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로건 (Logan, 2017) 리뷰

시북(허지수) 2017. 3. 4. 01:24

 

 마블 영화 로건 입니다. 137분, 제법 긴 영화인데도, 긴장감이 계속 흘러갑니다. 내용도 묵직하게 오늘의 인류를 경고하고 있는 멋진 작품입니다. 단점이 있다면 청불 등급 영화 답게 끔찍한 싸움 장면이 종종 표현된다는 것 정도? 울버린의 야성미가 폭발하면 말릴 사람은 없고, 주변에는 죽음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로건(울버린)도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자연 회복 능력이 떨어져 가고, 지쳐 가는 모습이 약간씩 안쓰럽기도 했네요.

 

 그렇습니다. 이번 영화 로건에서는 특수 능력자들이 다들 문제가 하나씩 있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어두운 미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한 때 엑스맨들을 이끌었던 프로페서 X 는 뇌에 문제가 발생한 90대가 되어서 세상의 추적을 받고 있고요. 로건은 이제 세상을 조용하게 살아가길 원했는지 리무진을 운전하면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언젠가 요트를 사서 프로페서 X 와 함께 행복한 추억이라도 쌓고 싶었던 거 같아요.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자, 그런데 시작부터 강렬합니다. 로건의 차를 털어가려는 악당들이 등장하거든요. 로건에게 냅다 총을 쏘는 등 완전 악질입니다. 그렇다면 로건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습니다. 쓱쓱 악당들은 순식간에 제거 되고, 이 사건으로 인해서 로건은 정체불명의 집단에게 계속 추적당하게 되는데요. 정체불명의 집단! 이 녀석들이 정말 위험합니다.

 

 멕시코에서 이들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유전자 조작을 자행한 "파렴치한" 들이기 때문입니다.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특수한 재능을 보여주는데, 점점 커가면서 통제가 안 되기 시작합니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자살하는 아이도 보이고, 심지어 연구가 어느 시점부터 중단되더니 아이들을 무더기로 없애버리기 까지 합니다. 오늘날, 돈으로 인간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행위에 대한 강렬한 비판이었습니다. 매우 위험한 단계까지 우리 인류는 와 있는 셈이며, 영화의 시기인 2029년, 2030년 쯤 되면 금지된 선을 넘어갈 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우리는 얼마든지 거액을 들여 (유전적으로 건강한) 시험관 아기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 정체불명 집단의 연구소장은 자신을 당당히 항변합니다. 우리는 돌연변이(엑스맨)를 통제하기를 원할 뿐이네. 이것은 바꿔쓴다면 특수한 힘을 이용해, 세상을 자신의 뜻대로 조작해 나가기를 원한다는 이야기지요. 전형적인 악당의 화법입니다. 그리고 그에 걸맞게 최신버전의 X-24를 선보입니다. 감정이 없는 전투머신은 명령을 듣고 충실히 이행하는 살인기계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로건이 격렬하면서도 힘겹게 맞서는 모습이 강렬했는데, 최후에는 이 완벽한 기계와 싸우다가 생을 달리하게 됩니다. 참 슬픈 마무리 였네요.

 

 영화는 로라양이 나와서 극의 즐거움과 희망을 더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유전적으로 로건의 형질을 물려받아서 하는 행동이 참 매섭습니다. 나쁜 사람들 앞에서는 주저 없이 능력을 발휘하며 자신의 식구들을 지키려고 합니다. 가게에서 말타는 기계를 때려 부수려 한다거나, 물건을 아무거나 훔쳐 먹거나, 또 차량을 절도하는 등 다양한 범죄를 선보이고 있는데, 그 때마다 로건이 대뜸 쓴소리 합니다. 그러면 안 돼!

 

 마지막 장면에서는 특수탄환을 가져와서 X-24 에게 날려버리는 장면은 그녀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임을 드러내고 있네요. 로건에게, 비로소 아빠 라고 부르는 장면. 하지만 안타깝게 더 이상 로건은 회복하지 못합니다. 그의 무덤은 십자가가 아닌 엑스자가 되었지요. 그리고 로건의 희생 앞에 살아남은 돌연변이 아이들은 드디어 국경을 넘어서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음에 남았던 로건의 명대사는 이것이었습니다. "너도 악몽을 꾸니? 다른 사람에게 쫓기는 꿈을 꿀 수도 있겠지. 나도 악몽을 꾼단다. 그런데 누군가를 해치는 꿈이지.", "나를 가까이 하던 사람들이 괴로워하거나 죽어가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그리고 프로페서의 마지막 장면, 가정, 따뜻한 식사, 웃음소리, 행복은 그렇게 가까운 곳에 있음을 영화 로건이 따뜻하게 말해주고 있네요. 말을 할 줄 아는(!) 딸이 아빠를 다정하게 불러주었으니까요. 이것이야말로 삶의 특별함이라는 것. 사소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극장에서 나오며 절친은 안타까움을 쏟아냈습니다. "히어로 영화 라더니, 저렇게 비극만 겪는 히어로가 되었다니. 저절로 낫지도 못하다니..." 그래도 아이들은 기억하지 않았을까요. 수염을 깎고 함께 놀았던 아저씨가 우리들을 구하기 위해서 싸워줬었다고. 덕분에 우리는 새로운 행복을 위해서 살아가게 되었노라고.

 

 이 리뷰의 마무리는 영화 소개란에서 가져왔습니다. "로라가 평범한 가족을 갖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는 모습" 아이에게도, 가장 소중했던 것은 이름을 잊을 수 없는 친구들이었고, 아버지였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 셈이 되는 프로페서 였습니다. "평범을 위해서 열심히 싸워간다" 참 역설적인 말인데도, 마음에 쑤욱하고 깊숙이 박힙니다. 평범을 위해서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낼 수 있기를, 할 수 있는 일들을 꿈꾸며 해보기를. 로라처럼 삶의 운전대를 힘껏 잡아보기를.

 

 나는 다정하지도 않았고, 사람들을 죽이는 악몽이나 꾸고, 삶이 어쩌면 허무할지라도, 그럼에도 다시 한 번 기억할 수 있기를. 사람은 관계를 통해서 "무엇인가 특별한 힘"을 느끼는 존재라는 것을. 친구를, 가족을, 그리고 한 끼 식사 속에도 행복이 깃들어 있음을 소중히 기억할 수 있기를 다만 응원합니다. / 2017. 03. 04.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