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병사의 발라드 (Ballad of a Soldier, 1959) 리뷰

시북(허지수) 2016. 6. 25. 02:07

 

 EBS에서 고전명작을 방영해줘서 저는 우연히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수작, 감사합니다. 병사의 발라드는 러시아 영화이자, 전쟁 영화 입니다. 전쟁의 참혹함에 직접적으로 초점을 맞춘다기 보다는, 전쟁을 경험하고 있는 한 병사가 휴가를 얻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을 재밌게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쁜 러시아 소녀도 나온다는 것! 90분짜리 영화이기 때문에, 몰입해서 보다보면 금새 끝나버려요. 흥미 있게 본다면, 무척 재밌는 작품이 되겠습니다. Daum의 분류를 따른다면, (하이틴) 로맨스 영화이기도 하다는 것.

 

 주인공 알료사는 전쟁 중에 정말 운 좋게도, 탱크를 2대나 격파하게 되었습니다. 그에 대한 포상 휴가를 얻게 되어서 마침내 고향으로 이틀 동안 돌아갈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제 고작 19살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머니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따뜻하게 전해집니다. 그리하여, 그의 기차 여행이 시작되는데...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휴가증 하나만 믿고, 전쟁 중 이틀 안에 머나먼 고향까지 이동하는 게 마냥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도중에는 건초더미를 싣고 가는 군용열차에 몰래 숨어 들어가기도 합니다! 영화는 재밌게도, 거기서 어여쁜 소녀를 만나게 되면서 로맨스의 향기를 물씬 풍기지요. 하여간에 폐쇄된 공간에 남녀가 같이 있으면 안 됩니다. 산소가 부족해집니다! (웃자고 하는 소리고요.) 처음에 군인 알료사는 오해도 받아서, 뺨까지 짝 맞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오해를 풀고, 두 사람은 좋은 친구가 되었지요. 하루만에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를 저는 오래도록 믿지 않았지만, 글쎄 요즘에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 저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 라는 느낌이 찾아온다면, 가끔 사람은 첫눈에 반하기도 하는 거 같아요. 네, 경험담입니다. 그래서, 이상형 같은 글을 블로그 프로필에 써놓기도 했었네요 :)

 

 알료사 역시 이 예쁜 아가씨와 함께 기차를 타게 되면서, 관계가 좋은 사이로 발전되어 나갑니다. 음식을 나눠먹기도 하고, 나중에는 운 좋게도, 기차가 엇갈렸는데도 만나게 되지요. 운명이 따로 없습니다. 나중에 소녀는 고백하지요. "나는 사실 약혼자가 있었다는 거 거짓말이에요.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요. 당신을 사랑한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당신은 나를 사랑했었나요?" 하지만 알료사만을 태운 기차는 끝내 이별처럼, 다시금 떠나갔네요...

 

 알료사가 군용 비누 두 개를 다른 마을에 급히 전하러 갔을 때의 풍경도 전쟁이 무엇을 가져다 주는지 체험으로 알게 해줍니다. 독일군의 폭격이 계속되면서, 여기저기 건물은 무너져 있고, 다리는 끊겨 있고, 서로가 소식을 궁금해 하는 모습이 참 절실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느 부인은 전쟁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대신에, 바람을 피우기도 하는 등, 매우 현실적인 대목도 있어서 깜짝 놀랐네요. 알료사는 단번에 행동으로 화를 내면서, 비누 두 개를 바람 피우는 아내 대신에,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에게 전달해 주지요.

 

 아버지는 비누 두 개를 쓰다듬어보면서 전쟁을 실감합니다. 아들이 잘 있기를 바라는 부모의 간절한 마음, 나는 건강하다고 거짓말까지 해가는 마음이 참 짠합니다. 전쟁 나면, 결국 청년들만 고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청년의 아버지, 어머니들이 모두 동참하는 것이며, 하루 속히 전쟁이 끝나서 무사히 아들들이 돌아오기만을, 오직 그것만을 바라는 것입니다.

 

 영화는 미리 결론을 알려주고 시작했습니다. 알료사가 제대로 돌아오지 못했음을, 그가 전쟁 영웅으로서 기억되고 있음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알료사가 떠나갔던 길을 오래도록 비추면서, 어머님의 모습을 함께 비추고 있습니다. 아버지도 돌아오지 않았고, 아들도 돌아오지 않았을 때, 이 어머니는 어떻게 현실을 버텨나갈 수 있었을까요. 아들과 함께 했던 19년의 아름다운 시간에 힘입어 살아가야만 할까요. 전쟁은 한 개인사로 매우 좁혀 봤음에도, 매우 비극적일 수 있음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주인공 이름을 드디어 떠올렸습니다. 슈라! 두 사람은 제법 오래 시간을 보낸 뒤에야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지요. 슈라는 알료사를 향해 다정한 편지를 쓸 수 있었을까요. 그러나 다 소용 없는 일이 될 수 있음을, 그 시대를 생각해 봤을 때, 답장 없는 편지가 되었음을 고려했을 때, 슈라에게도 전쟁은 비극적 상처가 되겠네요. 영화는 고발합니다. 휴가도 못 누리는 전쟁, 누구를 위한 전쟁이냐, 전쟁해서 좋을 게 뭐냐? 역설적으로 평화의 가치는 얼마나 위대한가!

 

 결국, 언제나 그렇습니다. 전쟁을 하면 이득이 있는 쪽은 권력자의 집단이고, 무명의 병사들은 그 가족들과 함께 전쟁의 고통을 감당해야만 하고, 병사와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 마저 그 비극으로 빨려들어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병사의 발라드 역시, 좋은 반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어머니와의 대화 조차도 시간에 좇겨서 나눌 수 없게 만드는 전쟁이라는 것. 그러므로, 전쟁으로 인류를 협박하는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 2016. 06. 25.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