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현 선생님이 우화 형식으로 가게를 열었습니다. 다양한 음악이 흐르는 바 입니다. 이 곳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주인공격인 철주를 비롯해서, 전반적으로 20대 후반 ~ 30대 후반의 사람들이 등장하기에, 그 또래가 읽는다면 가장 공감대가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덧붙여, 저도 비슷한 또래입니다) 당장 저만 해도,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감에 가끔 아찔할 때가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손도 못 대고, 해야 할 일이 산처럼 쌓여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제법 있습니다. 그리고 밥벌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이제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천천히 계속 가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 믿고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이 허무한 나머지, 하지현 선생님의 에세이을 집어들었고, 조금 과장하자면 마치 하선생님 식당의 단골이 된 것 마냥, 흠뻑 몰입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내려 갔습니다. 제게 아주 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던 대목들을 꼽아서 소개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유익하고 흥미로운 리뷰가 될 것입니다! 시작부터 자뻑이군요. 하하 :)
저자 : 하지현 / 출판사 : 푸른숲
출간 : 2011년 03월 30일 / 가격 : 13,000원 / 페이지 : 307쪽
심야 치유 식당의 후반부에 - 레이더의 비유가 등장합니다. 레이더는 민감도에 따라서 비춰지는게 다릅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3미터 짜리 잔잔한 배까지 모두 감지하도록 설정해두면, 이 레이더 주변은 미친듯이 반짝반짝 합니다. 신경써야 할 것이 한 두개가 아니라, 수십개가 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은 지치고 맙니다. 그럴 때, 우리는 "신경꺼!" 가 필요합니다. 중요한 대목은 여기서부터 입니다. 우리 스스로가 민감도를 확 줄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레이더를 10미터 이상의 "커다란 배만 살펴보겠다고 조절"하면, 겨우 배가 서너개만 반짝이게 됩니다. 그 정도로 큰 배는 많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통찰을 얻고, 이와 같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바라봐야 합니다. 여기서 저의 실제 사례를 민망하지만 소개할까 합니다.
몇 달 전, 무료하던 차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심심할 때, 꺼내보기에 편리했습니다. 그렇게 당시 유행하던 야구게임이니 애니팡이니 쿠키런이니 손을 대보았고, 나중에는 일본 모바게까지 가서 해외의 이용사례를 파악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는 매일 1~2번씩 접속하는게 일상화 되었습니다. 의외로 담배만큼이나 잘 안 끊어진다는 느낌도 받아서 놀랐습니다. 완전히 모든 게임어플을 삭제하고, 요즘은 전혀 손대지 않는데까지 성공했는데, 그 비결은 앞서 살펴본 레이더 비유와 거의 비슷한 통찰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잔잔한 것에 마음을 빼앗기다보면, 그 10분 - 길어지면 30분 조차도, 매일이 쌓이다보면, 결국 매달 수십시간이 될 터이고, 이건 조금만 멈춰서 생각해보면, 장기적으로 인생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레이더 감도를 30미터 이상의 배만 살펴보도록 조절하면, 결국 가장 거대한 배 하나만 남게 됩니다. 저는 책을 잠시 덮어주고 생각에 잠겨봅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 반드시 남게 되는 배가 무엇일까?" 저는 이름을 남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오래전부터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치워버린지 오래였습니다. 그런 배들은 사라졌습니다. 저는 매일을 충실하게 보내고, 에너지를 온전히 쏟아붓는 것에 굉장히 집중했습니다.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를 소중히 여기려고 노력했습니다. 다시 말해, 여유를 간직한 즐거운 삶이 가능해지기를, 이것이 인생의 가장 커다란 목표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알기에, 게을러지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 선생님의 책을 통해서 깨달았습니다. 중요한 것 외의 나머지 배들은 그냥 신경꺼도 좋음을, 쓸데없는 정보는 통과시켜도 좋다는 것입니다.
현대 과학은 인간의 한계를 다양하게 알려주었습니다. 전화번호나 차량번호가 7자리 8자리인 까닭은 그 이상이 넘어가면 인간은 기억하기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추억의 닥치고 조선왕조 암기도 태정태세문단세 까지는 잘 기억합니다. 또 다른 인간 정신의 이해로는, 정신적 에너지가 어느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자꾸 참고 견디려고 하거나, 억지로 하다보면 금방 지쳐버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레이더를 예민하게 켜두고, 사소한 것까지 모두 다 신경쓰면서 살면 자연스레 피곤한 삶이 되고 맙니다. 그러다가 정작 중요한 것을 해나갈 힘을 상실하게 된다면?... 저는 그런 괴로운 삶은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가 막연하게나마, 느낌으로 이해하고 있던 대목을, 명확한 레이더 비유로 또렷하게 보게 되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 졌습니다. "지금 내 인생에서 중요하고 의미 있으며,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신나는 일은 무엇인지" 더욱 깊게 생각하게 되었고, 나머지는 정말 과감하게 접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경조차 쓰지 않을 만큼 말이에요.
또한 하 선생님이 다른 책에서도 한결같이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가 있습니다. 충분히 음미해 볼수록 정말이지 좋은 대목입니다. "마음을 방치해두면 부정적인 기억의 잡초들로 가득 차버린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잡초를 뽑아내고 그 위에 다른 긍정적인 기억과 경험이라는 꽃을 심고 물을 줘서 가꾸는 것이다. 이것이 본질적인 인간 변화와 성장의 과정이다." 우리는 마음을 들여다 볼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출발하여 마음에 꽃을 심으면 좋겠습니다. 심는데 그치지 말고, 물을 줘서 가꾸면,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내면이 행복해지면, 사람들이 그 행복을 나눠가지게 됩니다. 진정으로 즐겁고 멋지게 사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오히려 힘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이른바 거울뉴런이 있기에, 우리가 올바르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감동하고, 힘을 내게 되는 까닭입니다.
돌직구 스타일로 써본다면, 안 좋은 일을 반복해서 떠올리며 자학하는 모습은 이제 때려치웠으면 합니다. 그런 차가운 마음, 얼어붙은 마음은 도끼로 내리찍어 깨뜨려 봅시다. 우리는 오늘을 새로운 경험, 좋은 경험으로 채워나가려고 얼마든지 노력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몸에게 작은 성공을 선물하고, 크게 기뻐하는 연습이 참 대단한 힘을 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게 우리가 꽃을 키워나갈 때, 자신의 가능성을 존중해 나갈 때, 어느새 잡초는 사라지게 됩니다. 내면이 튼튼하고 건강한 사람은, 정말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갈림길 앞에 서서, "이게 과연 가능할까" 라며, 갈등하고 망설일 때, 하지현 선생님은 작심한 듯 세게 나옵니다. "앉아서 기다리는 삶에서 만들어가는 삶으로 체질 전환을 하는 것, 희생이 있을 수 있고 변화의 과정에 괴로움이 따를 것이다. 후회를 견딜 자신이 있다면 저질러보는 게 낫다. 최소한 선택을 미루지 않고, 회피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저는 그래서 중요한 것을 바라보며, 회피하지 않고, 저질러 보려고 합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참 감사하게 와닿았던 대목들이었네요. 짧은 인생, 소박한 재능일지라도, 경쾌하게 살아간다면, 기회와 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 존재가 망가지지 않는다면, 부딪혀 보는 인생이란, 이 얼마나 좋은가 싶었습니다. / 2013. 10.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