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러덜리스 (Rudderless, 2014) 리뷰

시북(허지수) 2017. 2. 24. 04:24

 

 비록 부인과는 이혼했지만, 성공적인 삶을 누리는 샘 이라는 남자가 있습니다. 광고회사에 다니며 큰 거래를 따내는데 성공, 기쁨에 겨워서 대학을 다니는 아들에게 연락을 건넵니다. 아들아 즐겁게 얼굴 한 번 봐야지? 한편, 아들은 곡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습니다. 통기타 하나를 손에 들고서는 노래에 심취해 있네요.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음악영화, 매력적이고 멋진 곡들이 참 많이 나옵니다.

 

 이제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사건 사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샘 은 이제 더 이상 광고회사에 근무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요트에서 생활하며 과거를 지운 채로 지냅니다. 틈틈이 노동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네요. 그의 삶은 참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rudderless 라는 단어의 뜻은 키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의 정박된 요트는 움직일 줄 모릅니다. 샘 은 이제 삶을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건조하게만 보내는 것 같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그리고 요트를 찾아오는 전 부인, 그녀는 샘에게 아들의 유품들을 전해주고 갑니다. 기타와 노트, 그리고 각종CD들이 담겨 있습니다. 샘은 이런 물건들은 요트에 실을 수도 없다며, 처음에는 거부하지만, 끝내 아들의 유품을 외면하지 않고, 드디어 유품 CD들을 들어보게 되는데요. 거기에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아들의 모습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기타를 손에 들고 따라 불러보는 샘. 그리고 그 곡들을 자신만의 추억으로 간직하려 합니다. 이제 일하러 가는 길에도 그는 이어폰을 끼고, 아들의 노래들을 듣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음악을 자유롭게 연주하는 클럽에 가서, 아들의 노래를 연주할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실은 별다른 호응도 없었지요. 만취되어서 가게를 나오는 샘 아저씨. 그런데 여기서 운명적인 만남이 일어납니다. 쿠엔틴이라는 스물 한살 청년이 이 노래에 완전히 반해버린 겁니다. 쿠엔틴은 샘과 가까워지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재밌습니다. 자신이 일하는 도넛 가게에서 도넛을 엄청 사서 뇌물로 갖다주지 않나, 스토커처럼 샘의 낚시 중에 갑자기 나타나지 않나!

 

 어쩌면 사는 게 늘 비슷하고 똑같았던 그에게, 쿠엔틴의 등장은 색다른 즐거움이 었는지도 모릅니다. 자꾸 노래를 요청하니까, 어쩔 수 없이 쿠엔틴과 협주를 하게 되는데, 오 이것참 호흡이 잘 맞고 나쁘지 않는 겁니다! 그리고 이 협주로 인해, 점점 일은 커져가고, 드디어 러덜리스 라는 밴드를 갖추게 됩니다. 드럼이 추가 되었고, 시간이 흐르자 베이스 기타까지! 이들은 클럽의 스타 뮤지션으로 거듭납니다. 멋진 노래와 훌륭한 편곡 실력이 만났으니, 클럽의 사람들도 즐거워하고 기뻐합니다. 클럽 사장님은 술 좀 더 시키라는 장면은 하이라이트! 그리고 마침내 샘 아저씨는 젊은이들과 함께 기타치며 노래하고 웃음을 되찾았다는 이야기. 이 훈훈함은 그러나 중반부터 반전됩니다.

 

 노래는 실은 샘의 아들의 것. 게다가 샘의 아들은 대학교에서 총기난사로 무려 여섯 학생의 목숨을 앗아간 범인이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샘도 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그려지지요. 그의 아들 묘비에는 붉은 글씨로 살인자, 불지옥에나 가라는 등 험한 말이 쓰여 있습니다. 그 묘비를 부모는 생일날 와서 또 깨끗하게 닦아내려고 합니다. 부모의 마음이란 무엇인지... 가해자 부모의 마음도 사실은 시꺼멓게 타들어 간다는 것을 정중하게 그린 장면이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샘의 아들이 만든 노래임이 밝혀지자, 러덜리스 밴드는 해체의 길을 밟게 됩니다. 쿠엔틴은 샘에게 이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단호히 잘라말하며 주먹을 한 방 날리지요. 샘은 또다시 완전히 추락한 인생이 되고 맙니다. 요트 대회가 열리는 호수에서 난동을 부리고, 망나니 짓을 하다가 경찰서로 끌려갑니다. 그나마 마음씨 선한 악기 가게 사장님이 와서 도와준 덕분에 샘은 안정을 찾게 됩니다. 사정을 털어놓는 샘. 그리고, 말없이 또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사장님. 인간의 유대 능력이 빛을 발했기 때문일까요. 샘은 마침내 훌륭한 결단을 하게 됩니다.

 

 쿠엔틴을 위해서는 그토록 갖고 싶었던 값비싼 고급기타를 선물해 줍니다. 지금은 비록 도넛 파는 사람일지라도 포기하지 말고 살라고 용기를 줍니다. 쿠엔틴은 조언이 그게 뭐냐며 어이없어 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통했는지 샘의 기타를 소중히 받기로 합니다. 쿠엔틴 새 밴드, 새 시대의 시작입니다. 무엇보다 마지막 장면은 놀랍습니다. 샘은 기타 하나를 손에 들고, 홀로 다시 클럽 무대에 선 것입니다. 그리고 정직하게 이야기 합니다. 우리 아들은 중범죄자 였고, 이제까지 노래들은 아들의 노래였다고. 그리고 이제 자신의 노래로 아들에게 대답을 들려줍니다.

 

 네가 없어도 세상은 돌아가고 있지만 / 이 노래가 너에게 전해지면 좋겠다 / 함께 부를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렇게 마이크 장면과 함께, 엔딩이네요. 마지막 노래에 담긴 진심 어린 곡조처럼, "사랑"만이 해답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총기사건을 겪은 이후 샘은 아들을 부인하고 싶었고, 아들로 인해서 많은 사람의 삶이 망가져 버린 것은 지울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그래서 방황하며 키를 잃고 살아가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제 용기내어 샘이 세상 앞에, 범죄자 아들임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밝힌 것은, 마침내 아들 녀석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나는 내 아들을 그리워하고, 보고 싶다고 마음을 정리한 것이 아닐련지요. 이러한 내면의 해답을 찾기까지 긴 세월이 걸렸다는 것도, 이 작품이 참 묵직하고 인상적인 영화임을 알려줍니다. 때론 살다가 우리가 답을 찾지 못하고, 키를 잃어 버리고, 방황하지만 시간이 흘러 언젠가는 답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을 진득하게 알려주고 있으니까요.

 

 그래요. 실은 저 역시 거듭되는 실패로 빈 손이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용기 내어 목표를 좀처럼 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를 놓고 망설이고 괴로워할 때, 이 구절을 읽고, 저는 마침내 삶의 의지를 다잡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행복한 세월도 아닌 징역살이 10년을 상실하기 싫다는 거예요. 불우한 세월도 버리기 어렵거든, 우리의 삶 자체에 대하여 가져야 하는 우리의 태도는 말할 나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영복 선생)" 하루 하루를 안주하지 않고, 노력하며 사는 것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샘의 말 잊지 않겠습니다. 포기해 버린다면 이길 수 없어! 이겨내기 위해서,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부족한 글솜씨로 300회, 400회 계속 나아가겠습니다. / 2017. 02. 24.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