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딥워터 호라이즌 (Deepwater Horizon, 2016) 리뷰

시북(허지수) 2017. 3. 7. 01:47

 

 oksusu 주말 추천 영화, 무난한 7.2점의 IMDB 점수, 솔직히 재난영화라 조금 고민했지만 시청하기로 굳게 결심했습니다. 음, 예컨대 어린 시절에 봤던 포세이돈 어드벤처 같은 재난 영화는 잔상이 하도 강해서 아직도 흐릿하게 기억에 남아 있네요. 재난 속에서 사람의 목숨이 꺼져가는 것을 보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지요. 그래도 이 영화 딥워터 호라이즌은 보고 나면 배울 게 있었습니다. 감정 과잉 과정을 빼고, 사고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 점도 이 작품의 숨은 장점이라 생각하고요.

 

 포스터가 상징하고 있는 그대로 입니다. 석유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 호가 대폭발에 휩싸이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 사고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해양 재난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오히려 대단히 감동했습니다. 총 책임자 지미는 리더십이 무엇인지 보여주었고, 엔지니어 팀장 마이크는 함께 사는 것의 위대함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한 생명이라도 꼭 구출하겠다는 열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심스럽지만 - 근래 우리나라의 비극적 해양 사고였던 세월호 사건이 떠올랐다는 점도 털어놓아야 겠네요. 리더의 부재가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 일인지 그래서 실감하였습니다. 또한 탐욕의 폭주가 얼마나 아찔한 것인지도 생각하게 합니다. 안전보다 돈부터 먼저 계산을 시작하는 행위는 절대로 금기시 되어야 할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세월호도, 딥워터 호라이즌호도, 인재라는 것이, 그래서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 참 마음 아픕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2001년 현대중공업이 제작했다고 하는 이 거대한 시추선은 굉장한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양 굴착 시설로, 9,000m 심해까지 내려가서 석유를 캐내어 온다는 것이예요. 게다가 축구장 크기의 갑판이라고 하는데, 헬기가 안전히 착륙할 수 있을만큼 그 위용이 대단합니다. 다만, 지금 멕시코만에서 석유 캐기가 진행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일정은 벌써 예정보다 43일이나 늦춰지고 있고, 영국의 대기업 석유업체 BP사는 이 곳 직원들을 닦달하고 있네요. 하루 빨리 서두르자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미와 마이크가 등장해서 대담하게 딴지를 겁니다.

 

 지금 안전검사부터 제대로 마친 다음에 시추를 시행하자고 강렬하게 태클을 겁니다. 지미는 이 절차가 완료되지 않으면 OK 사인을 낼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엔지니어 마이크도 바쁘긴 마찬가지입니다. 이 대형 시추선은 현재 곳곳이 말썽이며, 심지어 전화기에 신호조차 가지 않습니다. 와이파이가 먹통인 것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무전기로 의사소통을 하는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아찔합니다. 가장 중요한 위기 경보 시스템을 돌볼 시간도 없어보입니다. 그럼 지금 뭐가 우선되고 있나요? 43일이나 늦춰졌으니, BP사의 입김 아래 하루 속히 석유 퍼올리자는 겁니다.

 

 압력 검사가 시행됩니다. 0 이어야 정상인데, 아니나 다를까 압력도 이상합니다. 수치가 위험 수위까지 올라가기도 합니다. 이 정도 압력이라면 기름의 역류가 발생한다는데... 더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것은 역류가 없다는 것. 지미는 (만일의 가능성을 대비해) 최대한 판단을 늦추지만, BP사의 (본사) 관리자는 역류가 없으니 당연히 안전하다며 검사기의 문제로 초점을 돌립니다. 그리고, 마침내 강행되는 시추. 이로써 갑질이 무엇인지를 너무 선명하게 보았습니다.

 

 "쿠콰콰쾅!" 이라는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 우리는 당연히 책임자 지미가 끝까지 시추를 연기하고, 노골적으로 반대했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갑을관계에서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읽고 있는 생의 정도 라는 책에서는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의 사례가 언급되는데요. 결함 없던 비행기가 짙은 안개 속에서, 누군가 (무리하게) 착륙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사고가 났을 것 같다고 논평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때는 탑승자 97명 전원 사망의 참혹한 결과가 나왔지요. 윗사람의 판단 착오는 실로 무시무시한 결과가 나옵니다.

 

 수년 전, 다른 예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일 때문에 담배회사 직원분을 만날 기회가 간혹 있습니다. 거기서 슬픈(?) 예를 듣게 됩니다. 가칭 A라는 해외 담배회사가 자신감도 있고 해서 먼저 가격을 200원이나 올리는 치명적 오판을 하는 바람에, A회사의 담배판매율은 급감. 이 때문에 지역 산하 직원들 수십명 혹은 더 많이, 대규모로 아까운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는 거지요. 갑의 병맛(!)행위로 누군가는 목숨을 잃고,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 차가운 현실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갑(BP관리자)을 향한 영화 최고의 명대사가 후반에 나옵니다. 속이 시원한 일갈.

 

 지미 :: "(이 XX야!) 당장 구조선으로 꺼져!"

 

 시추가 강행되면서 기름은 엄청난 압력으로 역류, 폭발으로까지 번지며, 순식간에 거대 시추선이 불바다가 되었습니다. 지미는 그 와중에도 아픈 몸을 이끌고, 책임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시추 파이프를 절단시키는데 간신히 성공했습니다. 마이크는 화염으로 뒤덮인 시추선 위에서도, 두려움에 빠져 있는 여성 앤드리아를 설득해 구출해 내지요. 그렇게 화염과 사투를 벌였기 때문이었을까요. 이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11명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는 사람보다 돈이 우선되었던 눈이 멀어버린 자본주의에 대하여 새삼 무서운 감정을 느꼈습니다. BP사는 자랑을 했거든요. 우리는 18조나 되는 대기업이라고. 그래서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지 라는 이야기. 다시 말해, 이 거대 시추선은 하루 빨리 기름을 퍼올리고, 또 새로운 곳으로 이동해서 (기름으로 언급되는) 돈을 퍼올려야 한다는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이쯤되면 노골적으로 사람의 안전보다 수익과 비용부터 계산하는 막장 현실이라 하겠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처럼 시간이 빨리 흐르는 자본주의 사회를, 강상중 선생님이 마계 같다고 표현하는 대목에 공감을 합니다. 좋은 일자리를 향한 경쟁은 치열하고, 심지어 힘들게 얻은 일자리도 (갑자기 회사가 망하거나 해서) 타의에 의해서 그만둘 수도 있고, 때문에 이제 생존해서 평범하게 살기조차 어쩌면 벅차게 느껴지는 사회. 고단한 사회에서 어느새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사람도 많아지는 것만 같습니다.

 

 오늘의 소소한 결론입니다. 여유와 평온을 잃어버리고 살아간다면, 딥워터 호라이즌의 비극은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게 됩니다. 매우 유명한 말이 있지요.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점입니다. 내 삶이 제대로 된 방향인지 점검해 볼 수 있기를. 끝으로, 갑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으로, 비극을 겪었던 우리네 을이 있다면, 저는 오늘도 꼭 힘내라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리뷰 마칩니다. / 2017. 03. 07.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