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한국사

고려 광종의 개혁, 정치에 감탄하다!

시북(허지수) 2013. 4. 9. 15:09

 햇살 좋은 봄날, 광종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광종에 대한 평가는 나뉘어져 있습니다. 과거제를 실시한 개혁 군주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인정사정 없는 "호족에 대한 피의 숙청"을 자처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손을 더럽혀 가면서까지 고려의 기틀을 세우려고 했던 인물 이랄까요. 당연히 무시무시하지만, 싸움의 기술을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기득권과 싸우려면 호락호락한 태도로 어림 없다는 것은 역사적 진실이라 생각합니다.

 

 고려 4대 국왕 광종이 즉위했습니다. 이미 그는 소용돌이를 잘 겪고 있습니다. 왕권을 강화시키지 않는다면, 그의 생존 역시도 보장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즉위하자마자 기선제압을 하면서, 호족들과 전쟁을 선포하면 될까요? 너무 순진한 생각입니다. 호족 세력들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역풍 맞아서, 끝장나기도 하는 것이 정치의 한복판 입니다. 광종의 첫 모습은 감탄할 정도 입니다.

 

 그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호족 원하는 것들을 하나 하나 들어줍니다. 요즘 말로, 호구 고객인 "호갱님" 소리를 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얼핏 무능해 보이는 왕처럼 보였고, 맨날 정관정요 같은 책이나 읽고 있고, 호족들에게 잘 챙겨주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무래도 자꾸 호족들에게 뭔가 해주고 싶은데, 세금이 생각처럼 많지 않습니다. 국가 재정이 필요하겠지요. 그러다보니, 중요한 협상 카드를 하나 들고 나옵니다. "노비 안검법" 입니다. 상상력을 보태면 이렇지요. "저기요, 지금 고려가 어려우니까요. 세금을 좀 더 확보해야 겠어요. 혼란기에 억울하게 노비된 사람들을 좀 풀어주고 양민으로 만들면 어떨까요. 양민이 많아지면 세금도 당연히 늘어나잖아요. 그러면 세금도 늘어나서, 호족들에게 이런 저런 혜택도 더 줄 수 있을거에요."

 

 자, 명분도 그럴싸하고, 백성들의 지지도 받을 수 있고, 결국 광종의 노비 안검법이 시행 됩니다. 호족들 입장에서도 뭐 나름대로 잘해주던 광종이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데, 한 번쯤 들어봐줄 수 있겠다 싶었겠지요. 이게 그야말로 "대박", "장난 아님" 상황이 됩니다. 광종 개혁의 첫 신호탄이 되어줍니다. 많은 노비들이 양민이 되었고, 호족세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유의 몸이 되었지요. 반면에 세력이 컸던 대호족들에게는 치명타였습니다. 호족의 경제적, 군사적 기반은 수직으로 떨어졌고, 호족이 부리던 사병의 수도 급감합니다. 이제 광종에게 군사적으로 대들 수 없습니다. 소름 돋을 만큼, 강력하고도 놀라운 출발입니다. 고려 광종의 스토리, 제 2탄이 이어집니다.

 

 구세력(호족, 개국공신 등)을 교체하고 싶었던, 광종이 꺼내든 폭탄카드, 당시 파격 그 자체였던, "과거제를 전격 시행" 하게 됩니다. 기존 세력들이 "과거의 공"을 내세우며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면, 과거제를 시행하면서, 이제 본격 세대교체가 진행됩니다. 실력을 갖춘 이들을 뽑고, 시험에 의해서 조정을 채우겠다는 것입니다. 지도자가 힘을 얻는 방법으로, 자주 사용되는 게, 바로 새로운 세력을 등용하는 것입니다. 이런 프레임을 들고 일어서면, 구세력들은 존재 자체로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호족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광종이 허수아비가 아니었습니다. "광종 이게 뭐니~" 싶었겠지요. "우리 지금 나가라~규? 그게 말이 되냐~규?" 기존의 기득권 세력들이 불만을 가지기 시작하자, 광종이 눈을 번뜩입니다. 그 번뜩임이 지나간 이후, 시간이 흘러 역사는 이런 기록을 전하고 있습니다. 3,200명의 공신이 있었지만, 광종 말년에 40명이 남았더라.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광종의 역습이 시작됩니다. 자비란 없습니다. 대들었다는 명분이 생겼으니까요. "이놈들은 반역자다!" 라고 광종이 피의 전쟁을 시작합니다. 개국공신은 거의 싹쓸이 되었고, 무지막지하게 호족들이 숙청됩니다. "폭풍의 숙청" 공포의 군주 광종이 되었습니다. 목숨 건 숙청 싸움에서, 광종은 승자가 됩니다. 그 이유는 앞서 살펴본 대로 입니다. 노비 안검법을 통해서 호족들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약화시켰기에, 싸워서 지지 않았고, 또한 과거제를 도입해서 새로운 충신들로 주변을 채웠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고려 광종은 철저하게 왕권 강화 노선을 밀어붙인 국왕입니다. 야심을 제도를 발판삼아, 치열하게 실현해 나가는 것이 정말 놀랍습니다.

