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기타

감사38. 나의 장점과 단점 - 구체적으로

시북(허지수) 2019. 12. 20. 21:57

 

 언젠가 꼭 한 번 읽어야지 하는 책이 있었으니, 자존감 수업이라는 책이었다. 열심히 읽고 있고, 마음에 쏙 드는 멋진 말씀들 (예컨대 자존감이 가장 강력한 스펙!) 에 감명 받아서 필사를 하기도 했다. 내 컴퓨터 책상 앞 커다란 화이트보드에 포스트잇을 이용해 붙여두었다. 그건 그렇고 구체적인 숙제가 있으니까 적극적으로 따라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 과제를 지금 실행한다.

 

1. 나의 장점들 vs 나의 단점들

 

솔직히 장점보다 단점이 먼저 생각난다. 그리고 이것이 자연스러울만큼 그동안 부정적인 경험이 많았다는 아픈 삶이었음을 고백한다. 건강을 잃었으며, 많은 것을 포기해 왔으며, 가진 것들은... 이루어 놓은 것들은... 나이가 마흔인데도 제로에 가까울만큼 없었다. 그저 견뎌왔다.

 

단점1. 인내력 부족. 치명적이었다. 하기 싫은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단점2. 마무리 부족. 시작하기를 즐겨하면서, 끝내는 것은 너무나 없었다.

단점3. 말이 앞서는 사람. 한자 묵자가 주는 무게와 가치를 요즘에야 배운다. 나는 너무 가벼운 사람.

 

장점도 적어야 하니까 억지로라도 찾아봐야겠다. 겸손의 언어가 아니다. 가끔은 장점을 봤을 뿐이다.

 

장점1. 혼자 잘 놀기.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고, 혼자 있는 시간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장점2.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꿈을 간직한 사람. 몽상가 인지 모르나, 나에게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장점3. 책이 좋은 사람.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책과 가까운 친구였다. 병약한 나에게 책은 축복의 세상이었다.

 

2.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들 vs 잘하지 못하는 일들

 

나는 운동에 소질이 없고, 또 잘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몸을 움직여야 마음의 스위치도 더욱 건강해진다는 결과들에 큰 자극을 받는다.

별일 아니지만 매일 가볍게 산책한다거나, 매일 몸을 씻는다거나, 또한 예술 (음악이나 미술) 을 가까이해도 인생은 더 밝아진다.

이것들을 아파서 알게 된 것이다. 어렵게 알게 된 진실들을 더욱 중요하고 가치 있게 여기기를 소망하고 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일은, 배우게 된 것을 정리하는 태도이다.

20대 때는 해외축구이야기를, 30대 때는 멋진 큰별쌤의 한국사이야기를 말 그대로 정리해 왔는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마흔이 될 무렵에는 감히 정신건강의학을 정리하고 싶긴 한데... 막연하고 두려운 꿈이다.

그렇지만 나 자신을 위해서,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고 견뎌나가기 위해서 꼭 한 번은 도전하고 싶다.

 

3. 타인이 말하는 내가 잘하는 것

 

지수가 글을 얼마나 잘 쓰는데~

살아오면서 감사하게도 그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었고, 올해도 들었고, 심지어 지난 달에도 들었다...

처음 싸이월드와 야학시절에 들었을 때는, 굉장히 놀랬고... 뜻밖의 분에게 들었을 때도 감사했고...

요즘에는 이 쪽 분야로, 아예 꾸준히 노력해서 책을 써보는 것처럼, 애써 보라는 이야기까지 들은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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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떻게 마무리 해야할지 막막하고 난감하다. 나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되고 인정하면, 사랑이 피어날 수 있을까.

의사 선생님의 말로는 그렇다고 한다! 이 고백들을 통해, 몇몇 지점들을 예전보다 훨씬 선명하게 알게 되었다.

좋은 글을 계속해서 쓰려면, 계속해서 읽어야 하며, 또한 아는 만큼의 실천이 따라가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어쩌면 수도자와 같은 길이 아닐까 생각된다.

 

예전부터 이와 같이 추구하는 삶의 높이가 무척 높았던 것 같다. 그래서 매사 자신감은 전혀 없었다.

그래도 지혜는 조금 자랐는지 요즘에는 10점 만점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식으로 말한다면, 5점만이라도 받을 만큼 꾸준히 노력하는 태도가 더 근사하다 믿는다.

혹여 인생이 정말로 말하는대로 이루어진다면, 나는 40이 되고, 50이 되고, 계속해서 감사하며 쓸 것이다.

이제는 불완전한 내 모습을 훨씬 더 사랑하고 아끼므로, 포기하지 않기를. 계속 나아가기를...

 

2019. 12. 20. 감사프로젝트 38번째 일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