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인 디 에어 (Up in the Air, 2009) 리뷰

시북(허지수) 2016. 10. 12. 01:50

 

 저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아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목표라는 것도 거창하게 세워놓지 않았기 때문에, 늘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고 여겨 왔지요. 여기 인 디 에어 영화에서 - 주인공 라이언 빙햄은 마일리지를 쌓아서 플래티넘 카드를 받는 것을 목표로 여기며, 삶을 매우 단순화 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간관계는 복잡하니 집어치우고, 자신의 삶을 우선으로 여기는 라이프스타일. 영화를 보면서 꼭 제 미래 이야기 같아서 많이 놀랐네요. 저도 실은 친구라고는 몇 없고, 혼자서 시간보내기를 즐겨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좋았습니다. 자, 과연 이런 인생 괜찮은걸까요?

 

 역시 사람은 누군가를 만남으로서 충격을 입고, 생각이 변화해 가는 것이지요. 라이언은 호텔 라운지에서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여인 알렉스를 만나서 급속히 친해지게 됩니다. 가벼운 만남으로 서로를 충분하다고 여기며, 언제든지 외로울 때는 연락하자는 모습. 옭아매지 않는 자유로운 연애가 이렇게 막을 열지요. 또한, 이번에는 직장에 새로 들어온 열정의 신입사원 나탈리와 함께 해고하는 일을 함께하며 다니기로 했습니다. 자신의 천직을 갖고 있는 라이언, 부업으로 자기계발 강사로까지 성공적인 삶을 달리고 있는 그의 삶은 이제 변화해 가는데...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영화에서는 몇 번이나 배낭이야기가 나옵니다. 라이언의 가치관을 담고 있는 배낭이지요. 여기에 무엇을 담을 수 있을까? 이 가방이 가벼울 수록 삶은 자유롭고 빠를 수 있음을 강력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의 기대 같은 것도 신경쓰지 말라는 것. 이런 대목은 어쩐지 베스트셀러였던 미움받을용기 같은 책들이 떠오르게 합니다. 충분히 일리 있는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삶은, 자신의 것이지, 누군가를 위해서 살아갈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라이언은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줍니다. 나탈리와 함께 다니면서 목베개를 획 빼버리고, 공항에서 줄은 동양인 쪽으로 서는게 빠르다고 말하며, 경험과 효율을 중시합니다. 과연 일년 중 300일을 넘게 미국 전역을 누비는 베테랑 여행자 답습니다.

 

 미모의 알렉스와 라이언은 함께 파티를 즐기며, 삶이 이렇게 특별하고 좋을 수 있구나를 말해줍니다. 나이와도 상관이 없이 찾아오는 사랑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알렉스가 있기에 용기를 내어 가족의 결혼식에도 참석하게 되는 라이언! 그렇게 자신의 가치관이 수정되고 역전될 수 있구나를 생각하게 됩니다. 마침내 자기계발 연설 중에 자리를 뛰쳐나가는데요. 가방을 비우는 것만이 삶의 능사가 아님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제 식으로 다시 써본다면, 좋아하는 것 단 하나만 있어도 우리는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에이 진짜요? 정말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취미로 영화보기를 손꼽을 수 있는데, 극장에서 조명이 딱 하고 꺼지며 막이 오르는 순간, 이런 시간이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때때로 독서에 빠져있을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르기도 합니다!

 

 자! 한편, 이 영화의 매력적인 조연 나탈리는 화상해고 시스템을 도입하자고 주장하며, 효율이 최고임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충격적인 말들을 접하게 되지요. 해고통보를 받은 사람은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며 극단적인 발언까지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정말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등장하지요. 그렇게 젊고 패기 넘치던 젊은 신입사원은 이 충격으로 해고에 관한 일을 그만두게 됩니다. 이 영화는 이렇게 우리에게 대신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보게, 해고는 살인과도 같은 거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베테랑 라이언의 화법은 해고 앞에서 다정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좌절하지만은 말라고, 힘든 시기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도 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힘내라고 할 수 있는데까지 격려하는 것입니다. 물론, 병주고 약주는 셈이지만... 그래도 무자비한 화상해고 시스템보다는 이 편이 훨씬 더 인간적이라 생각합니다.

 

 영화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힘 (이것을 일종의 프로파간다 라고 하죠?) 이 있다고 간주됩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던지는 화두는, 미국사회 그럼에도 힘내라 입니다. 세계적으로 해고가 점차 쉬워지고, 실업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시대가 되자, 비인간적인 사회에서도 울지만 말고 힘을 내보자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극의 후반 나탈리가 재취업에 성공하면서 마음껏 웃게 되는 모습은, 이 영화가 가능성의 영화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혹시 모르잖아, 도전하는 요리사처럼 제 2의 인생을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아이들 앞에서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말자는 거겠지요. 그렇게 본다면, 2009년 당시 실업이 몰아쳤던 그 시기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마치며, 저도 한 때는 게임 참 좋아하며 - 플래티넘 트로피 따기에 열을 올렸던 플레이스테이션 열혈 게이머 였습니다. 나만의 목표를 세워놓고, 매일 저녁 즐겁게 살면 괜찮다고 자기합리화의 주문을 걸어놓고 살았지요. 그러나 어느 책 제목처럼 행복은 혼자 오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를 수록 영혼은 생각의 빛깔로 물든다" 이 말이 가지는 힘이 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글 역시 자기가 생각한 그만큼을 써나갈 수 있는거겠지요. 저는 그 후에야 비로소, 지나친 자기만족의 세계는 경계하고, 할 수 있는 더 적극적인 것들을 시도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글쓰기 였는데, 민망해도 참 좋았던 경험이 되고 있습니다.

 

 글실력 따위는 없어서 - 쑥쓰러워도 좋아, 부끄러워도 좋아, 세상과 소통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영화의 설정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이 곳 한국도 어려운 세상인 것은 마찬가지고, 사오정 (사십대에 정년퇴직) 같은 살벌한 말도 옛날 아재개그가 되어버렸습니다. 평생 직장이라곤 남은 곳이 공무원 뿐이라, 수십만명이 올인하고 있는 벼랑 끝 사회이기도 하겠지요. 어쨌든! 자신이 가고 싶은 그 곳까지 가볼 수 있기를, 끈기 있게 힘들지만 버티면서 99%의 시간을 인내로 채워나갈 줄 안다면, 반드시 남은 1%의 시간은 영광의 시간으로 우리에게 찾아오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배워왔고, 그렇게 시간을 살아내보고자 애써 노력합니다. 우리 모두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인 디 에어, 해고를 주제로 하고 있는 참 볼만하고 특이한 영화였습니다. 비록 해고 앞에서 울어도, 우리 각자가 인생 앞에서 굳세게 다시 일어서기를. / 2016. 10. 12.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