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보았던 가장 훌륭했던 영화를 꼽으라면, 저는 이 쇼생크 탈출을 들겠습니다. FEAR와 HOPE에 관한 이야기. 두려움에 관한 진실. 그리고 희망에 대한 예찬. 이 영화는 사람의 가치관 마저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명화입니다. 지쳐 있을 때, 마음이 괴로울 때, 삶이 너무도 답답할 때, 저는 권해주고 싶습니다. 한 번 쇼생크 탈출을 보는게 어때? 라고...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시길.
실화는 아니고, 스티븐 킹의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화 된 것이고, 개봉 당시만 해도 흥행에 대해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잘 만든 영화는 그 뒷심이 놀라웠습니다. 아카데미 7개 부분 노미네이트가 되었으며, 오히려 개봉이 끝난 이후에 사람들이 찾아서 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서는 덧붙이곤 합니다. 기억에 가장 남는 영화, 베스트 영화, 최고의 걸작... 등등 찬사를 많이 볼 수 있으며,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보통은 역대 영화 중 최상위권에 자리잡고 있는 영화가 되었지요.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은 아내와 그의 애인을 살해했다는 죄명을 덮어쓰고서, 쇼생크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감옥에 갇힌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저는 감히 이렇게 말해 보겠습니다 - "아무것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 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감옥의 룰을 따라야 하고, 규율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가차 없는 댓가가 뒤따르게 됩니다. 새로 들어온 한 죄수는 이런 절망에 흐느끼다가, 그대로 교도관들에게 얻어맞고 시체가 되고 맙니다.
이렇게 지독하게 괴로운 환경이 인간에게 주어졌음에도, 많은 이들은 그 시스템에 차츰 적응하고, 순응해 나가기 시작하며, 마침내 이런 생활에 익숙해 지기 시작합니다. 이른바 "길들여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는 타인에 의해서, 시스템에 의해서, 길들여지는 것을 거부합니다.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면 중 하나는, 바로 -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은 그 누구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 라는 놀라운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 생각을 조금만 해볼까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떠올리고 흥얼거릴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지울 수 없는 영역이지요. 꿈이 그러하고, 희망이 그러합니다. 앤디 듀프레인은 포기를 모르는 남자였습니다. 그는 똑똑하고, 냉정했으며, 무엇보다도 희망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와는 정반대로 두려움에 대해서도 이 영화는 같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두려움은 인간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막아버립니다. 두려움이 커져갈수록, 인간의 몸과 마음은 마비되어 가기 시작합니다. 무엇인가를 심하게 걱정해 본 적이 있습니까? 두려움이 인간을 지배하면, 사소한 일조차도 제대로 하기 어렵습니다. 심지어는 밥숟가락을 들고, 밥을 넘기기 조차도 쉽지 않습니다. 영화에서도 한 죄수는 오래도록 감옥생활을 하다가 마침내 석방이 됩니다. 그러나 그는 바깥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었습니다. 두려웠기 때문이지요. 그가 선택한 것은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었지요.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까지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이야기를 잠깐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가고 싶던 의대에서 떨어졌고, 마음을 바꿔 공대에서 열심히 공부 했지만, 4년 후 취업 역시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월급 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지요. 그는 절망해서, 자신을 비하하고, 현실을 원망합니다. 그를 바꾼 것은 한 가지 깨달음이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즐기자" - 이것을 좇아서 살아가다보니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앤디 듀프레인은 지금 주어진 여건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갔고, 그 일들을 쉬지 않고 해내갑니다. 괴로운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한 때 동료 죄수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기도 하고, 어쩌면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한 가닥 희망의 끈조차 싹뚝 잘라지는 참혹한 경험도 그에게 찾아옵니다. 현실은 이처럼 가혹할 수 있는 것입니다. 좋은 일만 결코 매일 계속되지 않습니다. 슬픈 날을, 힘겨운 날을 맞이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시험에서 매번 떨어지고, 애인에게 차이고, 믿었던 인간에게 배신당하고, 마음이 무너져 내릴 때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렵니까. - 자신을 자학하고, 환경을 원망할 것입니까. 아니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까.
