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마음의 힘 리뷰

시북(허지수) 2016. 2. 1. 00:13

 

 현대가 되면서 발전된 사회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이제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서, 스마트해졌다고 착각하기도 쉽습니다. 그 결과 자기는 뛰어난 사람이고, 남을 우습게 여기는 희한한 사람들이 하나둘 등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황당한 세계에서 살아갈 의미를 찾지 못한 채,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를 미리 예견했던걸까요. 책 중에서 소개된 나쓰메 소세키의 창작 메모는 현대 사회를 경고하고 있습니다.

 

 "Self-consciousness(자의식)의 결과로 신경쇠약이 생긴다. 신경쇠약은 20세기의 공유병이다. 인지, 학문 등 모든 것들이 진보하는 동시에 그 진보를 가져오는 인간은 한걸음씩 퇴폐하여 쇠약해진다." (p.40) 이 신경쇠약은 21세기에 들어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인간은 정말로 퇴폐의 아수라장으로 첨벙첨벙 걸어들어가고 있습니다. 자신보다 깨끗한 사람을 몰래 비웃습니다. 나아가 자기 자신을 합리화, 정당화 시켜나가는 인간의 모습은 얼마나 웃기는 모양새 인가요. 조금 안다고 착각한 채, 남 위에 서려고 하는 인간의 오만함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자 : 강상중 / 역자 : 노수경 / 출판사 : 사계절

 출간 : 2015년 04월 17일 / 가격 : 12,000원 / 페이지 : 208쪽

 

 

 그러면 이 황당하고 잔혹한 시대에 중요한 것들은 무엇일까요. 소세키는 방치된 사람들의 마음을 글로 담아 내려 했다고, 강상중 선생님께서 직접적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21세기의 우울증 환자 일본 내 100만명. 한국의 경우 10만명당 자사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 는 일본 보다 더 많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헬조선, 지옥불반도 라는 말이 유행하는 이 무시무시한 마계.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요.

 

 강 선생님의 표현을 따라가봅니다. "보이지 않는 탄환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아닐까 합니다." (p.47) 다르게 표현한다면, 이 시대는 전쟁 중인 세계라고 쓸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생존을 위한 전쟁 중. 그래서 매일이 고달프고, 어떤 이들은 매일이 절망적이고,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는 비참한 일상이 이어지는 세계. 그렇게 혹독하게 마음이 아픈 이들을 외면치 말고, 조용히 귀기울여 듣고, 글로서 담아낼 수 있다면... 그리고, 실제로 약한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보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우리는 그렇게 세계의 강요와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희망과 가능성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나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절망 속에서라도 괜찮아. 조금만 더 힘내서 살아가자.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라고 말입니다. 그것은 나약한 스스로에게도 거는 비의 같은 것입니다.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그리고 할 수 있어." 그렇게 매일 격려함으로서 보이지 않는 탄환에 맞서서 세상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안이 전혀 없을 때는 이렇게 라도 해보자 라고 강상중 선생님은 독려합니다. "지금 사는 동네에 못 살겠으면 다른 동네로 간다, 가족과의 관계가 (도저히) 회복 불가능이라면 혼자서 산다, 편의점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하면 젊은 사람 하나 정도는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잖아요. 참다가 참다가 죽음을 선택하고 마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겁니다. (p.67)" 이 말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기적이 될 수 있기를, 작은 구원이라도 될 수 있기를 저는 소망합니다. 즉, 지금 자신이 꽉 쥐고 있는 가치관을 버리더라도 인생은 계속된다는 것을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네요.

 

 나름대로 책을 꼭꼭 들고다닌다고 생각하는 저도, 실은 대안을 상상하는 창의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습니다. 한국사회는 성공을 위해서 외길을 강요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기 때문입니다. 지금이야 대학의 위상이 점차 낮아지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안정적인 몇 개의 일자리를 놓고 수백의 경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경제는 발전하는데, 일자리가 없어지는 현상. 그리고 마침내 일자리를 포기하고, 삶마저도 위태로워지는 청춘남녀들, 그 동료들에게 나는 "우리 그래도 꼭 힘내요" 라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얻은 큰 위로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외길이 아닌, 다양한 선택지를 가져보자 입니다. 원리주의는 거기에 집착하게 되면, 그 기준만으로 자기 자신을 판단해 버리는 위험이 있습니다. 가령 시험에 올인했다가 떨어졌다면, 자기 자신을 낮은 수준의 사람으로 인식해 버리곤 합니다. 그게 아닌데... 우리는 저마다 다양한 선택지를 들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면, 내가 시험은 아니더라도, 또 다른 도전은 해나가고 있잖아요. 라고 스스로에게 생의 의지를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말이야 말로, 제 마음 속 깊숙한 곳을 어루만져주는 명구였습니다.

 

 "인생의 어느 한 시기에 생산성이나 합리성 같은 것과는 인연이 없는 세계에 풍덩 뛰어드는 것이 결코 무의미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이는 마음의 성장기 이면서 충전 기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효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을지는 몰라도 길게 보면 반드시 그 사람의 인생에 필요한 양식이 됩니다." (p.103)

 

 "일본어로 바쁘다 라는 글자에는 마음이 멸망하다 라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망살이라는 불길한 말이 있습니다. 마음의 병은 시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입니다." (p.121) 처음에 언급했던 화려한 정보 기술 덕분에 우리는 이제 24시간 싸우는 전사가 되어버렸습니다. 마음이 쉬지 못하고, 여유를 찾지 못한 채, 효율적인 하루 라는 것에 대단히 집착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살기 위해서는 여유를 갖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것,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월드 와이드 배틀 대신에, 소중한 시간을 감사하게 느껴가면서, 천천히 하루를 힘내어 살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상중 선생님 / 2016. 02. 0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