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리뷰

시북(허지수) 2013. 7. 23. 20:31

 유토피아? 이상적인 하루? 완벽한 인생? 오늘 서론은 그런 유토피아를 찾아다녔던 마르코 폴로의 말로 출발합니다. "우리는 날마다 지옥에서 살고 있고, 함께 지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지옥을 받아들이고 지옥의 일부분이 되는 것, 두 번째는 지옥 속에 살지 않는 사람과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려 하고 구별해내 지속시키며 공간을 부여하는 것"

 

 이 강렬한 이야기 덕분에 저는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꿈, 그리고 소통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곤 합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여덟 단어라는 책 끝부분에서, 위의 오랜 고민에 대한 짜릿한 처방전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공동체의 출발은 어떠해야 하는가? 고미숙 씨의 책을 인용해서 237쪽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해방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 그 자리를 해방의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것" 저는 사뭇 놀라웠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인생은 결코 목표를 향해서 달려나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생각의 전환, 시선의 전환을 통해서, 변화해 나가는 것이 "멋진 인생"에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이제 본론으로 출발해 봅니다.

 

 저자 : 박웅현 / 출판사 : 북하우스

 출간 : 2013년 05월 20일 / 가격 : 15,000원 / 페이지 : 240쪽

 

 

 책은 도끼다 라는 박웅현 선생님의 책을 참 좋아했기 때문에, 전혀 망설이지 않고, 신간 "여덟 단어"를 집어 들었습니다. 이를테면 스필버그의 영화는 전반적으로 좋더라, 이동진 평론가의 추천 영화는 괜찮은게 많더라, 처럼 제 경우는 저절로 눈길이 가는 게 있습니다. 이 책과의 만남도 그렇게 시작되었지요. 리뷰 역시도 저절로 눈길이 가고, 영감이 가는 대목을 콕콕 집어서, 건져올려볼까 합니다.

 

 재치 넘치게, 남자의 열등함(?)과 아내의 잔소리를 표현한 대목이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 박웅현 선생님의 아내분은 그래도 아이디어로 먹고 사는, "잘 나가는 광고인 박웅현"에게 무심한듯 정곡을 찌르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합니다. "생각 좀 하고 행동해, 오빠는 왜 그렇게 생각이 없어?" 아 정말 충격적입니다. 제 경우, 10년 넘게 알고 지내는 오랜 지인에게 종종 듣는 말이 있습니다. "왜 그렇게 변한게 없어? 발전하는 모습이 있어야지, 한결 같으니 참 독하다 독해!" 물론 이런 쓴소리는 듣기 거북한 경우가 많습니다만, 역시 박웅현 선생님은 그런 일상 속에서도 "영감"을 찾아내는 모습에 저는 대단히 감탄했습니다.

 

 가령 이런 거지요. 늦은 오후 4~5시에 커피 두 잔을 부탁하자, 여자 후배는 냉큼 다녀오더니 알맞은 머핀을 하나 "생각" 하면서 사옵니다. 뛰어난 감각과 배려심이지요. 이제 곧 저녁을 먹을테고, 지금은 약간 출출할테니 딱 알맞은 양을 함께 끼워 사온 겁니다. 저도 남자라서 그런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여자들은 "우리가 감히" 절대로 생각하지 못할 영역에 있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남자들의 단순함이란 종종 재밌게 비유되는데, 어떤 서양의 책에서는 말이지요. 이게 진짜 판매되고 있는 책이기도 한데, "남자들이 원하는 것은" 이라는 아주 흥미로운 주제를 던져놓고는, 그 답은 깔끔하게 "섹스" 라고 적어놓았어요. 그리고 나머지 약 200페이지는 백지로 가득하지요. 생각이 없다는 거에요. 얼마나 놀랍고 재밌던지... 그정도로 단순화가 가능하다는 유쾌한 통찰으로 봐야겠지요.

 

 그런데 책의 마무리에서 박웅현 선생님은 남자들은 단순하게 밀어붙이고, 추진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깊이를 만들고, 내 판단을 믿고 가기도 한다고 에둘러 유일한(?) 장점을 덧붙여줍니다. 그리고 이런 점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말하자면 "밀고 나가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거지요. 책에서는 계속해서, 휘둘리지 않기를 권하고, 남의 의견을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이지 말기를 권합니다. 덧입혀진 위인전, 성공담에 속을 필요도 없고, 그저 우리 인생을 그 자체로 소중히 여기고, 한 편의 영화처럼, 소설처럼 되는 대로 열심히 살자는 겁니다.

