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스파이더맨 (Spider-Man, 2002) 리뷰

시북(허지수) 2013. 2. 13. 20:58

 언제봐도 재밌는 액션 영화, 제가 참 좋아하는 영화, 스파이더맨 이야기 입니다. 당시 제작비만 약 1억4천만 달러에 달하는 특급 블록버스터 였는데, 뚜껑을 열고보니 놀라웠지요. 1주일만에 흥행 수입 1억 달러를 돌파하며 (1주일만에 1억 달러 돌파는 당시 사상 최초 였습니다), 북미에서만 4억달러, 세계적으로 8억달러의 흥행을 기록한, 슈퍼히트 영화가 되었지요. 스파이더맨이 종횡무진 도시를 누비고 다니는 장면은 시원하고, 짜릿합니다. 롤러코스터만큼이나 즐거운 영화니까요.

 

 잠깐 히어로 이야기를 해보지요. 슈퍼맨은 일단 하늘을 날아다니며, 힘이 넘치는 근육남입니다. 배트맨은 어쨌든 부자입니다. 타고 다니는 것도 정말 멋있습니다. 아이언맨은 천재에 예쁜 비서까지 있고, 토르 정도까지 가면 그야말로 신급의 영웅이 되지요. 거기에 비한다면 스파이더맨은 어쩐지 초라합니다. (빠르기는 합니다만) 필살기도 거미줄 발사에 불과하고, 복장을 입기 전, 그의 모습은 용기 없고 찌질해 보이는 인생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가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해나가기 때문입니다. 무책임, 나는 모르는 일, 기억나지 않습니다, 같은 공허한 이야기가 가득한 지금의 시대에, 스파이더맨은 충분히 위대한 영웅이겠지요.

 

 

 이야기의 시작은 우연한 계기였습니다. 그는 대학교의 거미실험연구 현장에 있다가, 불운하게도(?) 스파이더맨의 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재능의 시선으로 생각합니다. 우리가 태어나면서 무엇을 잘할지 재능을 선택할 수 없지요. 그런데 성장하고, 경험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불현듯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이것을 잘 살려내면 자신만의 독특성, 또는 파워가 될 수 있습니다. 스파이더맨의 주인공 피터 파커는, 그래서 초기에는 참 열심히도 이 우연한 재능을 갈고 닦고자 노력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 힘을 써먹어 보고자 결심합니다. 여기까지는 흠잡을 데 없는, 참 멋진 이야기지요.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누구나 동경할만한 신데렐라 스토리니까요. 약하고 힘없는 사람이, 어느날 제대로 된 파워를 갖게 되고, 이것으로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은 오늘날까지 드라마의 달콤한 단골 소재 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영화 스파이더맨이 매력적인 것은 그가 너무나 인간적인 영웅이기 때문입니다. 힘을 가지고, 그가 처음 도전한 일은 돈벌어서 차뽑는 시도 였습니다 (...) 마치, 우리가 첫 직장에 들어가고 돈을 모으고, 마침내 차를 장만하고자 노력하는 것처럼. 그 역시도 남부럽지 않게 살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진, 참으로 인간적인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숙부의 죽음을 목격한 뒤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거의 숙부님의 유언이 되어버린 명대사는 언제 들어도 진짜 최고입니다. "커다란 힘에는, 항상 그만큼의 커다란 책임이 따라 온다는 것" 명심하고, 또 다시 명심할 대목입니다. 힘과 무책임이 만나는 순간 우리가 만나는 것은 재앙이 될 것입니다. 가까운 예로 옆나라 일본의 원자력 사고가 생각납니다. 원자력만큼 거대한 힘이 어디 있을까요, 하지만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건설했지만, 끝내 그 책임을 다 완수하지 못할 경우, 그 시설들은 현대사회의 걷잡을 수 없는 흉측한 구조물로 남을 것입니다.

 

 우리가 행동을 결정할 때도 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 결정에 책임질 준비가 되었습니까?" 만약, 잘못을 저질러도 아무런 벌을 받지 않고, 무책임한 행동들이 마구잡이로 계속되기 시작하면, 그것이야말로 지옥 같은 세상이라 불릴만 합니다. 자신의 행동, 자신의 발자국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것. 이러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산다면, 세상은 좀 더 밝아질 것입니다. 저는 요즘 "믿을 사람이 없다"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것은 다른 말로 하면, 무책임한 사람들이 많다 라는 말과도 같습니다. 언제나 첫인상만큼이나, 마무리하는 끝인상도 아주 중요합니다.

 

 영화의 악역 "그린 고블린"도 재밌는 이야기를 속삭입니다. "영웅과 악당은 종이 한 장 차이" 라는 것입니다. 영웅과 악당의 공통점이라면, 당연히 "힘을 가진 존재" 겠지요. 힘이 있어야 사람을 죽이든, 사람을 살리든 할 테니까요. 영웅을 뒤집으면, 악당이 되어버리는 사례는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저는 예전에, 왜 혁명을 부르짖던 인물이 추악한 독재자로 변해버리는 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 차분히 파고들어가다 보면, 이것이야말로 사람의 단면이겠지요. 인기게임 디아블로에서, 디아블로를 무찌른 영웅이 그대로 악마화 된다는 결말은 놀라운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경계심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힘을 가지면, 가질수록, 그 힘이 올바르지 못하게 사용되는건 아닌지 경계해야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비상한 두뇌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 힘을 사기 치는데 사용하게 된다면 그는 총명한 현자가 아니라, 개XX 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악역 그린 고블린 역시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잘못된 방향으로 쓰면서 그 재능이 저주가 되고 맙니다. 과정보다 결과에 대한 집착부터 우선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누구라도 괴물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겠지요.

 

 사실 영화 스파이더맨은 상당히 슬픈 이야기 입니다. 사랑하는 미녀 메리를 앞에 두고서도, 그녀와 설렘 가득한 사랑에 빠질 수 없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지요. 이 영화를 제가 그토록 좋아하는 이유도 이 절제심 때문입니다. 가질 수 있음에도, 이것이 옳지 못할 수 있기에 멈춰서는 것. 피터 파커는 용기 없는 남자로 그려지지만, 그는 스톱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누구보다도 용기 있는 사람이 아닐까요. 잘못된 길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것도 사실은 대단한 용기이며, 결단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힘이라는 것은 달콤합니다. 가지고 있으면 휘두르고 싶어합니다. 그것을 단호히 거절하는 그의 뒷모습은 다시 봐도 매력적입니다. 악당으로 오해받고, 혹여 희생양이 되더라도, 나는 나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는 이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의 힘"을 보여줍니다. 자기 희생을 할 줄 아는 영웅,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달콤한 길에 취하지 않는 영웅. 제가 만약 약간이나마 재능을 발견한다면, 저 역시 재능을 그렇게 쓸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명한 명대사를 조금 다르게 써보면서 오늘 리뷰를 마칩니다. "커다란 재능을 갖고 있다면, 그만큼의 헌신과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우리가 꿈꾸어야 하는 것은 로또가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 더욱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아닐까요. 저마다의 작은 재능과 노력을, 저는 크게 응원하렵니다. / 2013. 02.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