듀프레인은 도서관의 책을 늘리고자는 마음을 품었습니다. 제가 누차 강조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인간이 그 마음에 품을 수 있는 것은, 그것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라는 것입니다. 듀프레인은 도서관을 위해서 정부에 편지를 쓰기 시작합니다. 쓰고, 또 쓰고, 매주 씁니다. 응답이 돌아온 것은 그로부터 수년 후였습니다. 그는 마침내 해낸 것입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포기를 몰랐던 그는 마침내 커다란 결과를 얻게 됩니다. 많은 경우, 자신이 그리던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그만큼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 두 번 해보고서는 "나는 안 되는가봐" 라고 말하는 사람은, 다른 일을 시도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속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마음에 깊은 감동을 준 것은, 듀프레인의 태도입니다. 그는 재능을 살려서, 젊은 죄수를 가르치기도 하고, 다른 교도관들의 세무처리까지 해줍니다. 듀프레인은 죄수지만, 죄수처럼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주어진 기회에서 최선을 다하며, 열정을 불태우며 살아나가는 모습은 눈물이 날 만큼 근사합니다. 왜 굳이 이런 장면에서 갑자기 눈물이 났느냐고 한다면, 우리는 정작 열심히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발버둥 치는 것, 짜증 내는 것은 잘하면서, 정작 주어진 일을 마주하고 열심히 해내려고는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현실을 똑바로 보는 것은 두렵고, 고통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통을 자꾸 피하려고 하지요. 그러나, 듀프레인은 피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마침내...
이 영화의 단연 압권이자, 하이라이트 장면은 그가 탈출을 시도하는 장면입니다. 돌조각용 작은 망치를 구한 그는, 그것에 의지해서 벽을 파기 시작합니다. 그야말로 터무니 없는 일이지요. 그 작은 조각 망치로 벽을 파서 탈출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비웃음을 자아냅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바로 이 점에 있습니다.
"머리로 생각해 보고 집어치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가능성을 바라 보고 계속 계속 하루를 쌓아나가는 사람만이 마침내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듀프레인은 미친 짓을 시도합니다. 벽을 팝니다. 하루, 한 달, 1년, 2년, 3년... 얼마나 팠을까요. 그리고 10년... 15년... 얼마나 팠을까요. 숨 죽이면서 그는 밤마다 벽을 파들어갑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말입니다. 20년이 다 되어갈 무렵, 그는 마침내 반대편을 향해서 탈출하게 됩니다. 그는 더럽고 역겨운 하수구를 기고, 기면서, 마침내 자유를 만끽하는 것입니다. 팔을 벌리고 자유롭게 비를 맞으며, 그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황홀한 빗방울을 온몸에 맞습니다.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삶. 그것의 "위대성"을 이 영화는 조용하게 우리에게 건네고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인 컷이라면, 듀프레인은 친구 레드에게 나중에 만날 것을 약속하는 메세지를 남깁니다. 아직 탈출하기도 전입니다. 그는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반드시 해낼 수 있으리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매우 구체적으로 상황을 다 그려놓고 움직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강인함의 비결이 무엇인지, 한참동안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서는 이런 결론을 내려봅니다. 그는 매일, 매일 노력해 왔고, 그 노력들이 쌓여서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따라서 현실에 절망해서,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움직이지 않고, 울고만 있다면, 아무것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오늘 당장, 자신의 일에 매진하지 않는다면, 앞이 보이지 않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요. 라고 혹독하게 말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제 삶에 대해서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나는 한 가지 일을 20년 동안이나 해낼 만큼 노력해 보았는가? 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면서, 주어진 환경을 다시 살펴보게 된 것입니다. 너무 나약하고 안일했던 스스로를 바라보지 못하고, 제대로 풀려가지 않는 주변을 탓하고 있었으니, 실로 한심했던 것이었지요.
조금의 가능성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주인공 듀프레인은 처음부터 벽을 판다는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우연히 벽에 이름을 새기다가, 생각보다 벽이 약할 수 있음을 간파해 내고, 그 가능성을 마침내 현실로 만든 것입니다. 냉정하게 말한다면,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는 것, 아니 누구도 도전하지 않았던 것을 그는 시도한 것입니다.
이제 이야기를 정리해야겠습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까. 현실은 처참하고, 내가 꿈꾸는 삶은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습니까. 예, 그럴 수 있습니다. 이것은 현실이고, 인생이니까요. 그럼 거기서 출발합시다. 그럼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해 봅시다. 왜 해야만 하는지 생각해 봅시다.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을 위해서 나는 어떤 노력을 쏟아부을 수 있는 지 생각해 봅시다. 고민해 봅시다. 그 고민하는 힘이야말로 진정 값진 것이니까요. 그리고선 주어진 하루를 충실하고 즐겁게 보내고자 노력하면서, 그 꿈꾸는 삶을 향해서 움직여 봅시다. 달려가라고 말하지 않으렵니다. 걸어가라고도 이제 말하지 않으렵니다. 기어서라도 움직여 봅시다.
꿈이 있다고만 말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 꿈은 결국 침몰해서 저 깊은 어딘가로 가라 앉을 뿐이지요.
이나모리 가즈오의 말을 덧붙이면서 글을 마칩니다. "할 수 없는 일이라도 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암시를 걸고, 실제로 행동에 옮겨야만 불가능 속에서도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능성은 움직이는 자에게만 보입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발판 삼은 계속 되는 노력 끝에, 비로소 멋진 현실이 되어서, 한 번 뿐인 인생을 자신답게 살게 해줄 것입니다. 인생을 무의미하고 덧없이 낭비하게 하지 않는 힘. 그것이 담겨 있는 영화라 하겠습니다. - 2010. 07. 리뷰어 시북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시길.
