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한국사

문벌귀족 사회의 동요 - 탐욕의 모순을 주시하며.

시북(허지수) 2013. 4. 12. 13:32

 이번 문서는 모순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존경받는 정치가들이 간혹 있는데, 중국 주은래 총리도 그 중 한 명입니다. 이런 평가가 따라붙습니다. "고위 권력자임에도 청렴하였으며 권력자로 행세하지 않았다. 성실성과 친화력으로 인망을 얻었다." 이번 문서에는 반대되는 장면을 만나게 됩니다. 고위 권력자 였기에, 권력자로 행세하면서, 우리 귀족들만 잘 살면 되는, 자신들만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문벌귀족을 만나봅시다. 흐흐.

 

 자! 고려는 어떻게 세워졌는가? 그 출발은 대단했습니다. 호족과 6두품이 힘을 합쳐서, 신라 골품제 같은 폐쇄적 구조를 반대하며, 누구나 주인처럼 살 수 있음을 꿈꾸던 나라였습니다. 그들은 신라 왕가가 자기들 끼리 특권을 누렸던 그 구조적인 차별을 깨부쉈고, 이제 최승로의 건의가 왕에게 받아들여지는 고려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려의 지배층들이 귀족화 되어가고, 각종 특권들을 스스로 만들며, 변질되어 가는 과정을 살펴보면 상당히 슬프고, 비참합니다. 쉽게 비유하면 이런 거죠. "이제 새시대가 시작되었어, 알다시피 주인공은 우리들이야, 그러니까 일단 우리는 잘 살아야지."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연금? 그런거 팍팍 올려서 통과 시켜! 세금이야 저 사람들 달달 쪼으면 되지~

 

 한쪽에서는 돈이 넘쳐나서 사람 만나는 재미와 유희꺼리에 탐닉하고 있을 때, 잘 보이지 않는 이면에서는 누군가 분유값 걱정에, 치솟는 월세 및 전세값 걱정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웃음을 잃어버리며, 우울감을 못 이겨 죽음까지도 생각하고 있다면, 이것을 두 글자로 "모순"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물론 조금 힘있는 사람들이 좋은 제도를 만들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지만,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탐욕은 끝이 없어서, 사람들이 죽어나갈 때까지도, 나는 VVIP 특권층임을 즐기기 바쁩니다.

 

 문벌귀족은 마치 재벌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호족의 시대가 저물면서 찾아온, 고려 문벌귀족의 특권 을 볼까요. 고위 귀족들은 정치적으로 음서제가 있어서, 저절로 관직이 보장 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공음전이 지급되고 있어서 먹고 사는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 됩니다. 이게 너무 좋다보니, 비슷한 귀족가문끼리 정략적으로 결혼하면서 폐쇄적으로 유지 됩니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신라의 경주김씨 사회에서, 고려의 몇몇 집안들끼리 모여 폐쇄사회를 구축한 셈입니다. 아 정말 미치겠습니다 -_-;;;... 이렇듯 계층과의 치명적인 단절이 발생되면 붕괴하는 것은 당연하고, 각종 모순들이 폭발하기 시작합니다.

 

 (잠깐 재벌 이야기 했지만, 오늘날 몇몇 재벌집안들은 정치적 로비를 통해 입김이 막강하고, 먹고 사는 문제는 당연히 저절로 해결됩니다, 더욱 놀랍게도 서로 서로 결혼하고 밀어주고, 친인척 회사를 통해서 일거리를 받고, 돌고 돌면서, 폐쇄적 구조를 완성합니다. 로얄 패밀리는 자동으로 임원이 되고, 약한 중소기업에게는 거의 노예처럼 불공정 계약을 강요합니다. 대기업 편중 현상은 날로 심화되어서 거의 압도적 수준으로 진행중이며, 새로운 기업이 커졌다는 경우는 한국에서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좋게 보자면, 몇 개의 대기업이 국가를 먹여 살리고 있으며, 나쁘게 보자면, 몇 개의 대기업을 위해서 국가가 봉사하고 있습니다. 이러다간 모순이 폭발하겠지요? 언제나 모순은 누군가만 지나치게 잘 살고, 나머지 사람들이 처참하게 살아갈 때 발생합니다. 양보하면 좋지만, 이상하리만큼 쥐고 있는 것을 놓기가 어렵다니까요.)

 

