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리뷰

시북(허지수) 2012. 3. 14. 16:02

 저는 사실 광고라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제 블로그에도 광고를 붙여놓았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다는 것이 모순처럼 보일 수 있겠네요 (웃음) 여하튼 광고가 많은 곳은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축구를 유독 좋아하는 이유도 광고 없이 무려 45분씩이나 생생하게 현장의 열기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라는 책은 순전히, 박웅현 선생님의 이야기를 좀 더 탐독해 보고 싶어서 집어든 책입니다. 그전에 책은 도끼다 라는 선생님의 책이 너무 좋았기에, 이 책까지 읽게 된 셈이지요. 그럼 오늘은 이 책의 이야기 속으로 떠나볼까 합니다. 어서 출발합시다.

 저자 : 박웅현, 강창래 공저 / 출판사 : 알마
 출간 : 2009년 8월 27일 / 가격 : 17,500원 / 페이지 : 270쪽


 이 책의 중심주제라면, 단연 "창의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창의력의 원천을 캐내고자 하는 강창래 선생님의 집요함도 재밌는 부분이고요. 수 많은 뛰어난 광고를 만들어낸 박웅현 감독님의 비밀은 무엇인지 저도 새삼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무엇인가 특별한 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기존에 제가 생각하고 있던 바와 통하던 부분이 많아서 굉장히 놀라기도 했습니다. 하기야, 이미 우리는 알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천재란 없다, 천재가 되기 위해서 매일 노력하는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라는 것을요. 유재석, 안철수 같은 사람들이 사랑을 받는 것은 그들이 천재라서가 아니라, 계속해서 나아갈 줄 아는 용기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우선 광고에 대한 저의 보수적인 선입견을 부술 수 있었습니다. 광고가 단지 상품 자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철학을 판다는 느낌은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그렇기에 현대적인 광고는 예술이 될 수 있으며,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각꺼리와 새로운 시선을 던져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광고로도 얼마든지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음을 생각해 본다면, 유독 광고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유니세프의 광고처럼, 우리가 잊기 쉬운 어떤 것들을 자각하게 해주기도 하니까요.
 
 참, 읽다가 눈물을 흘린 부분이 있었습니다. 다시 봐도 감동적인 광고지요. 아니 광고라기 보다는 거대한 메시지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소개해 봅니다. "초등학교 중퇴, 구멍가게 열어서 파산, 빚갚느라 15년, 결혼했지만 불행..." 어떤 느낌이 옵니까. 주류사회에서 낙오된 가난한 아저씨가 짊어진 두 어깨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이 이상한 아저씨는 그런데 또 나아갑니다. "하원의원 두 번 낙선, 상원의원 두 번 낙선. 기찬 연설을 해도, 청중들은 냉담, 날마다 언론에서 공격받았고, 국민의 반은 그를 경멸했습니다." 하아... 답도 없지요. 이쯤되면 누군가는 그를 두고 한 마디 할 것 같습니다. "실패의 달인, 낙선전문 진상 정치인"

 "그렇지만, 서툴기 짝이 없고, 후줄그레하며, 무뚝뚝한 이 사람에게 온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감동을 받는지 생각해 보세요. 에이브러햄 링컨이라는 이름만으로." 그가 바로 거인 링컨이었던 것입니다. 낙담할 때 이 글을 보고 힘을 내라고, 어떤 광고주는 이런 기막힌 광고를 월스트리트 저널에 무려 6년 넘게 막대한 돈을 써가면서 실었던 것입니다. 정말 전설이 되어버린... 광고 그 이상의 광고. 삶의 영역으로 말을 건네는 예술이라 하겠지요.

