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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Review]/영화

#7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1984) 리뷰

친절한 시북(허지수) 2020. 6. 27. 01:50

 

 이번 주 넷플릭스 영화감상은,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야기 입니다! (제 리뷰에는 본편 내용이 있으므로, 흥미가 있으신 분은 영화를 먼저 보시기를 권해봅니다.) 동호회 지인 감꼭지님이 보고 계셔서, 저도 이참에 봐두기로 했습니다. 나도, 나도요의 심리입니다! 슬픔을 넘어, 미래를 연다. 10글자로 내용을 압축해 봤습니다. 인상적인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 보겠습니다.

 

 1. 인생을 슬픔이나 증오로 물들이지 않겠다는 결단

 

 나우시카는 눈앞에서 소중한 사람을 잃었고, 당연히 정신줄 놓고 무기를 휘두릅니다. 영화 속 슬픔이 가득한 장면입니다. 그러나 칼을 거두고, 적국의 대장에게 자비를 베푸는 용서와 결단을 보여줍니다. 자신이 분노에 차 있으면서 적병을 몇 명 더 죽여서 싸움을 크게 만들면, 그것은 바람 계곡의 많은 주민을 죽이는 행위가 된다는 계산이었죠. 리더의 자리란 그렇게 괴롭다는 것이, 어쩐지 무겁게 다가옵니다.

 

 나우시카는 슬퍼했고, 힘들어했습니다. 소중히 키워왔던 자신만의 비밀 정원도 이제는 더이상 돌보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현실로 나갑니다. 현실은 전쟁터 입니다. 균류가 지배하는 세계는 멸망 속으로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 소녀는 자신이 지키는 가치, 그 중심을 단단히 잡은채, 결코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한 사람의 바람계곡 주민도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나아가 벌레가 나쁜 것이 아니고, 벌레를 괴롭히는 잔혹한 행위가 나쁘다고 온몸으로 말합니다.

 

 2. 어쩌면 세상을 바꾸는 것은 한 사람의 아이디어나 결단이 아닐까

 

 저는 나우시카를 보면서 깃발 이야기가 불현듯 생각났습니다. 백명이 있으면, 특이한 한 사람은 깃발을 들고 달려가 이 곳이 우리가 살아갈 새로운 세상이라며 변혁을 주장하고 앞서갑니다. 그 독특한 개인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혜택을 누리고 살아갑니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이 진실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주 매혹적이고 아름답습니다. 저도 WWW 라는 좋은 세상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블로그와 카페에서 긴 세월 즐겁게 지내올 수 있었지요, 만일 18세기였다면 신분차별에 시달리며 책을 읽는 여유도 없이 평생을 살아야 했을지 모르지요. 그 점에서 운이 좋았습니다. 게다가 생각해보면, 환경은 계속 파괴 되어서 시대가 지난다고 더 아름답게 변하는 것이 아님을 느끼고 있습니다. 2020년 당장 코로나 때문에 온 국민이 저마다 얼마나 고생인지... 하지만 이 또한 뛰어난 사람들의 밤낮없는 연구로 치료되는 그 날이 올 것임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어린 벌레를 괴롭히는 적국 병사에게 온몸으로 맞서 뛰어드는 나우시카. 상처투성이가 되면서도 어린 벌레를 구해냈고, 아주 놀랍게도 벌레는 나우시카를 우호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기적 같은 소통의 이야기 입니다. 어린 벌레는 수 많은 벌레들에게 그녀가 우리 편이라고 말해주었고, 바람 계곡은 멸망 직전의 위기 앞에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3. 나 자신을 괴롭히는 행위는 그만두기

 

 저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이색적으로 다가 왔는데, 벌레에 스스로의 모습을 비춰보게 되었습니다. 어린 벌레는 자신만의 소중한 꿈으로 잠시 겹쳐 보였습니다. 영화 속, 어른들은 그런 황당한 꿈이라면 당장 버리라고 떼어냅니다. 어떤 이들은 비웃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자신만의 소중한 꿈을 두 손을 펼쳐서 정면으로 마주한다면, 어쩌면 상처입는다고 할지라도, 그 꿈은 비로소 살아나게 됩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의 하루를 활기차게 보낼 수 있게 해주는, 멋진 보물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시선으로 바꿔봅니다. 벌레는 물론 여러가지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자연으로 보면 금방 쉽게 와닿을 것 같습니다. 핵으로 대변되는 과학 기술력으로 자연을 분석하고 정복해 보려하지만, 자연은 그보다는 훨씬 무섭고 정교한 것입니다. 게다가 영화 후반 막강한 과학 무기는 그 위력에 한계가 있음이 처참히 드러나고 맙니다. 거신으로 나오지만, 실은 불완전하고 오만한 인간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벌레는 끝없이 다가옵니다. 다르게 말해, 자연을 적대하는 인류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메세지는 매우 선명합니다. 예컨대 나무를 경제적 가치의 이유로 자꾸 쓸어버리면, 결국 인류는 역사상 최초로 산소부족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고산병의 일상화라니 살벌하잖아요.

 

 4. 만약 누군가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면 나는 손을 내밀 수 있을까

 

 이 질문이야 말로, 1984년에 던져진 질문이지만, 35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한 질문입니다. 시대는 거꾸로 흐르기도 해서, 이제는 나 몰라라 처세야 말로 훌륭하고 사려깊음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SNS로 엄청나게 인간관계가 연결된 것 같지만,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통스러운 순간 내 편을 들어줄 마음 통하는 친구 한 명이라도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정신과 전문의 윤대현 선생님의 팁을 하나 소개한다면 서로 주고 받는 관계가 이상적이라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우시카가 오히려 치료 받는다는 대목은 아주 큰 의미가 담겨 있고, 소름 돋게 멋진 결론이 아닐까요.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행위야 말로, 역설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우시카 이야기를 정리해봤습니다. 생각을 정리하는데,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강인한 주인공 소녀 나우시카 처럼 살아가는 건 몹시 어려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몇 걸음 물러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시작해 봅시다. 간단한 것부터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기, 가까운 친구와 즐겁게 지내기, 중요한 사람인 것처럼 살기 입니다. 다이어리 6월 마지막 장에 이 문구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세상에는 뛰어난 사람들을 너무도 존경한 나머지

 자신에 대한 존경심은 눈곱만큼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힘든 순간, 그 사람의 편에 서서 말없이 위로해 줄 수 있다면, 그 모습이야말로 존경 받아 마땅할 모습이 될테지요.

 그만둬! 라는 말에는 큰 힘이 담겨 있음을 느꼈던 작품이었습니다.

 리뷰는 여기에서 마치겠습니다. 두서없는 글이었습니다. 장문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2020. 06. 27. 만화가 좋은 시북 (허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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