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마법의 순간 리뷰

시북(허지수) 2013. 8. 4. 22:22

 영감을 선물해주는 유명한 작가인 파울로 코엘료의 "짧은 트윗 글" 모음이, 카투니스트 황중환 씨의 작업과 함께 만나면서 매력적인 지혜의 서가 탄생한 느낌입니다. 약 300 페이지에 달하는 책이지만, 실제로 글은 페이지당 서너줄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연히 아주 빠른 속도로 읽을 것 같았는데, 꽤나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가장 좋았던 대목부터 소개하면 좋겠습니다. "무슨 일이든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설 정도로 하고 있지 않다면 당신은 진정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게 아닙니다."

 

 그래요. 지혜로운 이들이 한결같이 말하고 있는, "전진하기의 어려움"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을 좇기 보다는, 현실에 어느 정도 안주하거나, 합리화 하면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 당장 그 선택이 더 쉬울테니까요. 또 다른 좋은(?) 변명으로는, 지치고 피곤하니까, 꿈을 집어 치운다는 순도 높은 합리화 기술이 있습니다. 그럴 때, 코엘료는 따뜻하지만 강력한 일침을 던져줍니다. "다리가 너무 지쳐 움직이기 힘들 때는 마음으로라도 걸음을 멈추지 마세요. 당신의 길을 포기하지 말아요."

 

 저자 : 파울로 코엘료 저 / 황중환 그림 / 김미나 역 / 출판사 : 자음과모음

 출간 : 2013년 04월 30일 / 가격 : 13,700원 / 페이지 : 288쪽

 

 

 저는 98년도에 나온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시절부터 코엘료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덧없는 인생을 간파하고 있다는 그 시선이 마음에 들었어요. 또한 개인이 흔들리는 존재이자, 갈등하는 존재임을 묘사하는 대목도 좋고요. 식물의 경우는 어느 곳에 뿌리 내리든지, 살아가기 위해서 치열하게 몸부림 친다면, 인간의 경우 흥미롭게도 많은 것이 갖추어 지더라도 허무감에 괴로워할 수 있단 말이지요. 뿐만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이 이것이라면서도 행동은 전혀 딴판일 데도 많고요. 겉과 속이 다르다는 표리부동이라는 말은 아마 앞으로 수천년은 이어져 내려갈꺼 같아요. 사람이 딱 그럴 때가 많으니까요. 하하.

 

 자 여하튼, 인간이 스스로의 바람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이유를 코엘료는 "의심"에서 찾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스스로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믿지 않는다는 거지요. 182p의 표현대로 "사람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사는 것을 두려워 합니다. 과연 내가 그럴 만한 그릇이 되는지 스스로를 의심하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갑자기 "인정 투쟁" 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인정받기 위해서 "투쟁"을 펼치는 존재. 그럴 때 날카롭게 누군가 묻겠지요. "아니 대체 왜, 누구에게 인정받아야 하는건데, 그래서 그럴싸한 꿈만 이야기 해서 멋지게 포장하는거야?"

 

 어쩌면 우리 모두는 "넌 안 돼", "그건 이상한데" 라는 말을 두려워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당연히 나의 판단도 실수일 때가 있지만, 타인의 판단 역시도 실수일 때가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니까요. 그리고, 이상한 의견이나, 색다른 꿈도 필요한게 아닐까 싶을 때도 있습니다. 20만명이 공무원을 좇는 사회 보다는, 20만명의 꿈이 다 다른 사회가 되는게 더 바람직 하다는 생각도 해보고요. 아 그러면 코엘료의 의견은 어떤지 물어볼께요. "무엇이든 당신이 원하는 것을 뒤쫓을 때는 안 된다는 대답을 무시하고 넘기세요" 와, 정말 시원하고 "쿨"합니다. 무시할 건 무시하는 것도 지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결코 내 인생을 살아주지 못하고, 내 인생의 깊은 무게까지 짊어지지 못합니다. 다른 사람의 말은 단지 "의견"일 뿐이니까요.

