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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Review]/기타

[SFC] 로맨싱 사가 2 리뷰

시북(허지수) 2010. 3. 3. 19:20


 즐거운 추억의 명작열전 시간, 오늘 소개할 작품은 로맨싱 사가 2 입니다. 92년 파판5, 94년 파판6이 있었다면, 그 사이인 93년에 있었던 대작 RPG로 역시 로맨싱사가2를 꼽을 수 있습니다. 93년 12월 출시된 작품으로써, 판매량도 뛰어나서 무려 117만장을 팔아치웠지요. 스퀘어의 인기 RPG 중 하나였습니다. 사가시리즈로써는 다섯 번째 작품. 그럼 이야기 속으로 출발해 봅시다.

 외길 진행으로 논란이 되었던 파이널 판타지13 과는 정반대의 게임이 바로 로사2 입니다. 그야말로 스토리도 전투도 엄청난 자유도를 자랑해서 내 마음대로 진행할 수 있는게 큰 특징입니다. 이른바 프리 시나리오로 불리는 시스템인데, 자신이 나름대로 어떻게 진행해 나갈지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어요. 게다가 한 세대의 주인공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라서, 계속 다음 세대로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또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져 나갑니다. 물론 그동안 배웠던 능력들도 이어받으니, 그야말로 장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할 수 있지요.

 로맨싱사가2는 사실 좀 특이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RPG에서 중요한 요소인 캐릭터의 내면 묘사나 텍스트 능력이 뛰어난 편이 아니었어요. 이 게임은 철저한 시스템의 완성도 면에서 탁월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른 어떤 게임에서도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 이른바 빨려들어가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어요. 자신만의 세계를 건설해 나간다는 느낌이랄까요. 또 한 가지의 장점은 심금을 울리는 뛰어난 BGM도 손꼽을 수 있겠네요. 사실 제가 로사2 리뷰를 쓰게 된 결정적 계기가 어렴풋한 추억을 잠깐 회상하다가, 무심코 찾아들었던 이 음악 때문에, 곧바로 리뷰를 일단 쓰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한 번 들어봅시다. 전투음악, 보스음악, 최종보스음악입니다.


 특히 마지막 최종보스와의 결전 때 사용된 장엄하게 펼쳐지는 음악은 그 웅장도와 느낌에 있어서 잘 잊혀지지 않는 멋진 사운드였습니다. 제 기억에 의하면 - 편법으로 퀵을 연발해서 라스보스를 죽였던 것을 생각해 보면, 조금 비겁했던 것 같습니다만, 너무 무서웠어요... (...)

 로사2의 최대특징이라면 역시 "전구" 시스템이겠지요. 기술을 캐릭터를 성장시켜서 배우는 개념이 아니라, 전투 중에 순간적으로 머리에 떠오르는 "아이디어(전구)"에 의해서 습득해 나갑니다. 초반의 전투에서 기술을 떠올리는 즐거움은 물론이고, 중반부터는 전투 중에 돌연 전구가 떠올라서 강력한 기술을 배우게 되었을 때의 그 느낌은, 당시로서는 대단한 감동이었어요. 생각해보면 참으로 참신한 시스템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순전히 랜덤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강한 적에 맞추어서 기술을 배울 확률이 상승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절묘한 밸런스 조정에도 새삼 감탄하는 바이고요)

 내가 만들어 가는 역사와 강력한 칠영웅과의 싸움, 결코 만만하지 않은 난이도, 내가 강해지는 만큼 적들도 자연적으로 강해지는 시스템, 그에 걸맞게 한 번씩 떠주는 "유저를 기쁘게 만드는 전구" 말로는 모든 것을 표현하기 힘들겠습니다만, 하여튼 완성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과장을 조금 보태어서 일부 팬들은 "스퀘어 최고 걸작 게임 중 하나" 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저로써도 물론 ★5는 거뜬히 줄 수 있는 명작이기도 합니다.

 로맨싱사가는 SFC시절의 3을 끝으로 더 이상 정식넘버링 후속작품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 팬들의 열망도 상당히 높습니다. 파판 후속작만 신경쓰지 말고, 밀리언셀러였던 로맨싱사가 후속작도 만들어 달라는 팬들도 많았습니다만, 이후부터 지금까지도 후속작 소식도, 그리고 로사2 리메이크 소식도 없는 걸 보면 아쉽습니다. 에스트폴리스 전기가 오랜 침묵을 깨고 DS로 발매되었던 사례도 있는 만큼, 로맨싱 사가2 도 파워업이식 이라든가, 여차하면 과감히 넘버링 후속작을 발표한다면 네임밸류가 있기 때문에, 완성도만 받쳐주면 백만장까지도 팔아치울 괴물인데 말입니다...

 성공담 중에 재밌는 게 하나 있습니다. 남들이 갔던 길로 가지 말고, 남들과 반대로 가는 사고방식을 연습하라. 라는 것이 있습니다. 로맨싱사가2는 일반적인 일본식RPG의 전형을 가지 않았습니다. 하나 하나 성장해 가는 모습도 없으며, 동료를 맞이하는 순서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여러 선택길 중에서 아무대나 가서 진행하고, 잘못 들어섰다가 몇 대 맞고 사망처리 되면서 배우고, 그야말로 초심자들에게는 맨땅에 헤딩하듯이 자신이 시행착오를 해가면서 길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러한 과감한 시도가 큰 성공을 낳고, 스퀘어 명작 반열에 오른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으니, 때로는 쉬운 길, 갔던 길 보다는, 가지 않았던 길, 하지 않았던 시도를 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전구시스템에 관한 고찰을 끝으로 하면서 이야기를 마칩니다. 전구가 떠오르는 그 모습은 흡사 영감을 떠올릴 때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음미해볼 점은, 그 "번뜩임"이 결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많은 사용과 훈련, 그리고 그에 걸맞는 강한 적이 나타났을 때, 그 출현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은,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되짚어 보게 합니다. 사람은 쉬운 환경, 편안한 환경에서 무엇인가 걸작품을 만들어 내는 경우보다는, 역설적이게도 매우 고통스러운 순간에 썼던 작품이 최고의 작품이 되는 경우도 적잖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신기하지요.
 
 불현듯 떠오른 1%의 영감의 힘이 때로는 99%의 기나긴 노력을 압도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노력의 중요성을 깎아내리자는 것이 아닙니다. 에디슨은 발명의 대가라고 불리지만, 그는 실제로 실패의 대가에 가까웠습니다. 많은 영감을 떠올린 것 같고, 그것을 현실화 하는데도 성공했지만, 그 1%의 특별한 영감은, 수 없는 삽질 속에서 건져올려낸 것이지요.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 때 떠오른 그 영감을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 입니다. 때로는 수 많은 노력을 넘어서는, 단 한 번의 번뜩임 때문에 삶을 송두리채 바꿔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만큼 아이디어는 가치가 있고, 상상력은 인간의 가장 큰 무기 중에 하나입니다. 계속 새로운 발상을 연습해 보고, 간혹 떠오르는 발상이 있다면, 기록하고 메모하고 그것을 당장 활용해 보세요. 그 실천이 삶을 바꿔버릴지 누가 압니까. 어쩌면 21세기는 이제 누가 더 엄청난 것을 상상하고 현실화 할 수 있는가, 라는 상상력의 세계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치겠습니다. 잊지 마세요. 기회가 떠오를 때, 그것을 덮어버릴 지, 그것을 활용해 볼지는 결국 스스로가 선택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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