 

 칭제 건원 을 실시하며, 왕을 황제라 칭하며, 독자적 연호를 만들었고, 공복 제도 를 통해서 관료들에게 옷색깔을 정해줍니다. 위계 질서까지 확실하게 잡았습니다. 광종의 지독한 개혁에 힘입어, 이후 경종과 성종에 접어들면, 고려는 이제 호족간 갈등의 역사를 접고, 하나 하나 통치 체제를 정비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광종의 뒤를 이은 경종은 전시과를 시행 하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신하들을 이제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공적에 따라 뭔가를 나누어 주었다면, 이제 확 달라졌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역할에 따라서 월급격인 전시과가 생긴 셈이니까요. 왕권은 충분히 강해졌고, 이제 개국의 공을 내새우던 사람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아니, 거의 남아있지도 않습니다...

 

 덕분에 이제 6대왕 성종이 되면, 본격적인 조직 정비가 시작 될 수 있었습니다. 전국을 12목으로 나누어, 마침내 지방관이 파견되었고, 사실상 중앙 집권 체제 가 시작됩니다. 중앙권력이 지방까지 장악했음을 의미합니다. 국자감 정비, 2성6부체제, 지방호족을 향리로 편입 등 다양한 정비를 해나가는데, 자세한 행정 조직의 모습들은 다음 문서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한편, 이 때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최승로의 시무28조 입니다. 이 건의가 성종에게 받아들여 지면서, 고려는 유교 정치 국가로 나아갑니다. 고대의 키워드 종교가 불교였다면, 고려 초 기세가 높았던 것이 유학이었습니다. 이점도 이후에 문화사를 보면 또 나올테고요 :) 그러고보면, 참 묘하지요. 신라 하대 최치원이 건의한 정책은 거부되었는데, 고려 시대가 되어 최승로가 정책을 건의하자 채택됩니다. 사람이 시대를 잘 타고 나야 한다는 말은 이럴 때 써도 어울릴 듯 합니다. 아 최치원~

 

 남아 있는 시무28조 중의 한 대목 소개하면 "군주는 덕을 베풀고 사심이 없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입니다. 거의 직언에 가까운데, 이런 말이 통할 정도로, 상당히 열려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국가가 원래 새로 자리를 잡고, 정비가 완성되고, 이 무렵이 참 좋을 때 입니다. 보통은 여기서 안주하면 서서히 썩기 시작하고, 자기들끼리 좋은 세상이라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고통 받는 백성들이 피눈물 흘리기 시작합니다. 고려는 이제 어떻게 변해 갈 것인가? 일단 행정조직부터 살펴보면서, 정리하는게 필요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끝.

 

 영감은 어디서 얻어볼까요. 광종의 개혁을, 개인의 인생 곡선으로 치환해보며 통찰을 얻어볼까 합니다. 우리의 삶은 환경의 영향을 받곤 합니다. 좋은 환경만 가득하다면 꿈만 같겠지만, "나는 혹시 저주받은 환경이 아닐까" 싶을 만큼 우울한 환경을 갖고서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이럴 때 일수록, 좌절하기 보다는, 더욱 철저하고 치열하게 준비한다면, 미래는 바꿀 수 있습니다. 매일 열심히 정진하고, 마침내 기회를 잡았을 때, 인간은 환경과의 싸움에서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남탓만 하고 주저 앉아 울고 있었다면 광종은 일찍 목숨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마찬가지로, 힘든 현실에 주저 앉아서 자책만 하고 있다면, 우리의 삶은 나아지지 못할 것입니다. 주어진 기회에 대해서, 최선으로 준비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태도, 그것으로 확실하게 무장한다면, 우리는 인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세상을 바꿀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태도와 노력임을 생각하고, 열정이 꺼지지 않기를 응원합니다.

 

 덧붙여서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탄탄한 지지세력이 있어야 하고, 필사적으로 반대하는 기득권 세력들과 전쟁 같은 일들을 펼쳐야 합니다. 물론 세상은 바뀌었고, 오늘날은 타협과 소통이 중요합니다. 요즘 필요한 것은 책임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걸핏하면 "배째, 외국갈꺼야" 라는 카드를 들고서, 혜택만을 요구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집단이 늘어가고 있는게 아닐까 걱정됩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먹고 사는 세상을 만들지 못한다면, 행복한 나라가 되지 못할 것임은 분명한 듯 보입니다. / 리뷰어 시북.

 

(※이 자료정리는 최태성 선생님의 한국사 강의를 노트로 요약하고, 메모를 함께 쓴 것입니다. 개인적 용도로는, 공부방 등 에서 활동할 때, 보조 자료나 참고 자료, 혹은 글쓰기 영감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 거기에 대한 일종의 고찰이기도 합니다. 키워드 형태로 중요한 부분들은 나름대로 강조해 두었습니다. 크게 바라는 것은 없으며, 다만 짧게나마 영감의 시간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