 

 다음으로, 제게 있어서 정말 따끔했던 대목도 소개합니다. "살다보면 흔히 저지르게 되는 두 가지 실수가 있습니다. 첫째는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끝까지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대목이 흥미로웠던 점은, 흔히 저지른다는 게 그렇습니다. 다르게 써본다면, 우리는 가만히 있는 것을 좋아하고, 하던 걸 그냥 집어치우는 것을 좋아합니다. 황중환 작가의 그림이 너무 유쾌했는데, 다 제쳐놓고 그냥 누워서 속편히 잊어버리자 로 접어드는 것입니다. 저도 이런 "필살기(?)"를 자주 쓴다고 생각해서 부끄러웠는데,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스트레스 심할 때는, 먹거나 자거나, 생각 안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야할 수 있을까요. 일단 시작해보는 태도, 부딪혀보는 태도를 갖추는게 중요합니다. "이거 한 번 해볼만 하겠다" 싶다면, 부족하더라도 겪어보는 경험이 중요한 계기나 전환점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끝까지 마무리 하는 태도는 저도 한참 부족한 편이라 따로 할 말이 없습니다. 하하. 다만 지인 중에 어릴 때부터 끝까지 해내는 거 정말 잘하는 사람이 있어서 이 친구의 사례라면 괜찮겠다 싶어요. 공부에도 끈기가 장난 아니라서, 자칭 머리가 나쁘다는 이 사람은 결국 수년전에 의대생이 되었고요. 이 친구는 "좋아하는 일, 목표하는 일은 반드시 한다, 그 뿐이다" 라는 느낌을 줍니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좋아하지도 않는 일은 버리고, 목표에도 없는 일은 별로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연예인은 몰라도 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분야는 꼭 알아낼테다! 라는 집념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관심사가 한쪽으로 몰리는 단점은 있겠지만, 사실은 이게 진정한 경지의 길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고요. 끝까지 마무리 하기 위해서는, "차단의 지혜", "잘라버림의 지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본다면 저같은 사람은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려는, 욕심 많은 사람이라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코엘료가 단 두 줄로 정리했듯이 "당신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이 사실을 우리가 받아들이고, 거기서 출발해야 합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다 가지려는 욕심부터 버려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밀어붙이는 욕심"만큼은 꼭 가지라는 이야기를 남기면 좋겠네요. 이 대목은 열 번도 넘게 읽고, 또 읽었던 대목입니다. 한 번 음미하면서 읽어보세요. "미리 계획했던 것보다 더 멀리 밀고 나가세요. 터무니없는 욕심을 내어보세요. 그것이 얼마나 자주 현실로 이루어지는지 발견하고 놀라게 될 것입니다." 밀면 밀수록 확확 나아가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지는 가능성, 저는 이 대목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좋습니다. 불안함에 떨면서 제자리만 맴도는 인생일지라도, 그가 마음에 가능성을 품고, 현실에 발을 딛고 당차게 밀어붙이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놀라움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결코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실망하지 마세요. 위기 속에 빠졌다며 자책하지도 말고요.

 

 "삶은 언제나 사람들이 위기에 봉착할 때를 기다렸다가 가장 빛나는 순간을 드러냅니다" 지금까지 마법의 순간 리뷰였습니다. 오랜만에, 정말 경쾌하고 즐거운 글쓰기였네요. 늘 생각하지만, 영감은 항상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행복도 마찬가지며,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도 지금 곁에 반짝이고 있습니다. 좋은 순간만을 찾아 다니기 보다는, 지금 순간을 좋게 만들어 가는 "소박한 노력"이 우리를 더 멋진 공간으로 이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이 글귀를 써보며 마칩니다. "황허가 맑아질 때까지 기다리겠는가. 나는 행동가이다" 우리가 행동하는 그만큼씩 성큼성큼 놀라움도 함께 만나게 된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 2013. 08.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