실화는 아니고, 스티븐 킹의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화 된 것이고, 개봉 당시만 해도 흥행에 대해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잘 만든 영화는 그 뒷심이 놀라웠습니다. 아카데미 7개 부분 노미네이트가 되었으며, 오히려 개봉이 끝난 이후에 사람들이 찾아서 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서는 덧붙이곤 합니다. 기억에 가장 남는 영화, 베스트 영화, 최고의 걸작... 등등 찬사를 많이 볼 수 있으며,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보통은 역대 영화 중 최상위권에 자리잡고 있는 영화가 되었지요.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은 아내와 그의 애인을 살해했다는 죄명을 덮어쓰고서, 쇼생크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감옥에 갇힌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저는 감히 이렇게 말해 보겠습니다 - "아무것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 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감옥의 룰을 따라야 하고, 규율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가차 없는 댓가가 뒤따르게 됩니다. 새로 들어온 한 죄수는 이런 절망에 흐느끼다가, 그대로 교도관들에게 얻어맞고 시체가 되고 맙니다.
이렇게 지독하게 괴로운 환경이 인간에게 주어졌음에도, 많은 이들은 그 시스템에 차츰 적응하고, 순응해 나가기 시작하며, 마침내 이런 생활에 익숙해 지기 시작합니다. 이른바 "길들여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는 타인에 의해서, 시스템에 의해서, 길들여지는 것을 거부합니다.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면 중 하나는, 바로 -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은 그 누구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 라는 놀라운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 생각을 조금만 해볼까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떠올리고 흥얼거릴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지울 수 없는 영역이지요. 꿈이 그러하고, 희망이 그러합니다. 앤디 듀프레인은 포기를 모르는 남자였습니다. 그는 똑똑하고, 냉정했으며, 무엇보다도 희망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와는 정반대로 두려움에 대해서도 이 영화는 같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두려움은 인간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막아버립니다. 두려움이 커져갈수록, 인간의 몸과 마음은 마비되어 가기 시작합니다. 무엇인가를 심하게 걱정해 본 적이 있습니까? 두려움이 인간을 지배하면, 사소한 일조차도 제대로 하기 어렵습니다. 심지어는 밥숟가락을 들고, 밥을 넘기기 조차도 쉽지 않습니다. 영화에서도 한 죄수는 오래도록 감옥생활을 하다가 마침내 석방이 됩니다. 그러나 그는 바깥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었습니다. 두려웠기 때문이지요. 그가 선택한 것은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었지요.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까지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이야기를 잠깐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가고 싶던 의대에서 떨어졌고, 마음을 바꿔 공대에서 열심히 공부 했지만, 4년 후 취업 역시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월급 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지요. 그는 절망해서, 자신을 비하하고, 현실을 원망합니다. 그를 바꾼 것은 한 가지 깨달음이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즐기자" - 이것을 좇아서 살아가다보니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앤디 듀프레인은 지금 주어진 여건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갔고, 그 일들을 쉬지 않고 해내갑니다. 괴로운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한 때 동료 죄수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기도 하고, 어쩌면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한 가닥 희망의 끈조차 싹뚝 잘라지는 참혹한 경험도 그에게 찾아옵니다. 현실은 이처럼 가혹할 수 있는 것입니다. 좋은 일만 결코 매일 계속되지 않습니다. 슬픈 날을, 힘겨운 날을 맞이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시험에서 매번 떨어지고, 애인에게 차이고, 믿었던 인간에게 배신당하고, 마음이 무너져 내릴 때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렵니까. - 자신을 자학하고, 환경을 원망할 것입니까. 아니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까.
듀프레인은 도서관의 책을 늘리고자는 마음을 품었습니다. 제가 누차 강조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인간이 그 마음에 품을 수 있는 것은, 그것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라는 것입니다. 듀프레인은 도서관을 위해서 정부에 편지를 쓰기 시작합니다. 쓰고, 또 쓰고, 매주 씁니다. 응답이 돌아온 것은 그로부터 수년 후였습니다. 그는 마침내 해낸 것입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포기를 몰랐던 그는 마침내 커다란 결과를 얻게 됩니다. 많은 경우, 자신이 그리던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그만큼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 두 번 해보고서는 "나는 안 되는가봐" 라고 말하는 사람은, 다른 일을 시도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속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마음에 깊은 감동을 준 것은, 듀프레인의 태도입니다. 그는 재능을 살려서, 젊은 죄수를 가르치기도 하고, 다른 교도관들의 세무처리까지 해줍니다. 듀프레인은 죄수지만, 죄수처럼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주어진 기회에서 최선을 다하며, 열정을 불태우며 살아나가는 모습은 눈물이 날 만큼 근사합니다. 왜 굳이 이런 장면에서 갑자기 눈물이 났느냐고 한다면, 우리는 정작 열심히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발버둥 치는 것, 짜증 내는 것은 잘하면서, 정작 주어진 일을 마주하고 열심히 해내려고는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현실을 똑바로 보는 것은 두렵고, 고통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통을 자꾸 피하려고 하지요. 그러나, 듀프레인은 피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마침내...