 

 자, 이제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본질이 아닌 것 같다면 놓는 용기가 중요합니다. 이를테면 박웅현 선생님의 경우, 밥을 먹을 때는 신문이나 스마트폰, 볼거리를 치우는거지요. 지금 주어진 것에 집중하는 태도입니다. 온전히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것들을 치우는게 중요합니다.

 

 또한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신문 대신에 오히려 책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어쩌면. 빠른 사회 변화 보다는 사회의 구조와 핵심을 바라보고자 하는 태도라 할 수 있겠지요. 하하, 저도 인터넷뉴스와 실검(실시간검색어)부터 보는 습관을 좀 놓아보려고 합니다. 대부분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정보도 의외로 많으니까요. 빼는 연습을 해보기, 시간을 내서라도 꼭 시도해 보셨으면 좋겠네요. 무엇을 뺄 것인가! 고민하는 시간 말이에요.

 

 물론 의문부호가 떠오를 수 있습니다. 적게 보면 뒤쳐지는 것 같고, 유행에 뒤떨어지면 큰일날 것 같고... 그럴 때, 박웅현 선생님은 기막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호학심사" 즐거이 배우고 깊이 생각하라는 뜻인데, 요점은 너무 많이 보려 하지 말고, 본 것들을 소화하려고 노력하자는 겁니다. 여담으로, 저는 건강이 남들만큼 좋은 편이 아니라 소화계통의 문제로 고생할 때가 자주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많이 먹거나, 잘못 먹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적당히 먹고, 충분히 소화가 잘 되면 얼마나 그 자체로 좋은지요.

 

 다시 말해 우리에게 정신적 근육, 튼튼한 기본, 내면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좋은 것을 보고, 충분히 소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영화로 비유하자면, 나는 1,000편을 넘게 영화를 보았어! 우리 집에는 DVD와 블루레이가 얼마나 많은데!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그런 인생은 참 슬픈 셈입니다. 그보다는 영화에 대해 자신만의 기준과 이야기를 하는 편이 훨씬 더 풍요롭습니다. "나는 ㅇㅇ같은 영화들이 너무 좋은데, 거기 보면 ㅇㅇ이 있기 때문이야" 라는 반짝거리는 영감을 전하는 인생이 된다면 참 좋겠다 싶습니다. 다르게 표현해 본다면, 백권의 책이 가지는 무게감 보다는, 충분히 음미한 한 권의 책이 가지는 깊이감이 더 중요하고, 어쩌면 영혼을 흔드는 한 줄의 문구가 인생을 더 많이 변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박웅현 선생님이 자주하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우린 언제든지 이길 수 있다. 우린 언제든지 질 수 있다." 너무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즉 우리는 승리의 기쁨에 도취되어서 오만해 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또한 패배의 아픔에 익숙해져서 무기력해 지지 않도록 계속 격려해야 합니다. 문득 생각나는 연예인 한 명이 있네요. 참 멋져 보이는 연기자 차인표 같은 사람도 이력서 200통을 냈다가 줄줄이 떨어졌다는 사실, 수재 소리 듣던 형, 동생에 비해서 "공부로는 안 되던 시절"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재밌지요. 그런데 지금은 정작 차인표가 제일 잘 알려진 사람이 되었지요. 인생은 이처럼 앞을 모르기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다만 준비하고 노력하면서, 계속해서 일어서고 시도하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박웅현 선생님은 행복을 추구하기를 권합니다. 사방천지에 있고, 생명력이 무척 강해서, 어떤 조건에서도 발견될 수 있는게 행복이라고 힌트를 던져줍니다. 그래서 서론의 문구를 바꿔쓰면서 마칩니다. "행복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 그 자리를 행복의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것" 이러한 발상의 전환, 그리고 과감한 실천과 부딪혀 보는 행동이 시작될 때, 우리의 삶은 서서히 변해가지 않을까요. 삶을 바꾸기 위해서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다르게 볼 수 있을까? 계속해서 고민하고, 다르게 보기 위해서 움직여 나갈 때, 삶은 더 풍요롭게 다가올 것임을 확신합니다. 그러고보면 행복과 웃음은 오늘도 우리의 발견과 각성을 기다리고 있는건지도 모릅니다. / 2013. 07.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