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본편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안 보신 분은 뒤로가기 하셔도 좋습니다.) 다음 리뷰어 다리아님의 표현대로 힐링 영화. 시골이라는 곳의 재발견이라고 써도 되겠다. 출발은 여주 혜원양의 우중충한 도시생활 현실.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때로는 진상 손님을 참아내야 하고, 그 적은 돈으로 월세 내고, 생활비 살아가며, 게다가 밥은 폐기 도시락를 억지로 먹다가, 때로는 음식이 상해서 버리고... 사실 그렇더라 하더라도 결과라도 좋았으면 참고 넘어갔을텐데...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치열한 경쟁사회 인생이라는 게 너무 가혹해서 임용고시의 벽은 매우 높고, 게다가 남친은 덜컥 합격이라니, 그래서 도망치듯 잠수하며 이야기는 출발한다.
이야기는 꽤 정중하다. 인스턴트 음식과 직접 정성들여서 해먹는 요리의 대비가 선명하다. 사실 우리가 지금 21세기를 살고 있어서 그렇지. 산업화 이전까지만 해도, 다들 땅을 귀하게 여기며, 하늘의 날씨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온 게 아닌가 싶다. 많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토마토 이야기처럼. 토마토는 어디에나 던져놔도 그 강인한 생명력을 발휘하면서 또 다시 새롭게 자라난다. 어느 외국 명문대의 목표가 어디에서나 잘 헤쳐나가는 인물이라고 했던가. 아마 토마토에서 배웠나 보다. (물론, 실없는 농담이다.)
영양가라고 한다면 겨울을 이겨낸 작물은, 그 영양과 탄탄함이 실로 대단하다고 한다. 벌써 20년전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대학 신입생 시절의 선생님들은 자신들이 사실은 곱게 자란 온실 속의 화초였다는 사실에 실로 충격을 받기도 한단다. 그래서 사회라는 곳을 체험하게 되면 무섭기도 하고, 뭐 솔직하게 쓴다면 남주 재하의 표현처럼, 상사(정확히는 인간관계 혹은 부조리함) 때문에 열불난다는 거다. 결정권은 없고, 월급날만 기다리는, 그 일상이 싫다 라고 소리치고 NO라고 말하는 재하는 남자가 봐도 멋있기만 하다.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테마를 봤다면, 내 경우 -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결정해 살아가며, 때때로 가난할지언정 진짜 관계가 있어서 웃고 떠들고 즐거울 수 있다. 라고 감히 해석하고 싶다.
태풍이 과수원의 사과를 쓸어가더라도, 어지간해서는 모든 사과를 없앨 수 없는 것이 자연의 이치가 아닐까. 가장 값진 것을 간직하고 있다면, 그 가치는 어려움이 와도 끝내 살아남기 마련이다. 우리 모두에게 그런 자신만의 소중한 것들이 있기를 바라고 응원한다. 그것이 영화 속 비밀처럼 사과 하나 처럼 소박하면 뭐 어떠랴.
영화를 보고 나서, 나도 나만의 정원 가꾸기를 시작해야 함을 다시 한 번 강하게 느낀다. 나이? 혜원 어머님도 도전하고 있는데, 이제 고작 3040인데 늦었을 리가 있는가. 이번 노벨화학상을 받은 인물 인터뷰에 의하면, 35세쯤에 인생을 걸고 도전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사회는 청년의 나이를 보통 그 때쯤 컷트하면서, 이제부터 중년기로 들어서 간다고 보겠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이 때부터는 자신만의 정원을 가꿔나가서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다른 말로 한다면, 김병수 의사선생님 식으로 쓴다면, 시간(경험)이 그만큼 흘렀기에 자신의 재능(또는 관심사)을 서서히 발견하여 알게 되는 나이가 오는 것이다. 그리고 해보기로 마침내 결정했다면, 이제 땀흘려 정직하게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긴 시간이 걸릴지라도 말이다.
언젠가 책에서 겨울이 되어봐야 그 때에도 푸르른 나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한자성어를 봤다. 영화에도 똑같은 의미의 곶감 이야기가 나온다. 오래도록 노력을 기울이면, 겨울이 될 때 진짜로 너무 맛있는 곶감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척 교훈적이고, 오래 기억될 대목이었다. 정성 들여서 가꿔나가면, 계절이 지나가고, 세월이 지나가면, 마침내 빛을 만나게 될지 누가 아는가! 힘내기를, 또 기운내기를! 일어서고, 다시 꿈꾸고! 우리의 맑은 영혼이 겨울을 이겨낸 작물처럼, 더없이 탄탄해져서, 세상을 위로할 수 있는 넉넉하고 바다같은 마음으로 강해지기를! / 2019. 11. 0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