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서울대 리더십 강의 리뷰

시북(허지수) 2012. 7. 17. 19:58

 리더십 책을 틈틈히 계속 읽어오고 있는 이유를 밝히자면 조금 부끄러워집니다. 그것은 스스로가 별로 리더십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앞장서서 누군가를 이끌고 가는 것을 잘하지 못합니다. 또한, 사람들에게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시키는 것도 잘하지 못합니다. 저의 경우, 사람들에게 기본 메뉴얼만 알려주고, 자율적으로 알아서 하세요 라고 말할 때가 많았습니다. 보기에는 좋아보일지 모르나, 실상은 리더십 부족에 가깝습니다. 그런 고민을 오랜기간 하고 있는데, 또 한 줄기 희망을 알려주는 괜찮은 책이 있어서 소개해 볼까 합니다. 그리 잘 알려진 책은 아닌듯 하고, 책 제목은 서울대 리더십 강의 라는 책입니다. 예전에 유정아 선생님이 쓰셨던 서울대 말하기 강의와 거의 비슷한 느낌의 책 제목이네요. 하하 서론은 이쯤하고 어서 본론으로.

 저자 : 김광웅 / 출판사 : 21세기북스
 출간 : 2011년 10월 24일 / 가격 : 15,000원 / 페이지 : 320

 서론에서 스스로가 리더십이 없다고 부끄러운 고백을 했는데, 리더십을 갖춘다는 게 쉬운 일은 결코 아닙니다. 미국 대통령 44명 중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대통령은 불과 4명 정도라고 합니다. 10%도 채 안 되네요. 워싱턴, 제퍼슨, 링컨, 루스벨트가 그나마 인정받는 대통령이라고 하네요. 요즘 같이 권력 = 비리 공식이 통용되는 세상에는 오히려 임기만 제대로 채우는 것만 해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구속되거나, 사퇴하거나, 역할을 다 완수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 합니다. 이런 형편이지만, 리더가 되기 위한 험한 길은 살펴봐야 겠습니다!

 리더는 누구를 위해야 하는가? 나를 위하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너를 위하는 것도 아니며, 바로 우리를 위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합니다. 자기네 식구들을 위해서 일한다면, 리더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흔히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구호로 국민을 위해서 일한다고 말하는데... 그런 말보다는, 우리 모두를 위해서, 다시 말해서 대한민국 전체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하고, 실천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당연히 기존의 기득권의 반발은 있겠지요. 원래 건강해 지려면, 고름은 짜내고, 거머리는 떼어내야 하는 법입니다!

 또한 리더는 영원한 자리가 아니라고 합니다. 일종의 연극 무대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무대에서의 역할(임기)이 끝나면, 아름답게 떠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상황에 맞는 역할을 해낼 줄 아는 배우 같은 리더. 근사하지 않습니까. 덧붙여서 리더는 수치로 나오는 성과를 경계해야 합니다. 오늘날은 숫자에 매몰되어 버린 사람들이 많습니다. 실적이라고 합니까.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온갖 꼼수를 동원해서, 여러가지 중요한 가치들이 산산조각 납니다. 대표적인 것 중에 하나가 국민총생산 같은 거대한 수치지요.

 암살당한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은 연설 중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요약하자면, "국민총생산은 우리 아이들의 건강, 교육의 질, 놀이의 즐거움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해학이나 용기, 지혜나 배움, 국가에 대한 헌신이나 열정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간단히 말해 국민총생산은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측정합니다." 따라서 리더가 국민총생산이나 수치상의 경제성장에 온힘을 쏟아붓고 있다는 것은 위험한 이야기로도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숫자상으로는 분명히 국가가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정작 가치 있는 것들은 외면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실업율은 낮은데, 취업한 사람들이 다수가 비정규직이라면, 그 낮은 실업률 숫자는 삶을 가치롭게 만드는 것과는 무관한 눈속임이자, 가짜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리더의 기본 정신은 남을 돕는 것에 있으며, 그 판단 기준은 한두 개인이 아닌, 여럿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될 때 움직여야 한다는 대목은 주의 깊게 새겨들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특정 이익 집단에게 도움이 될 때는 하지 말아야 하며,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통해서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을 때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책 제목에 라틴어로 써있듯이 "권력은 봉사"가 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부분은 다소 조심스러운 대목입니다. 바로 자기 확신을 경계하라 라는 것입니다. 로베르트 무질이라는 작가는 "진리의 목소리는 의심 섞인 낮은 톤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어떤 지식이나 정보를 얻었을 때, 이것이 참으로 맞는 것일까, 옳은 것일까 라고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진보의 미래라는 책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을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중략) 학습하고 생각하는 시민. 길을 찾을 수 있는 시민의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학습이 필요하다." 시민에게도 생각과 학습이 중요하고, 리더에게는 더욱이 생각과 학습이 중요합니다. 생각하지 않는 리더는 배를 좌초시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결론입니다. 요약하면 너무 간단합니다. 우리를 생각하는 리더, 숫자 대신 삶의 질을 고민하는 리더, 남을 돕고 봉사하는 리더, 자기 확신을 경계하고 배우고 생각하는 리더. 물론 이외에도 책에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나옵니다만, 스스로가 책을 읽으며 오래도록 생각하고 정리해본 부분은 여기까지 입니다. 추신으로 좌절을 해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드보르작은 깊은 실의에 빠진 후 신세계를 작곡했다고 합니다. 혹시 스스로가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저처럼 자학(?)하거나 실의에 빠져 있지 않습니까. 그래도 괜찮습니다. 좌절도 경험이므로, 이것을 디딤돌 삼아서 좀 더 성숙해지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리 힘든 세상이라도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교육받은 사람들의 역사적 의무라고 합니다. 이왕 사는 것 힘들어도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서 노력해 봅시다 :) 하하.  / 2012. 07.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