 상상해 보는 것이지요. 이렇게 미리 이미지화 연습을 해놓고 나면, 실제로 레포트 완수율이 치솟는다고 합니다. 동기부여를 미리 거는 셈이라 하겠지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상상한대로 다 이루어진다는 식의 과장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과 대신에 그 과정을 상상하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교육만으로 아이를 세계최고의 체스소녀로 키운 폴가 집안의 이야기는 왓칭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셋째 딸 유디트는 세계최초로 체스 Top10 에 들어가는 천재로 불리게 됩니다. 여자는 체스를 못한다는 사회 통념을 뒤집고, 세계 챔피언들과 맞짱뜨는 실력의 천재소녀 유디트를 키운 것은 왓칭의 대담한 사례입니다. 넌 평범하게 살지 않아도 돼. 넌 천재야, 넌 가능성이 있어, 그리고 그 분야를 신나게 매진하는 것만으로도, 전혀 체스와 관계 없었던 집안에서 천재를 배출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다시 말해 지능이라는 것은 타고나는 것,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마음 먹기에 따라서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내 머리가 나빠서 못한다는 말은 변명이고 쓸데 없는 자학이라는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지능은 고이 라는 잉어와 같은 것이지요. 이 잉어는 어항에 넣어두면 5cm 자라고, 연못에 넣어두면 25cm까지 커지고, 강물에 방류하면 무려 1m 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자신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고, 자신의 환경이라는 것임을 시사합니다. 적어도 우리는 해보지도 않은 채, 난 이것 밖에 못해 라면서 스스로를 가두지는 말아야 합니다.

 부정적 감정 꺼버리기에서도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도움이 됩니다. 내가 지금 화가 있구나 라고 깨닫고, 조용히 화난 자신을 바라본다면 화가 가라 앉는다고 합니다. 슬픔에 빠진 자신도 객관적으로 제3자의 시선으로 슬픔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응원하고 격려한다면, 슬픔 속에 파묻혀서 감정 소모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입니다.

 두 가지 관점을 더 소개하면서 오늘의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여기 ㅇㅇㅇ 했던 ㅇㅇㅇ 고이 잠들다 - 묘비명을 간단히 써보는 것입니다. 이것은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지요. 인생을 하루 하루 바쁘게 살아내기 급급하다가, 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내가 누구지? 라고 묻는다면 슬프지 않겠습니까. 급한 것보다 중요한 것을 하라는 귀중한 격언은 묘비명을 쓰는 행위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인슈타인은 말했습니다. "인생을 사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무 기적도 없는 것처럼 사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모든 일이 기적인 것처럼 사는 것이다." 무감각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꾸역꾸역 한 주를, 한 달을 보내는 것은 삶에 대한 낭비의 죄인지도 모릅니다. 도전하고, 실패하고, 전진하고, 상처입으면서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더 나은 자신을 발견하는 삶이란 참으로 근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실패작들 속에서도, 불멸의 명작들을 남긴 톨스토이. 두려워 해야 하는 것은 산더미 처럼 쌓인 실패가 아니라, 스스로를 5cm에 가둔채, 아무 것도 아니라며 자학하는 태도일 것입니다. / 2012. 02.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