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3분 고전 古典 2 리뷰

시북(허지수) 2013. 9. 18. 12:52

 책을 펴자마자 운명처럼 들어온 대목이 있었습니다. "나와 다르다고 공격하면 손해가 되어 돌아온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논어의 위정편에 나와있는 공자의 생각이었습니다.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른바 유교적 주류가, 조선말에 그렇게나 다른 학문을 싫어하고 맹공하기도 했는데, 어째서인가? 마치 저의 생각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아주 친절한 박재희 교수님의 설명 - "주자는 공호이단의 공을 공부라고 해석하여 이단을 공부하면 해가 될 것이라고 주석하였습니다만 유교 이외의 이단을 배격하고 주자학의 정통을 세우기 위해서 그런 해석을 하였던 것입니다."

 

 결국 주자는, 정통성의 확보를 위해 부득이하게 이단을 들여다보지도 말라고 강조했건만, 조선말 일부 강경파들은, 이걸 약간 변형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학자들을 유배보내고, 공격했음을 생각해볼 때, 상당한 통찰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실상 더 놀라운 건, 이건 21세기 오늘날까지도 적용되는 대목이기 때문입니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졌기에, 대화를 거부하고, 무시로 일관하는 태도, 그래서 눈엣가시로 느껴지면 축출해버리는 모습이 계속된다면, 그 결과는 참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저부터가 혹여 그런 태도가 있었는지 깊은 반성을 해보게 되었고요.

 

 저자 : 박재희 / 출판사 : 작은씨앗
 출간 : 2013년 06월 17일 / 가격 : 14,000원 / 페이지 : 240쪽
 

 

 다음은 맹자의 통렬한 지적을 들어봅시다. "사람들의 가장 큰 병은 남의 스승이 되기를 좋아하는 데 있다." 이걸 박재희 교수님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합니다. "자신이 안다는 사실에 집착하면 배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발전 없이 그저 선생으로만 남을 뿐이죠. 그래서 논어에서는 선생이 아닌 학생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호칭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른바 요즘 세상이 선생 (혹은 멘토겠지요) 으로 넘쳐나고 있다며 정곡을 찌릅니다. 참으로, 우리는 선생 노릇하기를 좋아하는데, 정말 반성하고, 반성했습니다.

 

 왜냐하면, 저 개인적으로는 공부방 시절도 그랬지만, 가급적 10대 아이들에게는 잔소리를 하지 않는 편입니다. 결과를 떠나 최대한 아이들의 의지를 존중하려고 생각했고, 스스로 깨닫고, 노력하기를 기대하고, 기다리는 편이지요. 그런데 정말 냉정하게 되짚어 본다면, 내가 저 어린 친구들보다 더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있는가? 라고 되묻자 말문이 탁 막혀버리는 겁니다. 이만하면 되겠지 라는 안일함으로 머물러 있기를 좋아했음을 자각하자, 당장에 이래서는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부에 관련된 책을 더 보고, 부족한 내공을 끌어올려보자고 의욕을 냈습니다. 이제 저는 답할 수 있습니다. 스승이 되고 싶은가? 학생이 되고 싶은가? 오늘도 학생이 되어 늘 더 배워야겠다는 다짐을 새로이 합니다. 박재희 교수님께 정말 고마웠던 순간이었습니다. 모르는 건 부끄러운게 아닙니다, 안다고 배우지 않는 태도, 선생되기를 좋아하는 태도야 말로, 어쩌면 경계대상 1호가 아닐까 합니다.

 

 인간관계의 본질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박재희 교수님은 공자의 대빈 이야기를 풀어줍니다. 논어에서 말하는 인간관계의 핵심은 "인(仁)"입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공자의 대답은 간단합니다. "문을 나서는 순간 마주치는 모든 사람을 큰 손님 섬기듯이 하라" 현대사회에 지독하게 물들어 있는, 우리네 탁한 정신보다 훨씬 맑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예컨대 오늘날 우리네 마케팅은 이런 식입니다. 오 손님은 VVIP니까 선물을 받으세요, 매일 출석을 해준다면 쿠폰 증정! 한 마디로 돈을 잘 쓰는 고객, 충성스러운 고객에게 잘해줍니다. 저 또한 인생의 중요한 철학으로, 가까운 사람에게 잘 하자, 단골우대야말로 서비스의 최고 중요 요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박재희 교수님은 물러나지 않습니다. "차별을 전제로 한 서비스 정신은 결코 올바르지 않습니다" 라고 정면으로 돌직구 날립니다. 평소 박재희 교수님이 워낙에 부드러운 어조를 유지하셔서 그렇지, 이건 정말 호통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다시 깊이 반성했습니다. 자본주의의 효율성을 따를 것이냐, 그걸 넘어서는 대빈정신, 인의 가치를 생각할 것인가. 오래도록 고쳐나가기 위해서 노력해야할 대목입니다.

 

 합리성에 정면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눈부신 구절이 또 있습니다.

 "왕척지심 - 지금 나의 한 자 되는 조그만 절개를 구부려 세상의 상식에 영합하여 여덟 자를 펴는 큰 결과를 얻는다면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데, 그 때, 맹자가 강하게 되받아치는 패기를 느껴봅시다. "구차한 자기합리화 집어치우시게, 뜻이 있는 선비는 자신이 어디서든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며, 용기 있는 지사는 자신의 머리가 언제든지 잘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법입니다" 절개를 버리고, 이제 세상의 추이를 받아들이며, 유연하게 아부하고, 이게 현명하다며 자위하고 사는게 그럴 듯하게 들릴 때가 참 많습니다. 이 때, 추상과 같은 단호한 박재희 교수님의 결론, "세상에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구부려서는 안 될 원칙과 정도가 있습니다."

 

 이제 리뷰를 마치고자 합니다. 깨우침이란 아프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회초리를 얻어맞는 듯한 마음의 떨림이 있었고, 얼마나 현 세태에 물들어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돈으로 모든 것을 사고 팔고, 효율과 이익을 깃발로 내거는, 자본주의적 시스템을 겉으로는 비판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어느덧 알게 모르게 내면화 시키고 있었던게 아닌가 싶어서 놀라기도 했고요.

 

 혹자는 이번 리뷰에서 다룬 이야기들이 폼도 안 나며, 너무 이상적이라고 꺼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긋지긋하게 중년의 학생이라니, 피곤하게시리 차별없이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라니, 먹고 살기 어려운데 원칙이 다 무슨 소용이냐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살려면 어쩌면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야 할지도 모릅니다. 잘난 척 하려는 고집을 접어두고,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태함과 게으름과 싸워 이길 때, 그 사람이 강한 사람입니다. 물질적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자존심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 산다면, 그건 다만 힘이 센 사람일 뿐. 우리의 인생이 힘자랑 인생이 아닌, 자신을 다듬어가는 진정 강인한 인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갈 길은 멀지만, 저는 조금씩이나마 성장할 수 있도록, 걸어갈 수 있도록, 오늘 노력하겠습니다. stay foolish!!! / 2013. 09.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