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스타열전

#81 미스터 유럽, 칼 하인츠 루메니게

시북(허지수) 2020. 6. 26. 13:31

 

 어느덧 81번째 업데이트가 되었네요. 오늘은 가장 독일스러운 선수 중의 한 명인 레전드 칼 하인츠 루메니게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프로필

 

 이름 : Karl-Heinz Rummenigge (칼 하인츠 루메니게, 위키에서는 카를하인츠로 표기)
 생년월일 : 1955년 9월 24일
 신장/체중 : 182cm / 74kg
 포지션 : FW
 국적 : 독일 (서독)
 국가대표 : 95시합 45득점

 

 미스터 유럽! 득점기계 칼 하인츠 루메니게 이야기

 

 독일이 전통적으로 큰 무대에서 강했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좋은 선수들이 세대를 이어서 많았다는 점입니다. 수비수들도 베켄바워, 마테우스, 잠머 등 대단하지만, 공격수들도 만만치 않게 걸출한 스트라이커가 많았어요. 1960년대 우베 젤러, 70년대에는 게르트 뮐러, 그리고 90년대에는 클린스만, 최근에는 클로제 등. 포돌스키도 어느새 국가대표로 40골 가까이 넣었고요.
  
 여하튼 이런 빼어난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레전드가 바로 미스터 유럽으로 불리던 루메니게 였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루메니게는 1980년대 높은 인기를 자랑하던 공격수였습니다. 유독 인지도가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월드컵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기 때문이겠지요. 그럼에도 그는 특별한 선수임에 분명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천재 소년으로 이름을 날리던 루메니게는 1974년 당시 황금기를 달리던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합니다. 워낙 뮌헨이 잘 나가던 시절이었고, 그는 어린 나이에 챔피언스컵 우승의 영광을 함께 합니다. 초창기에는 스피드가 뛰어난 쾌속 드리블러의 느낌이 강했습니다만, 1978년 뮌헨의 팔 체르나이 감독이 부임하면서 센터포워드의 역할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키가 큰 편은 아니지만, 피지컬이 매우 좋고, 순발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살리면서, 그는 놀라운 파워업을 이루어냅니다. 한마디로 강력한 슈팅력에 세련된 기술미까지 갖추면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에이스 스트라이커로 변신한 것이지요. 원래부터 잘하던 드리블에 이어서 패스와 헤딩같은 기교적인 면도 잘해내면서, 루메니게는 힘, 높이, 속도, 능숙함까지 겸비한 괴물이 되어갑니다. 그야말로 강인하고 완벽한 독일의 상징적인 선수 중 한 명이었지요.

 

 바이에른 뮌헨은 70년대의 대스타들이 떠나가면서, 클럽의 위기가 왔지만, 루메니게가 에이스로 새롭게 떠오르면서 계속되는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80년 26골, 81년 29골, 84년 26골을 넣으며 분데스리가 득점왕 3회. 독일최우수선수로 2번이나 선정되었습니다.

 

 또한 1980년에는 독일을 이끌고, 유로를 제패! 당당히 유럽최우수선수로 인정 받는 "발롱도르"에 선정되는 영광을 차지합니다. 1981년 부터 5년 동안 독일 주장을 맡기도 했고요. 이듬해에도 발롱도르에 또 다시 선정되면서 그야말로 "미스터 유럽"의 포스를 보여줍니다. 챔피언스컵 득점왕도 차지하고, 그야말로 전성기였지요. 루메니게는 당시 세계에서 공을 제일 잘 차는 선수 중 한 명이었으며, 드리블의 최강자 중 한 명이었으며, 당대 스트라이커의 최고선수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월드컵에서 우승을 놓친 것이 그의 엄청난 클럽팀에서의 활약들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했으니 그 명성이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독일은 1982년, 1986년 월드컵에서 2 대회 연속으로 준우승에 머물고 맙니다. 루메니게는 거듭되는 부상 여파로 제대로 된 컨디션에서 뛰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통산 3대회 10골을 넣었습니다. 인상적인 골도 많은데, 1982년 미셸 플라티니가 이끌던 강호 프랑스를 맞이한 4강전. 1-3으로 뒤지던 경기에서 집념을 발휘하면서 추격골을 넣었던 것이 루메니게 였고, 그 경기는 끝까지 따라붙은 독일이 3-3 으로 무승부를 만들면서 승부차기 끝에 프랑스를 침몰시키고, 결승전에는 독일이 올라가지요.
 
 4년 뒤, 1986년에도 마라도나가 이끌던 아르헨티나를 맞아서 결승전에서 0-2 로 끌려가는 도중 의지의 추격골을 넣었고, 경기 후반 2-2 까지 따라 붙었으나, 끝내 아쉽게 결승문턱에서 대망의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독일이 왜 강하냐고 묻는다면, 예로부터 이 정도의 집념과 끈기가 있는 투혼의 팀이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스트라이커 루메니게 시대에는 월드컵 우승을 놓치지만, 독일은 4년 후, 1990년 월드컵에서는 당당히 우승트로피를 따냈으니 역시 강한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지금도 독일은 월드컵 조별리그는 거뜬히 통과해버리는 포스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워낙 축구 저변이 좋은 나라이기도 하고요. (아! 물론 이 글을 갱신하는 2020년 시점으로는 한국에게 한 방 먹으며 탈락한 전설이 남아 있군요!)

 

 다시 루메니게 이야기로 돌아와서, 선수생활 후반기에는 인터밀란에서 뛰기도 했지만, 부상여파로 활약을 기대만큼 보여주지 못했고, 마지막에는 스위스 팀에서 플레이하면서 현역생활을 끝냅니다. 현재는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으로도 유명합니다.

 

 아무리 세상이 1등을 좋아한다지만, 1등만을 기억할 수는 없습니다. 브라질이 축구를 아무리 잘한다고 하지만, 그런 1등팀과 맞서서 싸우는 북한의 정대세 선수의 투혼과 열정도 함께 느낄 수 있는 것이 월드컵의 또 다른 맛이겠지요. 루메니게 역시 월드컵 1등(우승)이 아니었기 때문에, 베켄바우어, 마라도나, 파올로로시 처럼 이름이 오를 기회가 적었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루메니게와 그의 투혼들은 - 80년대 "독일의 득점기계"이자 어떤 위치나, 어떤 자세로도 골을 만들어내는 집념이 살아있는 선수 - 로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오늘 레전드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유튜브에서 영상을 덧붙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문을 제법 편집해서 많이 덜어냈습니다만... 훨씬 읽기가 편해진 듯 합니다. 하하.

 

 2010. 06. 17. 초안작성.

 2020. 06. 26. 가독성 보완 및 동영상 업데이트 - 축구팬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