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Storm of Bipolar

3장. 내려오는 리듬에 몸을 기대어

시북(허지수) 2025. 8. 4. 09:37

 

 불꽃 같은 에너지, 활활 넘치는 에너지가 서서히 꺼져가는게 느껴졌다.

 그런 것이다. 속도가 200킬로미터가 넘는다는 아우토반 고속도로 라고 해도,

 그 구간이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다. 그것은 삶 또한 마찬가지다.

 

 2주 정도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나는 점차 활력을 잃어갔다.

 혹시... 정신건강의학과 약 때문에 나는 이렇게?

 누구나 마주할 법한 문제에 나 역시 부딪히고 말았다.

 

 지금은 당연히 통찰 넘치게 그래프까지 그려가면서 말할 수 있다.

 "왼손은 거들 뿐!" (아, 이건 만화대사고 참...)

 "약은 우리를 도울 뿐!"

 관해라는 표현이 있다. 훨씬 안정되고 좋아진 상황을 말한다.

 

 완벽히 나아버렸어요. 라는 말은 일단 나에게는 어울리진 않는다.

 지금은 명백히 안다. 조울증의 폭풍우는 일단 한 번 올라가 버린다면,

 그 반대지점까지 내려오는 구간이 있다는 것을. 부드러운 곡선을 상상해 보시면 좋을 거 같다.

 물론! 내려오는 그 구간이 결코 간단하다거나, 덜 아프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다만 받아들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약 먹어서 멍해지고, 바보가 된다면, 솔직히 누가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겠는가!

 

 자 여기까지 배경을 깔아두고, 나는 적절한 약 덕분에, 충분히 안정을 찾아갔다.

 훨씬 잠을 잘 청하게 되었고, 밤샘은 절대 피하게 되었으며, 뭐 조금 살도 쪄갔다.

 하물며 타이레놀도 한 번에 지나치게 과다섭취하면 위험한데,

 다른 약들도 그 사용법을 지키는게 중요하다.

 

 다행히 잘 지켰다. 일단은 처음이니까 그런 것도 있고 말이지.

 

 그런데 솔직히 자신감은 많이 떨어지긴 했다.

 그렇게 좋아하던 영화와 또 제법 즐겨 읽던 책들도, 약간 수면 유도 장치 같이 느껴졌다.

 

 이 지점도 우울감이라고 내 감정을 속 시원히 지른다면,

 바깥 세계가 이제 다시, 하늘에 흐르는 구름의 속도로 흘러가는 구나.

 또한, 이제 다시 밥벌이를 마주할 수 있을까 라는 현실감각까지도 나를 슬프게 했다.

 우리 모두 병원에 가면 종종 보지 않던가.

 건강을 잃은 것은, 사실 모든 것을 잃은 것에 가깝다고.

 

 그리하여, 내려가는 마음에 몸을 기댄채, 시간이 약이 될 것이라 믿으며, 버텨나갔다.

 라포 라고 하던가. 이른바 의사 선생님과의 커뮤니케이션도 굉장히 합이 좋아서,

 나는 빠른 상태로 현실 감각을 되찾아 왔다.

 

 나의 내면은 이제 씁쓸하게 응원해 주었다.

 시간 여행 이제 그만 하실 때가 되었군요!

 그리고, 버스를 타고, 밖을 바라보다가,

 그만 또 잠이 드네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소파에 기대어 TV채널을 돌리네요. 어~ 5분쯤 흘렀을까, 꾸벅 졸았다 보니까, 초저녁.

 아뿔싸!!! 오늘도 망했구나~ 아니야 아니야. 재충전 했구나~ 얼쑤, 내 인생 좋다!

 요즘식으로 말한다면, 이런 느낌이다.

 넷플릭스 요금이 결제 되었습니다. (앗? 나 이번달에 뭐 본 거 없는데...)

 

 글까지 졸리고 지루해지면 안 되니까, 이제 흐름을 조금 빠르게 가보자.

 몇 달간의 안정화 시간을 거치고 나니까,

 나의 조울병 지식도 조금씩 쌓였다. 책에 의하면, 예술이나 정치 분야에서도 이 병을 앓은 사람이 있었고...

 때로는 조울의 광기 같은 시선은, 평범한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분야를 개척하는 데, 쓸모가 있었기 때문에...

 이 유전자는 아직까지도 우리들 세대에 전해지고 있으며, 생물학적 유전 및 재발 가능성은 어떻고... 등등

 

 여기서 굉장히 위험한 착각이 하나 있는데,

 내가 마치 가운 입은 의사가 된다거나, 또는 고도의 의학적 판단을 한다거나,

 결단을 내려서 쉽게 조언하고, 결정하면, 완전히 사람을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계했으면 좋겠다.

 

 영어식으로 잠시만 쓰면, 전문가는 내가 아니라 "그 사람" 이다.

 내가 아파 귀를 기울여야 할 때, "그 사람의 말(진료행위)"을 아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부끄럽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쓰는 것이다.

 

 나는 내가 충분히 컨트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제는 한 번 겪었으니 된 것이라고,

 겨우 몇 달을 거쳐서 자신감을 찾았다고, 시간아 고마워, 라고 외쳤다.

 그새 체중도 5킬로그램에서, 그 너머 거의 10킬로그램 까지 증가했다.

 

 정신과 약... 뭐, 이제는 안 먹어도 되지 않겠어.

 그 안일함이 나를 거짓말의 세계로 이끌었고, 솔직한 상담을 이제부터 방해했다.

 "선생님 저 잘 지내요. 이제, 감사해요."

 

 그리고, 재발(다시 병이 발생함) 그리고 더 나빠짐! 의 세계로...

 그야말로, 커다란 폭탄이 터지는 급의, 초대형 사고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정직했다면 훨씬 좋았을 꺼 같다.

 그냥 다짜고짜 "선생님, 진짜 좀 이거 안 먹고 싶은데, 어쩌나요." 털어놓는게 좋았을텐데 말이다.

 

 나의 두 번째 긴급 병원행은 좀 더, "인생의 슬픈 멜로디" 같아서, 다음 장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