 (긴 장문을 더 쓴다면, 공부방에서 활동할 때, 총명한 아이가 당차게 질문했습니다. "그럼 우리가 지배층이 된다면, 우리도 썩을 수 있겠네요? 나는 아니라고 확실히 말할 수 없겠네요?" 네, 맞습니다. 가진 것이 많을 수록 보수화 되기 쉽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이 블로그를 접고, 네이버에서 조용하게 새로 시작하라고 하면, 저는 쉽게 그 결정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쓰던 도메인을 한 번 과감히 양도한 적이 있는데, 상당히 괴로웠던 경험이었습니다. 가진 것에 대한 집착은 실로 무서운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누는 사고방식이 습관화 되어 있지 않다면, 그가 엄청난 부를 쌓아도 독식하게 될 위험이 커집니다. 좀 더 비유적으로 말해, 어릴 적부터 조직에 갇혀서 경쟁하는 습관과 승자만 칭찬받는 문화를 쌓게 만든다면, 그래서 타인을 위한 봉사를 천대하고, 이기심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면, 이 자체가 굉장히 불안한 사회를 만들 수 밖에 없습니다. 대안적으로는 생각해본다면, 북유럽에서는 아이들이 모여서 공부하고, 같이 공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연습과 토론식 수업도 진행되곤 합니다. 공부의 효율성을 떠나서, 아이들이 자랐을 때 타인을 같이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나눠줄 수 있다면, 나아가 자신의 가진 것도 나눠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면에, 아이들도, 젊은 사람들 조차도, "그건 그쪽 사정이고, 내가 원하는 대로 가자" 라는 이기심이 가득찬 세상에서는,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승자 한 사람을 위해서, 많은 이들이 피곤 속에 눈물 흘리게 됩니다. 인간 대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주인과 노예관계로 추락하기 쉽다는 이야기 입니다. 청렴한 사람이 드문 사회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쁜 놈이 잘 살지 못하게 강력하게 막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패한 인간이 표준이 되고, 좋은 놈부터 희생된다면, 그 모순 언젠가 터집니다. 소수를 위한 유토피아는 영원할 수 없습니다.)

 

 어쨌든, 고려시대 첫 번째 큰 모순의 폭발은 이자겸의 난 이었습니다. 문벌 귀족 집안의 이자겸은 왕권을 좌지우지 하고 고려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권세를 누렸는데, 거의 뭐 왕실 집안이었지요. 혹은 문벌귀족의 끝판대장 정도. 이자겸은 주체 할 수 없는 욕심으로 당시 왕이었던 인종을 해치고 스스로 일인자가 되려고 했습니다. 사방에서 뇌물이 들어오고, 항상 수만 근의 고기가 썩어났을 만큼, 경제적 위신이 막강하다보니, 이제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지요. 인종이 보기에도 이자겸을 놔둬서는 당장에 곤란했겠지요. 다시 말해 왕보다 더 막강해 보이던 이자겸은, 모든 것을 다 누리려는, 어리석은 길로 자처하며 들어가는 셈입니다.

 

 그리하여, 결국 이자겸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인종의 측근 세력에 의해 죽음을 맞이함으로서, 이 난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욕심을 주체하기 어려웠음을 참 잘 보여줍니다. 요즘 말로 내가 돈이 정말 많다면, 최고급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일단 보여주고 싶어합니다. 어디 살고 있는지도 자랑을 해줘야 합니다. 내가 누구와 연줄이 있는지도 내세웁니다. 만약, 그 돈을 아껴서 누군가와 함께 좋은 사회를 만들자고 이야기 했다간, "미친XX", "내가 왜" 라고 답변을 들을지도 모릅니다. 과연 욕망을 부채질 하는 사회가 옳은 것인가? 함께 사는 모습을 강조하는 사회가 옳은 것인가? 단순하지만,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부하고 나눠주는 연습을 우리가 계속해서 한다면, 딱 그만큼씩 사회는 정화되어 가지 않을까 싶네요. 다음 문서는 서경 천도 운동으로.

 

 영감들은 거의 본문에 다 썼고, 오늘 문서는 사실상 요약하면, (11세기 초~12세기 후반까지) 문벌 귀족들은 특권을 누리고 있었다. 저절로 관직에 진출했고(음서), 저절로 먹고 살았다(공음전), 일부는 왕만큼 엄청났다. 로 간단히 정리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당연히 이런 사회를 보고만 있지는 않았겠지요? 문벌귀족을 비판하면서 수도의 개경세력은 썩어서 이제 안 된다, 수도를 옮기고 새로 출발하자, 라는 세력들(서경파)이 등장합니다. 어쨌든 길어질테니, 다음 문서로...

 

 고려는 후기로 갈수록, 농민들을 가혹하게 수탈하며, 빚쟁이 농민들은 자식을 팔고, 소작농으로 추락하고, 노비가 되고...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습니다. 중산층이라는 안전망이 사라지고,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빈자로 쪼개지는 세상이 되어가면, 삶의 질이 현저하게 다른, 격차 사회가 되면, 모두가 불행해지는 서막입니다. 뭘 만들어 봐야 대우 받지 못하니까, 의욕을 잃어버리고, 열악한 일자리만 맴돌다가 쓰러지고, 그러면 그 분노는 차마 강자에게 대들지 못해 더 약한 사람들에게만 쏟아내고, 서로를 의심하며 불신하는 모습으로 변해간다면, 허망하고 슬픈 나라가 되고 맙니다. 경제적 특권이 하나 둘 자리 잡고, 탐욕이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계속해서 사람들만 죽어나갈 것입니다. 그런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면, 참 부끄러운 현실이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 리뷰어 시북.

 

(※이 자료정리는 최태성 선생님의 한국사 강의를 노트로 요약하고, 메모를 함께 쓴 것입니다. 개인적 용도로는, 공부방 등 에서 활동할 때, 보조 자료나 참고 자료, 혹은 글쓰기 영감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 거기에 대한 일종의 고찰이기도 합니다. 키워드 형태로 중요한 부분들은 나름대로 강조해 두었습니다. 크게 바라는 것은 없으며, 다만 짧게나마 영감의 시간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