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루쉰 산문집 리뷰

시북(허지수) 2010. 3. 27. 05:30

 믹시 오류 도 있고 해서, 글을 조금 다듬어서 다시 올려봅니다. 오늘은 책 한 권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루쉰이라는 작가가 쓴,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라는 책입니다. 제목이 조금 생소한가요. 하하.

 저자 : 루쉰 / 편역 : 이욱연 / 출판사 : 예문
 출간 : 2003년 12월 8일 / 가격 : 9,500원
 페이지 : 269 / 판형 : A5
 개인적평가 : ★★★★★

 게임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 저는 2회차, 2번째 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 번 봤던 것, 한 번 했던 것을 또 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있어요. 보통 책은 한 번 읽고, 아는 분에게 드리거나, 아니면 단체에 기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집에 쌓아놓을 넉넉한 공간도 없고요 (웃음) 그런데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라는 이 책은 여러 번 읽었던 몇 안 되는 책 중에 하나였습니다. 루쉰의 날카로운 필력을 닮고 싶어서 이기도 했고, 매번 볼 때마다 놀라운 가르침을 담고 있어서 새로웠기 때문입니다. 몇 가지 매우 인상적인 내용을 소개할까 합니다.

 "무엇을 사랑하든 독사처럼 칭칭 감겨들어라"

 소제목부터가 강렬하지 않습니까. 거기서 루쉰은 과거의 향수에 젖어서 안일함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향해서 쩌렁하게 외칩니다. "옛날을 흠모하는 자 옛날로 돌아가고, 하늘로 오르고 싶은 자 하늘로 올라가고, 영혼이 육체를 떠나고 싶어하는 자 이제 떠나게 되리라" 루쉰은 항상 현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작가입니다. 중국인들의 비겁함과 어리석은 특성과 문화들을 통렬하고 무서울 정도로 철저하게 비판합니다. 게다가 그 비판이 현실의 경험과 사실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것에서, 그 예민함과 명민함을 다시금 느끼게 합니다.

 사람들은 대게 이런 말들을 많이 합니다. 그럴싸해 보이지만, 참으로 비겁한 말들입니다.
 "내가 옛날에 말이지... - 중략 - ...요즘 애들은 말이지"
 "요즘 이게 유행이잖아~ 유행에 뒤쳐지면 곤란해~ 일단 따라가야지~"
 "난 왜 이렇게 불우한 환경인거지, 선생님도, 친구들도, 아 짜증나..."

 그리고 위와 같은 치사한(!) 말들은 저도 종종 하는 말들입니다. 옛날에는 어쩌니..
 그렇게 착각에 사로 잡혀 있는 사람들에게, 루쉰은 냉정하게 깨우쳐 줍니다.
 "당신 옛날이 좋아? 그럼 옛날로 돌아가버려! 옛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서, 누구를 가르치려 하는가?"
 "유행이면 여기에 붙고, 또 유행이 바뀌면 저기에 붙고, 그럼 당신의 진짜 생각은 과연 무엇인가?"
 "가시덤불로 막힌 낡은 길을 찾아 무엇을 할 것이며, 너절한 선생을 찾아 무엇을 할 것인가?"
 "길은 어디에나 있다. 처음부터 길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게 되면서 길이 되었다."

 루쉰은 지독하게 인간을 사랑했습니다. 한편으로 그는 또한 두려워했습니다.
 인식이 갇혀버린 인간들. 생각이 틀 속에 갇혀버린 인간들. 그리고 그 틀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
 과연 그 사방이 강철로 닫혀버린 그 속에 사는 인간들에게 진실을 알려줘야만 하는지 고민했습니다.
 결국 그는 펜을 잡았고, 사람들의 생각이 깨지도록 날카로운 필력으로 중국의 인식을 넓히고자 했습니다.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는 세상이 과연 옳은 세상인가?" - 그가 던진 질문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정당화, 합리화에 직격탄을 던집니다. 좀 더 살펴보지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려고 밀치고, 부딪치고, 먼저 올라간 사람은 올라오는 사람을 밀어내려고 걷어찬다."
 "몇 번이고 도전하다가 마침내 아래에서 발버둥 치는 사람들은 사다리 오르기 조차 포기한 채, 무릎으로 긴다."
 "그들은 오르기가 힘든 게, 위에 있는 사람들 때문이 아닌, 같이 오르려고 하는 내 옆 사람 때문이라 생각한다."

 결국 사회 구조와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들이 - 그 시스템을 어떻게 만드는 지에는 관심을 끊어버리고,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것만 보고, 집착하고, 싸우려 드는, 그런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린 이 묘사들.
 섬뜩하기도 하지만, 오늘날까지 이 현실이 이어진다는 것이 매우... 매우 슬프기도 한 것입니다.
 우리는 투표를 하고, 참여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움직이고자 마음을 먹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결코 아랫사람을 위해서 바뀌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1926년 3월 류허쩐 이라는 루쉰의 글을 즐겨 읽던 학생이 살해당합니다. 그는 고심 끝에, 고심 끝에, 말을 꺼냅니다. 그리고 그 말은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멸망해 가는 민족이 왜 침묵하는지, 나는 그 이유를 알았다. 침묵이여, 침묵이여! 침묵 속에서 폭발하지 않는다면 침묵 속에서 멸망할 것이다."

 망하는 집단은 그 까닭이 있기 마련입니다. 잘못되어 감에도 아무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귀를 닫습니다. 그리고 입을 닫습니다. 덮기에 급급합니다. 언제까지 덮어질 수 있습니까. 교류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으면서, 그들끼리는 좋은 세상이다 라고 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지켜보는 자의 검게 타들어가는 쓰린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다면, 자멸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기업도, 국가도, 단체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루쉰은 또한 희망을 이야기 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미래를 열어주고자 하며, 그들을 위해 기꺼이 소가 되고, 그들을 위해 기꺼이 밭을 갈아주기를 원했습니다. 아이들이 낡아버린 과거의 교훈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들만의 세계관을 창조해 나가기를 바랐습니다.

 그의 글들은 마음 깊숙한 곳을 찌르는 힘이 있습니다. 예리한 검처럼, 상처 입게하고,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껍데기로 치장하기 바쁜 우리네 모습에서, 본질적인 것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아침꽃을 아침에 따서 줍는 것도 좋겠지요. 하지만, 기다렸다가 저녁에 주을 수 있는 그 인내심과 기다림. 다음 세대를 향해서 희망으로 열려 있는 루쉰의 세계관을 생각하며 살고자 합니다. 이것으로 부족한 리뷰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