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노무현입니다 (Our President, 2017) 리뷰

시북(허지수) 2017. 9. 20. 03:11

 

 저는 2002년이 참 좋았습니다. 축구를 좋아했는데, 대한민국이 글쎄 월드컵 4강까지 진출했고, 열심히 함께 응원했던 장면을 평생 잊지 못할테죠. 게임을 좋아했는데, 그 철없던 순수한 나이에 만든 동호회가 많은 사람들의 도움에 힘입어서 훌쩍 커가던 기쁨이 좋았습니다. 사람은 관계를 통해서 힘을 얻고, 관계 속에서 천국을 맛보는 게 아닐까 지금도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일 중 하나는 노무현 태풍, 훌륭하고 옳은 바보가 역사의 중심에 서게 되는 장면을 두 눈으로 목격했기 때문이죠. 힘들더라도 올바른 길로 살아야 함을 행동으로 보여준 모습. 그리고 15년이나 흘렀네요.

 

 눈물의 2009년 5월 이후로는, 8년이 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저는 그 사이에 변해버린게 아닐까... 혹여 재빠르고 이익에 밝은 모습으로 변해버린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 입니다. 낙선을 거듭하는 모습이 담겨 있고, 하이라이트로는 민주당 경선에서 1위로 올라서는 감동적이고 놀라운 실화가 담겨 있습니다. 서울 종로에서 당선되어 국회의원이 되었는데, 그 좋은 자리를 놔두고 다시 이 곳 부산으로 내려와 지역감정을 타파하고, 동서화합을 꿈꾸는 모습. 올바른 것을 위해서 살아가는 모습이 마음 따뜻하게 전해져 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부산에서 낙선하고 맙니다. 민주당 간판을 걸고 낙선이라니 당연한가요. 그렇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부산 사람들은 한나라당만 묻지마 대놓고 찍어주는 모습을 이제 보여주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이제 부산에서 민주당이 표를 많이 얻습니다. 그리하여, 많은 이들이 19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기도 했습니다. 함께 일을 하던 50대 아저씨들도 제게 19대 대선을 앞두고, 단디 잘 보고 찍어라! 나라를 망쳐놓으면 이제 진짜 안 되는 거다! 라고 강조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문재인 패밀리가 되었습니다. 영화에서 언급했던, 노무현의 시대를 2017년 현재 살고 있는 거죠.

 

 노짱은 연설을 감동적이게 잘 하셨습니다. 뒤로 물러서거나 숨지 않았고, 정면돌파를 통해서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태도가 강렬하게 전해져 옵니다. 대한민국의 엄연한 권력이라 할 수 있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에게도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며, 여론 공방전에 밀리지 않는 날선 예리함을 보여줍니다. 한편, 인기가 높던 이인제 후보의 공격적인 연설은 제법 실망이었네요. 노무현의 돌풍을, 광기, 히틀러에 비유하는 자기편 팀킬을 서슴치 않는 모습에서, 권력에 사로잡히면 멀쩡한 사람이 검게 변해버리구나를 느낄 수 있습니다.

 

 노무현 팬클럽이죠? 노사모의 활약상이 비중 있게 담겨 있는 데, 그들의 열정적인 모습에서, 진심이 바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 잡는구나를 배웁니다. 노사모가 너무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길래, 상대 진영에서는, 도대체 얼마를 받으면 그렇게 밥도 잊을 만큼, 잠도 잊을 만큼, 선거운동을 하느냐고 묻습니다. 그래요. 실은 돈 같은 외부의 힘이 작용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바보 노무현의 매력에 빠져버린 겁니다.

 

 저는 노사모 였던, 서 선생님이 생각이 납니다. 왜 노사모로 시간과 열심을 내느냐는 질문에, 서 선생님은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면, 분명 세상이 지금보다는 더 우리를 위해 진심으로 노력할 것임을 믿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 그 진심들이 노사모의 정체였죠. 저는 서 선생님에게 크게 감동을 받았습니다. 집에 가서 조선일보를 절독선언하고, 진보성향의 신문으로 갈아탔습니다.

 

 그렇게 벌써 세월이 15년이나, 흘렀네요. 어서 최저임금이 생활할 수 있는 수준만큼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밥벌이가 너무 힘들어 우울한 서민이 줄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눈높이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도 이제 대놓고 갑질은 못하게 되었잖아요. 확실히 세상은 좋아지고 있는게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세상은 절대 저절로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 같이, 무모하고 앞서나가는 멋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오늘의 역사는, 어제의 귀중한 사람들에게 은총을 입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힘내어 오늘을 열심히 살겠습니다. 부끄럽지 않게 삶을 보내겠습니다. 쉽게 좌절하지도 포기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 귀를 열어 두고, 때로는 고개를 숙일 줄 알고, 그리고 불의하지 않게 정직하게 살도록 - 지금 나의 모습을, 멀리 떨어져, 다시 보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한 번의 젊음,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 2017. 09. 20.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