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지워진채 낯선 공간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 곳은 폐쇄된 감옥과도 같은 곳이라 합니다. 아이쿠야, 주인공은 정말 큰일났습니다. 이름도 처음에는 생각해 내지 못합니다. 그래도 스토리는 이어져 가야 하니까요, 슬슬 본격적인 전개가 펼쳐지기 시작하는데, 제법 흥미롭습니다. 간신히 이름이 토마스라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주변에는 또래 친구들이 참 많이 있는데, 이들 역시 토마스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이 곳에 갇혀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사방이 아주 거대한 미로로 구성되어 있어서 여기를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
이런 황당하고 억울한 일이!!! 토마스는 정말로 방법이 없을까를 호기심 있게 파고들어가지만, 그래서 관객도 희망을 가지게 되지만, 알면 알수록 마주하는 환경은 참 실망스럽습니다. 미궁 안에는 괴물이 살고 있어서, 공격을 받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배웁니다. 친구들이 미궁을 무려 3년씩이나 돌아다녔는데도 탈출구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도 충격적입니다. 그럼 이대로 여기서 갇혀서 죽으라는 것인지? 그런 방법론에 토마스는 결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토마스와 동료들의 생존기가 시작되는데요.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우선 볼만한 것은 미궁의 크기가 압도적으로 크다는 것이 웅장함을 제법 줍니다. 매일 구조가 바뀐다는데 박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유대관계를 보는 것도 한 편의 잘 짜여진 팀워크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서로가 맡은 바가 있으며, 토마스는 메이즈 러너로 선택받아 가고, 인정받아 가는 대목도 참 괜찮았습니다. 용기 있게 들이대는 것, 많은 경우에 통할 수 있는 지혜이자, 강인한 모습. 과연 주인공 답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식으로 쓴다면, 토마스는 사랑받는 정예요원으로서, 이 메이즈 러너 게임에 참여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세계를 바꾸기 위하여!
물론 당황스럽게도 토마스를 싫어하는 세력도 있습니다. 갤리와 일당들은 토마스가 등장해서 규칙들을 하나 둘 어기는 게 마음에 안 들었고, 토마스를 죄인 취급하며 벌을 줘야 한다고 강조하고 큰소리 칩니다. 나중에는 너 때문이야 라고 책임전가를 하는데, 참 보기 안쓰러웠던 장면들입니다. 현실안주라... 본인도 성장 못하고, 남들의 발목까지 잡을 수 있구나를 생각하게 합니다.
한편 한국 사람으로서 훌륭한 러너인 민호라는 친구도 나옵니다. 민호와 토마스는 심야에 "메이즈"에 갇히게 되는데, 엄청난 팀워크를 발휘하며 절망 속에서 살아남는 진기한 기록을 세우지요. 토마스가 처음으로 메이즈의 괴물을 박살내는 모습은 영화의 첫 반전이 시작되는 구간입니다. 봐라! 우리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들의 호기심은 계속되어서, 나중에는 이 죽은 괴물 녀석을 가까이에서 조사하면서, 열쇠가 될 키를 괴물의 몸에서 확보하기도 합니다.
이쯤되면 한 가지 분명해 지는게 있습니다. 여기에 모인 청소년들은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서 실험처럼 메이즈, 즉 미궁에 갇히게 되었고, 이 미궁 속에서 마침내 벗어날 길도 토마스에 의해서 발견되어 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여행하고, 모험하는 기분이 나서 제법 긴장감 있는 전개가 좋았습니다.
앞으로 어떤 장면이 펼쳐질까, 계속되는 괴물들의 공격을 딛고, 마침내 탈출구 앞에 섰을 때의 흥분이 지금도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결국 사람은 과거로, 뒤로 갈 수는 없는 것입니다. 알려진 격언도 생각났네요. 사막 한 가운데 떨어져 있다면, 방향을 한 곳으로 정한 후, 사막을 벗어날 때까지 오직 걷기를 주저하지 마라! 영화 메이즈 러너 식으로 다시 말하자면, 살기 위해서 뛰고, 또 뛰어보라는 것입니다.
영화는 후반부가 되어서야 이 시설의 의도가 밝혀집니다. 태양이 갑작스럽게 매우 폭발적으로 뜨거워져서 수십억의 사람들이 죽어버리고, 전염병으로 또 엄청난 숫자가 사망했다는 참담한 현실이 그들 앞에 있다는 것. 그래서 새로운 세대, 전염볌을 이겨내는 세대를 연구하기 위해서, 혹독한 미궁에서 아이들을 감시하고 연구하고 CCTV로 살펴보고 있었다는 겁니다. 어쨌든 참 옳지 못한 연구였음은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마지막을 알리며 더 당황스러운 복선을 깔아놓습니다. 1부는 이걸로 끝났다는 것, 그렇다면 2부의 또 다른 실험이 있다는 것을 예고하는 것일까요? 하여튼, 선명한 헤피엔딩처럼 그려놓질 못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 참 착하디 착한 척이라는 친구의 죽음은 너무 안타까웠네요.
소재가 참 신선했고, 소설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중간 중간 조금 영화를 급하게 만든 느낌이 있어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습니다. 유일한 여성인 트리사가 무엇인가 중요한 열쇠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해놓고선, 등장만 했을 뿐, 아무 존재감 없이 뛰기만 할 뿐이라는 점은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메이즈 러너 2를 보라는 협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웃음)
실은 누리꾼들이 볼만함! 이라는 평가를 많이 해주셔서 저도 주말 황금시간 대에 봤는데, 제법 재밌게 시청했습니다. 나라면 토마스 정도의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여기서 나가야 한다고 팀을 이끌 수 있었을까? 를 묻게 되었습니다. 결국 과거가 생각나지도 않고, 미래도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 뭐 까짓꺼 가볼 때 까지, 열심히 달려볼테야. 그런 마음으로 긍정을 품에 안고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 2016. 09. 04.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