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500일의 썸머 (500 Days of Summer, 2009) 리뷰

시북(허지수) 2016. 7. 28. 05:47

 

 건축가를 꿈꾸는 청년 톰과, 매력적인 여인 썸머와의 썸타는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 500일의 썸머 입니다. 두 사람은 끈적하고 달라붙어 있는 연인이기 보다는, 쿨하고 편안한 친구이길 원했고, 또한 무겁거나 진지하지 않기를 원했습니다. 그리하여 톰과 썸머는 가벼운 관계가 됩니다! 그럼에도 톰이 진짜로 썸머에 반해있는 모습들을 바라보니, 누구에게나 있을 사랑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누군가를 좋아해 본 경험이 있나요? 그 사람과 함께 라면 어디를 가더라도 즐겁게 느껴진 적 있나요? 그 사람과 함께 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가 나지 않았던가요? 혹여 괜히 고백했다가 차이고 실망할까봐, 멀리서 짝사랑해 본적이 있나요? 사랑은 분명 여러가지 그림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어쩐지 500일의 썸머 영화는 제게 있어 데자뷰를 불러 일으킵니다. 마치 썸머 같은 사랑스러운 여인을, 사랑했었던 것 같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실은 제 경우 그렇게 친구 이상의 관계를 원한다고 고백했다가, "됐거든요!" 라는 쓰라린(!)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우 편안하게 톰의 시점으로 영화에 빠져들어갈 수 있었네요. 이녀석 톰 힘내라고! 인생이란 원래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많은 법일테니까요! 썸머가 나쁜 여인이라고만은 말할 수 없습니다. 나름대로 자기 인생의 가치관을 갖고 삽니다 부모님의 이혼 경험, 사랑이라는 것이 열에 아홉이 부서지는 것을 지켜본 결과, 운명이니, 사랑이니, 특별함이니를 믿지 않으니까요. 그저 친구사이로서 행복하면 충분하다는 거에요.

 

 남자와 여자 사이에 친구가 가능할까? 어려운 질문이지만, 저는 자주 영화 보러가는 16년지기 여자사람친구가 있긴 합니다. 친구라는 단어가, 함께 있으면 즐겁고 유쾌한 사이라고 정의한다면, 남녀사이에도 멋진 우정이 존재할 수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문제는 톰과 썸머는 아무리봐도 친구 사이 같지는 않다는 거어요. 영화에서 톰이 끝내 화를 내듯이, 우리 완전히 연인 사이 잖아! 라고 말하는 것, 함께 키스하고, 샤워하고, 썸 타는 것을 넘어서 요즘 말로 그린 라이트. 두 사람은 통하는 특별한 관계라고 충분히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습관처럼 해외의 평가들을 읽어보니까, 역시나! 썸머에게 끌려다니고, 썸머를 못 잊는 착한 톰에 대한 동정표가 많이 있었어요. 게다가 영화 마지막으로 가니까, 썸머는 운명처럼 다른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게 된다는 결말이라니! 톰이 불쌍한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그래도 과연 특별한 운명은 존재하고, 삶이란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우리가 살면서 누구를 만날지는 사실 운도 많이 작용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사람을 많이 곁에 두면, 나 스스로가 삶의 기준을 좀 더 높게 두어서 스스로가 좋은 사람으로 변해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종종 해봅니다. 그러므로 이런 질문으로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얼마만큼 좋은 사람이었나?

 

 이기적이지 않은 선택을 하기란 어려울 때 있습니다. 자기의 입장부터 챙기려는 속좁은 시야를 가지고, 다투기도 하고, 그러면서 남녀관계는 (썸머의 표현처럼) 상처를 서로 입혀서 아픈 관계로 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남녀관계는 재밌게도, 살아가는 활력을 주는 동기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영화 도중 톰이 썸머와 가까워지면서 춤을 추듯이 거리를 누비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감독이 힘써 말하고자 하는 행복의 표현기법이었다 생각합니다. "거봐, 역시 사람만큼 좋은 건 없잖아!"

 

 저처럼 과거 실연을 경험했다거나, 또는 이상형과의 만남이 일장춘몽의 판타지로 끝나버렸다거나, 하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마침내 영화는 운명적인 마무리를 짓습니다. 톰은 새로운 여인을 만나서, 가만히 있지 않고, 커피를 청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대답하지요. 나는 가을 이라고 해요.

 

 세상에서 이미 일어난 일들 중에 운명같은 것이 있다면, 저는 여전히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희망을 걸고 살아갑니다.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미소와 함께 열심히 견디며 일하며,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누어주며 세게를 환하게 비춥니다. 나부터가 그런 사람이 되겠노라고 다짐은 하지만, 그런 높은 경지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는 건 아직 힘이 드는 경주 같기만 합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것. 이 리뷰가 너무 인상적이라 함께 소개하며 마칩니다. 실연 연애가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 실연은 연애가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근본적인 "자기 변혁"입니다. 이로써 남자는 무언가를 배우지요. 이 영화 그것이 그대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실연을 통한 남자의 각성, 그 점이 참 마음에 남습니다. 아픈 사건을 통해서도 인간은 얼마든지 더욱 멋진 모습으로 삶을 그려나갈 수 있습니다! 썸머가 아니라도 괜찮아! / 2016. 07. 28.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