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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Review]/영화

버킷 리스트 (The Bucket List, 2007) 리뷰

친절한 시북(허지수) 2013. 2. 7.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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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킷 리스트 라는 게 있습니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리스트에 적어 놓는 것이지요. 꿈 많은 몽상가였던 저는 어린시절부터 하고 싶었던게 상당히 많았습니다. 꼬꼬마 시절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어했고, (당시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정말 멋있어 보였습니다.) 첫 수능을 볼 무렵에는, 의학도 지망생이기도 했습니다. 몇 번 입시에서 신나게 미끄러지고 (웃음) 이후, 세계사를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서른 무렵이 되자, 자동차 정비를 하고 싶어했고, 또한 작가가 되고 싶기도 했습니다. 와우, 그래서 이룬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자신의 꿈대로 살아가는 축복 받은 인생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저는 원하던 것을 줄줄이 계속 놓치게 되자, 마이너리티의 시선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실패가 가득한 인생도 그 나름대로 축복이라 부를 수 있을지도요. 오늘의 주인공 카터(모건 프리먼)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는 하고 싶었던 것을 이것저것 적어두었지만, 정작 46년의 세월은 순식간에 흘러가 버렸고, 하고 싶은 것들은 별로 해보지도 못한채, 이제 인생의 마지막 시기가 되어서 병상에 누워 있습니다. 아픈 그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 앞에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이야기 출발해 봅시다.

 

 

 카터가 병상에 누워서 가만히 옆을 보니, 아픈 사람이 또 있네요. 재벌 사업가 에드워드(잭 니콜슨) 입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언젠가 아프고, 때가 되면 죽는다는 것 하나만큼은 참 가혹하리만큼 공평하네요. 돈으로 약간의 수명 연장은 가능할지 몰라도, 결코 삶을 되살리지는 못합니다. 두 사람 모두 더 이상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을 주의 깊게 파고 들어갑니다.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첫째, 언제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입니다. 할 수 없는 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인생의 무상함만 느끼고, 슬픈 감정에 자꾸만 침식되어 갈 뿐입니다. 이것이 계속되다보면 무기력증, 우울증에 빠져서, 자신이 무가치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두 사람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결단합니다. 모든 것의 출발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 반드시 기억해야 할, 중요한 대목입니다.

 

 그래서 꺼내든 것은 버킷 리스트 였습니다. 종이에다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적어놓았지요. 황당한 것도 있고, 소박한 것도 있고, 다양하게 적어놓았습니다. 눈물이 날만큼 신나게 웃는 것도 있고, 꿈의 스포츠카를 몰아 보는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죽음의 문턱 앞에서, 이들은 과감하게 도전을 시작합니다. 어차피 곧 죽을 인생이라면, 하고 싶은 것을 실컷 하고 살자는 것입니다. 조건 탓, 나이 탓, 환경 탓, 핑계대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만끽하기로 결단하는 대목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눈과 귀의 욕망이 지배하던 20대 시절, 저는 갖고 싶었던 것을 잔뜩 써놓았습니다. 극장같은 TV가 갖고 싶었고, 빵빵한 사운드 시스템이 갖고 싶었고, 신나게 운전을 즐겨볼 수 있다는 시뮬레이터도 갖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갖게 되었지요. 어떤 것을 원하고 있으면, 자꾸 거기로 눈이 가고, 그것을 손에 넣게 되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한편, 블로그를 열고서, 우연한 계기로 방문자가 조금 생기게 되자, 이후에는 목표를 매우 높게 두고 써놓았습니다. 축구선수 1,000명, 영화 100편, 책 100개, 게임 100종류, 애니메이션 50종류... 이런 식으로 취미생활을 빼곡하게 기록해 나가려는 욕망이 있었지요. 계기도 있었습니다. 해외에는 정말로 게임을 1,000개나 리뷰를 써놓은 분도 있었고, 축구선수를 1,000명씩 써놓은 리뷰도 있었습니다. 그 데이터베이스 같은 느낌이 너무 멋지더라고요.

 

 따라한다고, 해보았지만, 물론 지금까지 목표를 이룬 것이 하나도 없지만 (...) 중요한 거 한 가지는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지금부터 무엇이라도 해나가지 않는다면, 결국 이루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저는 여전히 경험하는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꿈입니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라는 베스트셀러가 있는데, 제 경우 보고, 듣고, 경험하라 가 인생의 나침반이 되는 셈입니다.