이 영화의 단연 압권이자, 하이라이트 장면은 그가 탈출을 시도하는 장면입니다. 돌조각용 작은 망치를 구한 그는, 그것에 의지해서 벽을 파기 시작합니다. 그야말로 터무니 없는 일이지요. 그 작은 조각 망치로 벽을 파서 탈출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비웃음을 자아냅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바로 이 점에 있습니다.
"머리로 생각해 보고 집어치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가능성을 바라 보고 계속 계속 하루를 쌓아나가는 사람만이 마침내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듀프레인은 미친 짓을 시도합니다. 벽을 팝니다. 하루, 한 달, 1년, 2년, 3년... 얼마나 팠을까요. 그리고 10년... 15년... 얼마나 팠을까요. 숨 죽이면서 그는 밤마다 벽을 파들어갑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말입니다. 20년이 다 되어갈 무렵, 그는 마침내 반대편을 향해서 탈출하게 됩니다. 그는 더럽고 역겨운 하수구를 기고, 기면서, 마침내 자유를 만끽하는 것입니다. 팔을 벌리고 자유롭게 비를 맞으며, 그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황홀한 빗방울을 온몸에 맞습니다.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삶. 그것의 "위대성"을 이 영화는 조용하게 우리에게 건네고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인 컷이라면, 듀프레인은 친구 레드에게 나중에 만날 것을 약속하는 메세지를 남깁니다. 아직 탈출하기도 전입니다. 그는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반드시 해낼 수 있으리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매우 구체적으로 상황을 다 그려놓고 움직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강인함의 비결이 무엇인지, 한참동안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서는 이런 결론을 내려봅니다. 그는 매일, 매일 노력해 왔고, 그 노력들이 쌓여서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따라서 현실에 절망해서,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움직이지 않고, 울고만 있다면, 아무것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오늘 당장, 자신의 일에 매진하지 않는다면, 앞이 보이지 않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요. 라고 혹독하게 말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제 삶에 대해서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나는 한 가지 일을 20년 동안이나 해낼 만큼 노력해 보았는가? 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면서, 주어진 환경을 다시 살펴보게 된 것입니다. 너무 나약하고 안일했던 스스로를 바라보지 못하고, 제대로 풀려가지 않는 주변을 탓하고 있었으니, 실로 한심했던 것이었지요.
조금의 가능성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주인공 듀프레인은 처음부터 벽을 판다는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우연히 벽에 이름을 새기다가, 생각보다 벽이 약할 수 있음을 간파해 내고, 그 가능성을 마침내 현실로 만든 것입니다. 냉정하게 말한다면,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는 것, 아니 누구도 도전하지 않았던 것을 그는 시도한 것입니다.
이제 이야기를 정리해야겠습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까. 현실은 처참하고, 내가 꿈꾸는 삶은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습니까. 예, 그럴 수 있습니다. 이것은 현실이고, 인생이니까요. 그럼 거기서 출발합시다. 그럼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해 봅시다. 왜 해야만 하는지 생각해 봅시다.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을 위해서 나는 어떤 노력을 쏟아부을 수 있는 지 생각해 봅시다. 고민해 봅시다. 그 고민하는 힘이야말로 진정 값진 것이니까요. 그리고선 주어진 하루를 충실하고 즐겁게 보내고자 노력하면서, 그 꿈꾸는 삶을 향해서 움직여 봅시다. 달려가라고 말하지 않으렵니다. 걸어가라고도 이제 말하지 않으렵니다. 기어서라도 움직여 봅시다.
꿈이 있다고만 말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 꿈은 결국 침몰해서 저 깊은 어딘가로 가라 앉을 뿐이지요.
이나모리 가즈오의 말을 덧붙이면서 글을 마칩니다. "할 수 없는 일이라도 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암시를 걸고, 실제로 행동에 옮겨야만 불가능 속에서도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능성은 움직이는 자에게만 보입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발판 삼은 계속 되는 노력 끝에, 비로소 멋진 현실이 되어서, 한 번 뿐인 인생을 자신답게 살게 해줄 것입니다. 인생을 무의미하고 덧없이 낭비하게 하지 않는 힘. 그것이 담겨 있는 영화라 하겠습니다. - 2010. 07.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