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알파레이디 북토크 리뷰

시북(허지수) 2013. 9. 16. 16:50

 제가 평소 좋아하는 저자가 많이 보여서, 그대로 집어들었고, 정말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던 책, 알파레이디 북토크 입니다. 정혜윤, 김미화, 곽금주, 김정운, 우석훈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중이신 멋진 사람들의 현장 강의를 책으로 묶은 내용입니다. 책을 펴자마자 저는 한바탕 크게 웃었는데, "정교수직을 과감히 버리고 현재 일본에서 애니메이션학과 대학생으로 새 인생을 시작한 김정운 박사님" 정말 즐겁게, 멋있게 사시는구나 싶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상상력과 호기심이 시들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신나는 인생"을 사는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운 선생님은 정말 예리한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누구인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빼고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모든 지위를 버리고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서 잘 설명할 수 있다면, 이제껏 괜찮게 살아온 인생이 아닐까 싶고요. 저 역시 잘 설명할 수는 없었는데, 나름대로 이런 대답을 내놓아 보았습니다. "나는 하루를 즐겁고 의미있게 보내고 싶어하는, 욕심 많고 소박하고, 하여간 복잡한 인간이구나!" 그래서 헛발질 잘하는 모습을 여전히 사랑해 보려고 노력중입니다. 하하. 사회적 지위를 빼고, 나는 누구인가? 라고 질문하는 건, 깊숙한 통찰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 : 정혜윤 등저 / 경향신문 인터랙티브팀 편 / 출판사 : 들녘

 출간 : 2013년 01월 15일 / 가격 : 12,000원 / 페이지 : 304쪽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글솜씨를 가진 작가, 정혜윤 선생님의 이야기는 눈물 나게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아, 나는 모든 것을 알지 않아도 되는구나. 나는 반사를 잘하면 되는 거구나. 나는 잘 듣고, 잘 묻고, 잘 옮기면 되는 거구나. 그것이 제게 거대한 위안이었습니다. 잘하기 위해서 마음을 열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2013년 초부터 몸이 심하게 아플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글을 써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동기는 발상의 전환에 있었습니다. 부족하다고 생각할 때가 세상에 내놓을 때다! 지금 당장 내놓아야 할 순간이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책과 영화 등을 테마로 즐겁게 글을 쓰다보면, 항상 어딘가 모자란 대목을 발견하게 됩니다. 좀 더 많이 알았으면, 좀 더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라고 후회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의문. "정말로 부족한 사람이 무엇인가를 계속 해나가도 되는걸까? 아무리 블로그가 사적 공간이지만, 이건 너무 오만한 작업이 아닌가? 나의 느낌과 시선을 암묵적으로 강요하고 있는건 아닌가? 등등..." 그 때 정혜윤 작가님의 선물같은 이야기를 만난 것입니다. 잘 듣고, 잘 묻고, 잘 옮기면 되는 것, 마음을 열면 되는 것. 네, 그 정도라면 정말로 자신 있었습니다. 그래서 거대한 용기를 얻었습니다. 처음으로 "과감히 끝까지 한 번 가봐도 되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거대하고 찬란한 서치라이트(탐조등)가 아니라는 걸 잘 압니다. 섬세하고, 예민하고, 글 조차도 혹여 과격하지 않은지 늘 되묻는 피곤한 성격이고요. 하하. 그러나 반딧불 처럼 잠깐씩 깜빡이며 누군가에게 작은 힘을, 작은 기쁨을 나눠주는 것은 살아가면서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확신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정헤윤 선생님을 통해 고맙게도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자유란? 제멋대로 삶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통해서 다른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가며, 함께 즐겁게 소통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유란, 문을 닫지 않아야 한다는 것!

 

 홍성태 교수님의 이야기도 매력적이라 소개해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뭔가를 즐긴다는 것은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그 사람과 희노애락을 같이 하는 겁니다." / "속으로는 타인의 행동이 이상해 보여도,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생각과 마음을 이해해 보는 것" 이것이 공감하려는 태도라고 합니다. 무척 어렵긴 하네요. 하하. 그런데, 사람의 마음을 얻는데 있어서, 문제를 해결해 버리는 것보다, 문제에 공감했을 때, 더 장기적 관계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는 듯 합니다. 조금 오글거리는 유명한 대사를 빌리자면, "아프냐? 나도 아프다!" 라는 거지요.

 

 사람을 끄는 매력의 원천, 그것은 미모나 학식이 아니라 공감능력임을 홍성태 교수님을 통해서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조금 놀라운 사례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1급 사형수를 무료로 변호해서 죽음으로부터 건져냈던 변호사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사형수) 누구로부터도 다음 두 단어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 두 단어는 thank you 입니다." 극악무도한 살인자가 사실은 공감능력을 상실하고, 감사를 표현할 줄 모른다는 이야기가, 오래도록 마음을 울렸습니다. 이 대목은 완전히 반대의 관점에서 접근해 들어갈 수 있는데요. 감사하다고 자주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훨씬 아름답고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소한 일에도, 가까운 사람에게도, 잊지 말고 표현해야 하는 말, "감사합니다" 입니다.

 

 그러면 공감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대를 잘 관찰하거나 의견을 주의 깊게 듣는 것" 사소하지만 정말 핵심적인 대목입니다. 가령 친한 친구와 식사 중에, TV화면에 시선을 빼앗겨서 아이돌 그룹을 빤히 보고 있다면, 이런 사람은 정말 공감은 커녕 욕먹기 쉽겠지요. 아, 이거 제 이야기 입니다. 하하. 상대방에게 초점을 맞추고, 집중을 해야, 그 사람이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건지, 목소리의 높낮이와 말의 속도를 통해서까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의사소통의 질이 훨씬 좋아진다는 것. 그러니까 소중한 사람이 이야기 할 때, 제발 한 눈 그만 팔자고요! 안 그러면 저처럼 "저기 손나은이..." 하다가 된통 욕먹습니다. (웃음)

 

 저는 "사람은 관계를 통해서, 경험을 통해서 배우고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수 있다" 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하루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방법, 사람에게 잘 대하려는 방법을 고민해보곤 합니다. 홍성태 교수님은 그림을 하나 소개합니다. 흰 꽃이 가득 펼쳐져있고, 가운데는 유독 빨간 꽃 한 송이가 도드라져 보입니다. 결국 한 사람을, 그 빨간 꽃 한 송이처럼 각별하게 대하는 것, 오늘 하루가 그저 펼쳐져 있는 뻔하고 수많은 하얀 날들이 아니라, 다시는 오지 않을 황홀한 날이라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시도하는 첫 번째 날"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두서 없는 초고속리뷰는 이쯤에서 마칩니다 ^^ 지나치게 바빠 보인다 하더라도, 1시간만 짬을 내면, 이렇게 리뷰를 쓸 수 있다는게 무엇보다 고마운 하루 입니다. / 2013. 09.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