 광고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시대의 흐름을 타야 하고, 문화적 상대성을 고려해야만 거기에 걸맞는 (이른바 히트치는!) 제대로 된 광고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서양이나 유럽에서 나오는 광고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고, 반대로 외국인의 입장에서 우리 나라의 광고들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는 상대적인 측면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한 사회가 가지는 깊이와 폭을 껴안는 진정성 있는 광고야 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강력한 도구로서 작동한다고 생각해 봅니다. 너무 일반론적인 말만 쓰는 것 같군요. 하하. 어서 창의성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창의성은 생각이 아니라, 단지 실천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기발한 상상을 잘하지만, 그것을 현실화 하지 못한다면 창의적이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직 결과물에서 그 창의성과 영감을 얻어낼 수 있다는 철학은 대단히 중요하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불멸의 명작을 남긴 러시아의 톨스토이를 모르는 사람은 드뭅니다. 아 물론 저도 톨스토이 이름 정도만은 알고 있습니다 (웃음) 그런데 중요한 것은 톨스토이가 죽고 나서, 찾아가 본 집에서 사람들이 놀란 것은 그의 생활 양식이나 깔끔함 때문이 아니었지요.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실패작들의 양들을 보면서 매우 놀랐던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천재란 없습니다. 모든 재능은 노력이라는 불꽃같은 기반 위에 타오르고 있을 뿐입니다. 노력의 불이 꺼지는 순간, 그 재능 역시 싸늘하게 식어 버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지인들에게도 이 이야기는 산뜻한 느낌이 들어서 종종 해줬습니다. 창의력을 기를려먼 어떻게 하나요? 남들과 무엇인가 다른 대답을 하려면 어떻게 하나요? 정답은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세요!" 라는 것입니다. 열심히 한다는 것은 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비유일지는 모르나, 놀이공원을 가더라도 며칠을 기대하고, 제대로 놀아보려고 마음먹은 아이는 쉬지도 않고 하루 종일 신나게 놀 수 있습니다. 친구와 함께 놀고자, 마지못해 따라간 저로서는 몇 개 타다가 제 풀에 지치곤 했습니다. 지금도 이 일을 생각하면 그 때 좀 더 열심히 놀고, 사진도 팡팡 찍을껄 이라고 후회도 하곤 하고요 (웃음)

 헬렌 켈러의 이야기는 늘 가슴에 사무칩니다. 눈과 귀를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활용하지 않고 무감각하게 사는 것을, 나태하게 사는 것을 항상 경고하는 헬렌 켈러 입니다. 읽고, 또 읽어도, 헬렌 켈러의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이라는 장문의 에세이는 참 좋습니다. 저야 음악을 사랑하지만, 최근에는 보는 것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주 동안 (과로가 원인으로 추정되는데...) 포도막염이라는 병에 걸려서, 한 쪽 눈을 하마트면 실명할 뻔 했기 때문입니다. 너무 아파서, 무엇을 볼 수 없어서, 책도, 게임도, 축구도, 인터넷도 제대로 쓰지 못했지요. 지금은 회복단계에 있어서 시력이 많이 돌아왔지만, 굉장히 무서웠던 시간들 이었습니다. 시력이 돌아온 그 날 밤, 너무나 기뻐서 감격에 겨워 새벽 5시까지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제 때 치료를 받을 수 있었으니 운이 좋았던 경우였지요. 앞으로 저는 이 눈을 이용해서 보는 것을 귀중하게 생각하기로 몇 번이고 마음먹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박웅현 선생님이 간직한 문구 하나를 소개하면서 리뷰를 마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해 결정하고, 결정한 일은 더 이상의 대안이 없는 것처럼 집중한다. 설사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해도 좋은 결과를 이루어 옳은 결정이 될 수 있도록." 근사합니다. 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자세. 힘든 과정을 겪게 된다 하더라도 그 결과를 좋게 내기 위해서, 오롯이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 참 근사하지요. 아인슈타인이 말했습니다. "하나의 목적에 자신의 온 힘과 정신을 다해 몰두하는 사람만이 진정 탁월한 사람이다. 이런 까닭에 탁월해지는 데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요구된다." 몰두해서, 탁월한 사람이 되어서, 명검과도 같은 인물이 된다면, 우리는 반드시 무엇인가를 벨 수 있는, 창조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결론 내려본 창의성이라 생각해 봤습니다. 오늘의 장문 리뷰는 그럼 여기에서 마칩니다. 조금이나마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 오늘도 힘내세요! / 2012. 03.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