 

 자, 이제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옵시다. 처음에는 부자 에드워드가 의외로 불행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춥니다. 챙겨주는 사람도 없고, 고독 속에서, 추위에 떨면서 잠을 청하는 장면은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정비사 카터의 배려가 돋보입니다. 작은 것부터 배려해주는 카터에게 에드워드는 마음을 열게 되었고, 두 사람의 우정 여행은 시작됩니다.

 

 둘은 하고 싶은 것을 그야말로 마음껏 합니다. 세계의 곳곳을 다니며, 신나게 하루를 보냅니다. 하루 하루가 소중하고, 특별해 졌으며, 하고 싶었던 것을 드디어 해보는 즐거움이란,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 중 하나겠지요. 이 영화에서 시선이 가는 두 번째 대목은 "늦은 순간은 없다, 지금부터 하면 되는 것이다." 라고 이야기 합니다. 미루지 않고, 지금 당장 시도하는 것, 제가 늦게나마 가장 노력하고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저는 스스로를 탓할 때마다, 용기 없음을 탓할 뿐이며, 환경이나 재능을 탓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두 대목을 합치면 이렇게 됩니다.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지금 당장 그것을 치열하게 노력하라." 가 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버킷리스트를 하나 하나 해결해 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나 근사하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강렬한 질문이 등장하는데, 이 점도 생각해 보기 좋은 주제입니다. 인생을 기쁘게 살았는가? 평소 즐거움을 추구하는 편이고, 혼자서도 매우 잘 노는 저는 아주 빠르게 YES 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기쁘게 해주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저는 지금까지도 이렇게 대답하고 있습니다. "............"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저 스스로는 노력을 한다고 해왔지만,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면서 살아왔는지는 자신있게 YES 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주제는, 바로 이 점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다른 사람을 최대한 배려했습니까, 애정을 가지고 대했습니까. 사람과 진심으로 소통하면서 살아왔습니까" 라고 영화는 엄숙하게 물어옵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에드워드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방향키를 돌려서, 딸을 배려하고, 딸에게 애정을 가지고, 소통하는 장면이 나왔을 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진짜 인생이다 싶었습니다. 영화의 스탭롤이 올라가는 동안, 계속해서 얼마나 반성했는지 모릅니다.

 

 혹자는 버킷 리스트 영화를 그저 판타지로 치부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말기암까지 걸린 마당에, 그런 여유가 어디 있으며, 또 에드워드 같은 부자 중의 부자를 만날 가능성은 로또 맞기 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봐야 하는 것은 암과 부자가 아닙니다. 바로 인간은 언젠가 죽는 다는 것이며, 할 수 있는 작은 일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입니다. 눈물이 날만큼 신나게 웃는 것에 돈이 필요할까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데, 1억씩이나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중요합니다. 말하자면, 오늘 무엇을 하느냐 보다는, 어떻게 오늘을 보내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다들 힘들게 살아갑니다. 다들 바쁘게 살아갑니다. 전화 한 통을 걸어볼 약간의 시간도 없을까요? 5분이라는 시간 말이지요. 우리 모두는, 전화 한 통을 걸어볼 용기가 없고, 전화 한 통을 걸어볼 배려가 없습니다. 연결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살기 보다는, 자신의 욕망을 채워나가기에도 하루는 빠듯합니다. 영화를 보고서, 바쁘기만 한 하루는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 혼잡한 하루 속에서는 스스로도 지쳐가고, 결국 주변 사람들도 보이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장문이 되었네요. 마지막으로 느끼는 대목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을 적자" 라는 것입니다. 운 좋게도 저는 벤츠를 3대나 사고도 만족을 찾을 수 없었다는 의사선생님의 실제 이야기를 일찍 접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식의 욕망은 일찍 버릴 수 있었지요. 저 스스로도 원하는 것을 가지는 것이 만족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잘 압니다. 저의 버킷 리스트에는,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인생임을 잊지 말자 라고 써놓았습니다.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은 "일상적인 행복함의 추구" 입니다. 덧붙여서 "누군가에게 기쁨이 될 수 있는 인생을 사는 것" 입니다. 이 두 가지만 이룰 수 있다면, 더 바랄 것도 없겠네요. 오늘 리뷰는 여기까지 입니다. / 2013. 02. 리뷰어 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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