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추격자 (The Chaser, 2008) 리뷰

시북(허지수) 2013. 2. 5. 02:01

 리암 니슨 주연의 영화 테이큰을 너무 재밌게 본 이후로, 범죄 스릴러 영화에도 꽤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저씨에서 보여주는 원빈의 멋진 모습은 정말 좋더군요. 아, 저는 남자이며, 이성애자 입니다 (...) 원래 남자가 봐도 멋있는 남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정말입니다! 참고로 남동생은 정우성을 참 멋진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예를 또 들자면, 우석훈 선생님은 배우 김상호를 열심히 응원한답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저는 이상호 기자의 뜨거운 눈시울을 보고서, 울컥하곤 합니다. 세상에는 그렇게 멋지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참 좋습니다.

 

 이렇게라도 써놓아야 이 영화 추격자에 대해서 좀 더 차분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격자를 보고 있으면,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물론, 주연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몰입감 있게 뛰어난 것은 칭찬해야 마땅하겠고요. 2시간이 넘는 영화임에도, 조마조마하게 보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면입니다. 마지막 장면을 응시하고 있다보면, 영화지만, 어느덧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는게 아닐까 라는 숨막히는 압박감이 차오릅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지금 공포와 두려움이 만연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변의 20대 아가씨들에게 물어봤지요. 밤길의 느낌은 어때? 답은 예상대로 입니다. (아래에서 계속)

 

 H양은 버스에서 내려서 집에 가는 길에 누군가 좇아오는 것 같아서, 황급히 집까지 뛰어간 적이 있다고 합니다. K양의 부모님은 밤에는 위험하기 때문에, 절대로 늦게까지 일하는 직업은 구하지 말도록 권합니다. 현대 사회의 주거지역을 새벽 3시 경에 뚜렷히 볼 일이 저는 상대적으로 많은 편입니다. 새벽 2시에 출근할 때도 있으니까요. 적막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모를 듯한 무거운 공기가 엄습합니다. 한 마디로 무섭습니다.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이런 사회에서는 호신용품이나, 위치추적, 각종 보안산업들이 성장하겠지요. 가장 큰 문제점은 인간이 인간을 철저하게 의심부터 하고 보는 "불신사회"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경험적으로 나이가 들면 "믿는 도끼에 발등이 쾅 하고 찍히는 속쓰린 순간"을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말이지요. 그래서 추격자를 보고 난 후, 무서웠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무서운 대목은 많으니까요. 그 이야기를 오늘은 써볼까 합니다.

 

 첫 번째 무서움은 바로 단절 입니다. 예전에는 인간 소외라고도 많이들 말했던 것 같은데, 저는 어쩐지 단절 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추격자 영화에서 제일 먼저 등장하는 대목이 바로 "단절"의 공포입니다. 사람은 어딘가에 연결되어 있지 않은 채로,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닙니다. 흔히 하는 말로 "누구를 만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 바로 이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이상한 곳에 연결되어 있으면, 어느새 자신도 이상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서로 조금씩 물들어 가는 존재랄까요?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 혹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 있다면, 친구가 한 명도 없는 인생입니다. 단절되면 분명히 문제가 발생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현대 사회에서는 단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친구마저도, 도움이 되는 친구, 도움이 되지 않는 친구로, 나누기도 합니다. 스펙과 성공에 도움이 되는 스터디 모임은 소중히 하더라도, 누군가 힘들어하고 있다면 외면하기가 더 쉽습니다. 인간은 상황에 의해서 쉽게 생각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비정한 사회 속에 살아가고자 발버둥치고 있으면, 어느새 비정한 인간이 되기도 하는 것이지요. 이런 점을 우리는 늘 경계하고, 주의해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괴물과 싸우다가, 자신이 괴물로 변해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두 번째 무서움은 무관심 입니다. 나 하나 죽더라도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야 말로, 오늘날의 커다란 공포가 되었습니다. 누가 죽었는대도 모르기야 하겠어?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늘날은 이웃에 대해서 그 어느 때보다 무관심하기 때문에, 옆집이나 윗집에서 누군가 죽어도 며칠동안 표도 나지 않습니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식구의 숫자가 줄어들어 가는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겠지요. 무관심의 반대말은 당연히 사랑입니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는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 사회가 된 것입니까? 거창하게 이웃이라는 말이 필요하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는 커녕 입에 풀칠하기도 바쁩니다. 슬프네요. 나하나 먹고 살기도 힘들어서... 이 한 마디로 많은 것을 설명하고, 또 대변하고 있는 오늘 날의 모습입니다.

 

 세 번째 무서움은 제도의 허점 입니다. 생각해 보면, 제도는 사람이 만들었지요. 그래서 완벽하게 갖추어질리가 없습니다. 심지어 너무 복잡해서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한 가지 명심할 대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도 보다 중요한 것이 적용이라는 것입니다. 오늘날 법의 문제점이 무엇입니까?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분노하는 것입니다. 돈과 권력만 있다면, 잘못들이 너무나 쉽게 해결되고, 그리하여 불법이 만연한 사회가 된다면, 이것만큼 무서운 것이 없습니다. 저는 가끔 10대 불량한 청소년들이 지나가던 경찰차를 보면서 비웃는 장면을 보곤 했는데, 어쩐지 그것이 매우 섬뜩하더군요. 교권도, 경찰도,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라면, 그 때부터 지옥이 펼쳐지는게 아닐까요.

 

 우리 사회가 선진국이 되려면, 환경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람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기계부품처럼 다루기 시작할 때, 당장의 효율성은 증가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많은 것들이 망가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아, 영화 이야기는 언제 하냐고요? 하하. 추격자에는 싸이코패스에 어울리는 미친X가 나오고, 그 X를 잡고자 인생을 던지게 되는 전직 형사의 이야기가 숨가쁘게 전개됩니다. 극사실주의라고도 말하는데, 그래서인지 영화는 관객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고, 잔인한 이야기가 계속 나옵니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불편할 뿐더러,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래서 저는 과연 이 미친X를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장문을 늘어놓았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그래왔다고 생각하는데, "미꾸라지 한 마리가 맑은 물을 흙탕물로 만든다"는 이 이야기가 너무 싫었습니다. 그런데 살아갈수록 이게 정말 맞는 것 같다는 아픈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좋은 사람이 많이 있더라도, 거기에 미친X가 등장하면, 순식간에 그 공간이 지옥이 되어버립니다. 몇몇 사람들의 미친짓 때문에, 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서로를 의심하고, 괴로운 삶을 살아야 합니다. 저는 근본적으로 국가가 인간을 사형시킬 권리를 함부로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감성적으로는 미친 인간들은 좀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참 큽니다. 우리의 삶을 피곤하게 만드는 미친X가 많다면, 우리가 힘든 것은, 우리가 잘못살아왔기 때문이 아니라, 미친X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요. 이 점도 분명하게 같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리뷰의 마지막에 이런 말을 담고 싶습니다. "힘내세요, 당신이 힘든건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이럴 때 일수록, 작은 노력들, 예를 들어 가까운 사람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소중하게 생각하고, 귀를 기울여서 듣는 시간들이 필요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모두가 꿈꾸고 바라는 정의로운 사회는, 우리가 일상에서 조금씩 노력해 나가는게 중요한게 아닐까 싶네요.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다시 말하지만, 세상에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멋지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충분히 많습니다! / 2013. 02.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