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가끔은 별 생각 없이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를 즐겨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압도적 크기를 자랑하는 콩이 등장해서 박살내고, 포효하고, 살아가는 것을 보고 나오면 마음이 절로 편해질지도 모릅니다. 다쳐서 아프면 가만히 감싸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주변의 위협에는 분노할 줄 알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소중히 다루는 모습. 같이 보았던 친구의 말을 빌려, 콩이 사람보다 더 낫네!
영화는 미지의 섬 스컬 아일랜드를 향해, 대규모 탐험단이 조직되어 모험을 떠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인류는 인공위성이라는 놀라운 기술발전을 이루어냈습니다. 이제 이 곳 미지의 섬에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직접 알아보고 증명하기 위해서 미국은 대규모 팀을 보내게 됩니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적국 러시아가 먼저 정보를 알아차리기 전에 우리가 간다는 것이에요. 미국의 선제조치는 대단한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오만한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배는 섬 근처까지 왔네요.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섬 주변은 폭풍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배의 선장은 더 이상은 진입할 수 없다고 경고하지만, 전쟁영웅 패카드 중령은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며 헬기 강행 진군을 선언합니다. 중령의 리더십, 나를 따르라 식의 독불장군 행보는 영화내내 계속되는데요. 제 아무리 고위직의 숙련가라 할지라도 불통하며, 판단 실수가 계속된다면 밑의 부하들조차 따르지 않음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패카드 중령은 복수에 눈이 멀어서 무엇이 진짜 적인지 오판한 경우라 하겠네요.
섬에 진입하자 마자, 탐험단은 대규모 폭약을 땅에 터뜨리며, 지질조사(?)를 하기 시작하는데, 가짜 행위였습니다. 이를 통해 아주 거대한 콩이 나타났습니다. 헬기들은 순식간에 몽땅 추락하는 데, 이 섬의 왕은 콩이다 라는 것을 힘을 통해 드러내주고 있네요. 추락하며 뿔뿔이 흩어진 탐험단, 자연스럽게 각자 살아남기 위해서 이동을 시작합니다. 그 중에서 잘생긴 용병 콘라드와 사진기자 위버양의 대담함이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주연이니 당연하잖아!) 위버는 틈만나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데, 영화 속 숨은 메시지가 전하고 싶어하는 진실이 있습니다. 때로는 총칼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힘이 세다는 것.
콘라드와 위버 일행은 섬을 계속 탐험하는 도중에 이 곳 섬에 거주중인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깜짝 놀랬네요. 벽과 같은 모습으로 위장하고 있을 줄이야.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이 곳 섬에서 갇혀 지낼 수 밖에 없었던 노인도 만났습니다. 노인의 도움으로 무사히 마을로 안내 받는 콘라드 일행, 그리고 콩의 다른 모습을 전해 듣습니다. 콩은 이 섬의 왕이자 신적 존재이며, 사실은 인간들을 지켜주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괴수 악당 도마뱀이 나타나는데 이를 무찔러 주는 것이 콩이라는 것. 생태계로 치자면, 콩은 삶을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좋은 왕이라는 건데, 그러면 콩을 향해 처음부터 무자비하게 무기를 쏘지 말았어야 했군요!
패카드 중령은 그러나 콩에 복수하기 위해서 자신의 대원들을 이끌고, 계속 진군하여 콩을 향해 탄약을 쏟아 붓습니다. 그러나 저력의 콩은 끝까지 버텨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대로 죽지 않아!!! 영화가 막바지에 다를 수록 전개는 멈추지 않고 빨라지며, 대형 악당 도마뱀 대장까지 등장하며 괴수 난투전이 벌어집니다. 사연을 알고 있는 관객들은 자연스레 콩이 이기기를 응원하지요. 그리고 적이 무엇인지 확실히 깨달은 콘라드쪽 일행은 도마뱀을 향해 기관총을 아낌없이 쏟아붇습니다. 거대 도마뱀도 악역 대장답게 어찌나 끈질긴지... 어지간히 싸워도 자꾸 일어납니다.
이제까지 먼 길을 달려온 -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정의가 승리해야 합니다! 콩의 판정승, 그리고 소중히 자신을 도와준 위버 기자를 구출해내어 내려놓습니다. (아무리 급해도 여인은 지킨다!) 이로써, 이제 이 섬의 정체는 드러나고 말테지요. 사진 한 장이면 콩의 존재도 끝장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위버의 마지막 대사는 참 재밌습니다, 우리 못 본 걸로 하자는 것. 자연의 생물은 자연 상태일 때, 가장 행복할테지요. 그 거대한 문어를 만나서도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횡재했다며 식사를 즐기던 콩의 재치 있는 모습처럼 말이에요.
최근에 헐리우드 영화, 로건, 콩을 연속으로 보게 되었는데, 절친은 저를 보고 맹비판을 쏟아냅니다. 저 중년의 로건도 몸짱이고, 이 거대한 콩마저 저렇게 몸이 튼튼한데, 저보고 제발 운동해서 살 좀 빼라는 겁니다. 저는 인간만이 탐욕스럽게 많이 먹을 수 있는 존재라고, 먹물같은 항변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오늘도 많이 부끄러웠네요. 부모님도 안 계시는 콩은 그렇게 열심히 힘껏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과 기회 앞에 곧장 달려갑니다. 자기 삶의 책임을 다한다는 것, 자신의 인생을 아낀다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의 리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 2017. 03. 1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