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리뷰, 짧은 독백으로 시작합니다. 저는 오래두어도 읽기에 편안하고, 멋진 글을 남기고 싶다는 욕심이 여전히 마음에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작가 스티븐 킹은 글쓰기에 대하여 이렇게 조언합니다. "쓸데없이 과장하지 말고, 자신이 느낀 그대로를 쓰라는 것." 괜히 훌륭하고, 고상한 척 하는 글쓰기는 이제 그만! 입니다. 극중의 주인공들은 그래서 과감한 행동을 망설이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경험을 최대한 살려보기 위해서, 때로는 금지된 약물까지 손댑니다. 동성애도 경험해 봅니다. 갈팡질팡 하는 청춘, 그 괴로움 속에서 천재 작가들이 탄생한다는 것이 저는 참 신비롭게만 느껴집니다.
편안하지만은 않은 글쓰기. 라고 천천히 생각하며 써봐도 좋겠지요. 앨런 긴즈버그는 루시엔 카를 위해서 헌신적으로 글을 써내려가 바칩니다. 하지만 루시엔은 다른 사람과 함께 떠나가 버린다는 모습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외롭게 술집에서 방황하는 앨런의 모습이 참 딱합니다. 하지만, 이 점이 중요한데, 앨런은 본인의 현실에 마냥 좌절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것도 하나의 경험으로 생각하려는 대목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김선현 선생님의 책 구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어떤 영향이든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요. 두려워 말고 인생을 그려봐요." 그렇게 앨런을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뉴 비전이라는 그들의 꿈 앞에 결코 지지 않아야 하므로!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매력적인 남자 루시엔에게는, 데이빗이라는 동성애자 연인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완벽한 날을 보내고, 사진을 찍고 함께 했지요. 게다가 루시엔이 자살 시도를 했을 때, 그의 보호자를 자청했던 것도 데이빗이었습니다. 하지만, 루시엔은 이제 마음을 돌렸습니다. 스토커 같은 이 관계를 끝내겠다는 매우 강한 의도를 드러내지요. 결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루시엔은 연인 데이빗을 그의 손으로 철저하게 살인하고 맙니다. 제법 잔인한 1급 살인이라고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앨런은, 사랑하던 그의 뮤즈 루시엔을 구해보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어머니를 만나게 됩니다. 정신적으로 아픈 어머니는 앨런에게 침착하게 현실을 알려줍니다. 나를 봐, 사람은 원래 버림받고 하기도 하는 것이야, 너도 루시엔 없이 너의 길을 갔으면 좋겠구나.
물론, 루시엔이 앨런의 세계에 들어와,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 것은 명확한 사실이지만, 이제는 뮤즈 없이도 살아간다는 것이 또 하나의 현실이 아닐까, 조금은 매정하고 서늘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루시엔은 데이빗을 죽였고, 그렇게 앨런은 살인범이 된 루시엔을 헌신적으로 구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자신의 글을 루시엔을 위해서 바쳤으나, 루시엔은 그 글조차 거부하였다고 나오지요. 최후의 순간, 두 사람은 결국 통하는 사이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앨런과 루시엔, 둘의 정직한 키스씬은 다 무엇이었을까요? 순간의 감정으로 결정해 버리는 행동들은 청춘의 시기에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이지만, 이 감정들이 "모든 게 진심"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오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동안 솔직하게 다가섰지만, 이성적으로 루시엔은 마음의 벽을 세워버렸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앨런은 자신이 사랑한 뮤즈로부터 버림받는 혹독한 경험이 있었기에, 더욱 더 천재적인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건 아닐까요? 인간의 아픈 경험은, 때로는 사람을 굉장히 강하게 만들어 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론에서 잠시 대중적 작가 스티븐 킹을 언급했는데, 그는 유혹하는 글쓰기라는 저서에서,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대목들을 없애버릴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글을 수정하면서 더하기 보다는, 빼기를 할 줄 알아야 뛰어난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저는 얼마나 뜨끔했는지 모릅니다. 좀처럼 빼기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으니까요.
이 매력적인 영화에서 저는 이들이 대학 도서관을 심야에 몰래 넘나들면서, 재치 있게, 사람들을 발칵 뒤집어 놓는 씬이 그래도 무척 조마조마하고 즐거운 장면이라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만들어 놓은 규칙들을 완전히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 그리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직접 시도해 보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네요. 그래요. 언제나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입니다. 뉴 비전을 세웠다면, 거기에 맞춰서 세상을 바꿔볼만한 도전을 계속해서 해나가는 태도가 참 멋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퇴학시켜도 좋아요, 하지만, 다 읽으신 내 글은 돌려주십시오! 그 당당함이란!
몇 번씩 자살 시도를 했던 정신 나갈 정도의 마성을 가진, 루시엔의 영감과 독특함, 그리고 실연 앞에서도 오롯하게 자신의 길을 초연하게 걸어가던 앨런 긴즈버그의 모습은 마음에 한참 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뮤즈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글을 써내려갈 발걸음만 있다면 뮤즈는 또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인생의 예술가들은 꼭 힘내기를! / 2016. 08. 3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