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식코 (Sicko, 2007) 리뷰

시북(허지수) 2016. 7. 18. 06:47

 

 제 책상에는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 지급신청 안내문 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한해동안 병원비를 너무 많이 냈다면, 국가가 일정금액 이상은 책임질테니, 병원비로 일정액 이상 많이 냈던 돈들은 되돌려주겠다는 뜻입니다. 어머님이 많이 아프고 나서야, 우리나라 복지가 그나마 조금은 되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어머니가 장애 판정을 받은 이후로는, 사회복지사가 가정에 직접 방문하는 서비스도 받고 있습니다. 한국도 조금씩 복지가 발전해 나간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영화 식코는, 미국의 의료보험과 복지시스템에 관한 적나라한 고발 영화 입니다. 돈이 없으면 어떻게 되느냐, 병원에서 나가라고 하고, 아무렇게나 다른 병원으로 쓰레기처럼 던져놓기도 하는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며, 충격적입니다.

 

 미국에서 보험에 들지 않은 사람은 대략 5천만명 정도라고 하는데, 만약 손가락이라도 잘리게 된다면 병원비가 6천만원씩 나온다고 합니다. 실로 무시무시 합니다. 그 밖에도 보험회사들이 사실은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이라서, 어떻게든 돈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는 내용이 잘 담겨 있습니다. 미국이 선진국임은 분명하지만, 의료보험만큼은 절대로 미국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영국, 프랑스가 참 부러웠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왜냐하면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는 아파도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기를 낳을 때도, 웃으면서 돈을 왜 내야 하나요? 라고 반문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오래된 기억이지만, 아기를 낳고, 산후조리를 하는데 우리나라는 비용이 꽤 청구되는 반면, 옆나라 일본에서는 매우 적은 비용만 든다고 합니다. 프랑스, 영국, 일본 등에서 저출산을 극복하려고 이것저것 배려하는 점은 국경을 넘어 배울만 하다고 생각되네요.

 

 사실 프랑스의 사례가 자세하게 나와있는데 참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연간으로 보면 5주 동안 유급휴가를 다녀오게 되어 있습니다. 아프면, 다른 걱정, 예컨대 돈 걱정 같은 거 전혀 하지 말고, 다만 쉬어야지! 를 강조하는 게 좋았습니다. 어느 젊은이는 프랑스 국민이지만, 직장도 없어서 걱정했는데, 병원에 갔더니 3개월간 푹 쉬도록 요청받았고, 또 3개월간의 유급휴가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재충전을 실컷 할 수 있었다는 젊은이, 아파도 웃을 수 있는 나라가 진짜 선진국이구나 싶었습니다.

 

 영화의 막바지 쿠바를 찾아가는 대목은 참 재밌었습니다. 감독이 패기 넘치게, 막 들이대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쿠바 아바나 병원을 찾아가니까, 미국에서 외면받은 환자들이 거의 무료로 진료를 받고, 약을 탈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10만원씩 하는 약품값이 여기 쿠바에서는 고작 50원이라고 합니다. 이 어처구니 없는 사실에 눈물부터 흘리는 미국인, 참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이렇게 결론 냅니다. "결국 사람은 모두 같은 배를 타고 있는 것이다. 어떤 차이가 있든 함께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의견의 차이를 극복하고 협력할 수밖에 없다." 협력해서, 한 배임을 인식하고, 의료시스템을 개혁해 나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밑바닥의 사람들을 대우하는 것을 보면 그 사회의 실상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그 점에서 미국의 의료는 낙제점이라고 못 박을 수 있겠습니다. 돈 없고 아프면 죽는구나. 이것이 미국의 다소 공포스러운 현실이었습니다. 한편, 반대로 영웅을 어떻게 대하느냐도 초점을 맞춰서, 9/11 테러사태 때, 활약했던 사람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들도 마땅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었지요. 선량한 국민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슬프기도 했습니다.

 

 영국 전직 국회의원이 등장하는데요, 민주주의가 선진적인 시스템이고, 힘이 있다는 말이 제일 인상깊었네요. 그래서 프랑스 사람들은 이렇게 언급합니다. 이 나라 정부는 다른 무엇보다 국민을 두려워 하고 있음을 느낀다고요. 그래서 시위하고, 연대하고, 주장하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이들과 대화하고 타협해 나가기 위해서 노력함을 알 수 있습니다. 원래 민주주의가 시끄럽고 떠들썩한 일임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그렇게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더 좋은 나라가 만들어 짐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네요. 세상은 참여없이 저절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식코는 이 점을 이야기 합니다. 이상을 추구할 때는, 무엇인가를 희생하거나, 싸워나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진실을 알았다 해서, 잘못을 깨닫는다 해서, 그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즉, 행동하고 나서는 게 참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가만히 있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이런 말이 있습니다. 체제는 국민의 희망을 빼앗기를 즐겨한다고, 그래서 두려움을 주거나, 용기를 내지 못하도록, 아예 실망해 버리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그 편이 통치하기 편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우리는 개개인이 힘을 내서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정당에 투표함으로서, 권력이 국민을 진정으로 두려워하도록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저는 앞으로도 의료를 이익으로써 생각하는 정당에 절대로 표를 던지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에 누구나 의료서비스를 잘 누릴 수 있느냐를 살펴볼 것입니다. 아프면 걱정없이 치료받는 것이, 좋은 세상의 출발이라고 믿습니다. / 2016. 07. 18.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