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402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 2005) 리뷰

엄청난 특수효과도 없으며, 다만 자연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고, 그 속에서 선을 넘어가는 두 남자의 인생이 그려지고 있는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특히, 진한 여운을 남기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 그 질문에 순진한 돌직구를 던져주는 작품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듯 보입니다. "네가 있었기에 인생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었어, 고마운 사람, 영원히 잊지 않을 사람... 그대." 자칫 비난 받을 수 있는 주제인 동성애를, 주로 정중한 심리묘사에 쏟았다는 것도 칭찬받는 점이고요. 아, 이 작품은 남자의 인생과 사랑을 깊숙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제도를 따라서 결혼을 하고 생활하는 게 언제나 행복이라 할 수 있는걸까? 왜 사회는 소수자를 차별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걸까? 과연 동성 간의 사랑을 이해해본다면 어떤 모습일..

이스턴 프라미스 (Eastern Promises, 2007) 리뷰

슬프면서도 절제되어 있는 느낌이 일품인 영화 이스턴 프라미스를 보았습니다. 주연 비고 모텐슨의 차가운 연기는 압도적으로 비춰지는데, 극의 주인공 니콜라이는 과거도, 실력도, 정체도,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관객은 그의 모습들을 따라가며, 저절로 호기심이 발동하게 됩니다. 영화는 느린 템포로, 차분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그려집니다. 보통 사람에 속하지만 용기 있는 안나의 호기심은, 이윽코 관객의 호기심이 되고, "저 남자는 누구인가?", "이 일기장에 담긴 진실은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해서 영화가 현실적으로 전개되어 나갑니다. 이 작품은 특히 초반과 후반이 굉장히 강렬한 편인데, 불과 14살 아이가 겪어야만 했던 고통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어서, 일기장을 읽어내려가는 순간마다, 강한 감정적 동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Vicky Cristina Barcelona, 2008) 리뷰

영화 제목이 조금 난해한 것 같습니다. 차라리 원문대로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라고 쓴다면, 다가가거나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려나요. 자극적인 제목과 약간 불성실해 보이는 자막이 영화의 감수성을 살짝 갉아먹은 듯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내용과 풍경, 그리고 음악 아니겠어요. 우디 앨런의 자유분방한 감수성을 눈부신 미인들과 함께 느껴볼 수 있는, 그야말로 즐거운 시간이 되어준 작품입니다. 사랑과 전쟁에서 종종 펼쳐지는 너죽고 나죽자 같은 피보는 정서가 아니라, "서로에게 생활과 삶이 좋으면 OK! 제도가 무슨 상관이람!" 이라는 예술가적인 감성이 듬뿍 묻어 있습니다. 두 친구 - 비키와 크리스티나의 바르셀로나 여행담을 재치 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둘은 절친이긴 하지만, 사랑..

무간도 (無間道: Infernal Affairs, 2002) 리뷰

오늘은 전설의 명작 느와르 무간도 이야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흥미로운 시나리오 구조, 팽팽하게 전개되는 가득한 긴장감, 누군가의 노예로 살아갈 수 없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명장면들. 21세기 홍콩 영화 중에서 손꼽히는 걸작입니다. 무간지옥은 끔찍한 곳으로 묘사되는데요, 계속해서 쉼없이 고통만이 계속되고 있기에 그렇습니다. 어쩌면 두 주인공의 삶이 그러하지요. 가짜 경찰 유건명의 하루하루는 아슬아슬한 외줄타기에 가깝습니다. 살짝만 실수하다간 곧바로 인생의 끝을 만나게 됩니다. 놀라운 것은 이런 위장된 경찰 생활 속에서, 점점 유건명이 출세길을 달린다는 점입니다. 조금 이상하게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절박한 환경에 처한 사람이, 누구보다 일에 매진하면서 훌륭한 ..

007 스카이폴 (SKYFALL, 2012) 리뷰

007 50주년 기념작품인 스카이폴 이야기 입니다. 제임스 본드의 강력한 임무의지와 헌신적인 열정이 인상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명작이지요. 이 영화는 두 가지 질문을 제게 던져주었습니다. 온힘을 다해서 조직을 위해서 노력했을 때, 결과가 좋지 못했다면, 다시금 조직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근본적 동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둘째로, 화려하고 편안한 삶을 버리고, 스스로 속박되는 삶을 선택하는 인간이 있다면, 그의 인생을 과연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복잡하거나, 철학적인 접근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 막 써내가는 리뷰에 당연히 그럴만한 필력도 없고요. 하하. 스카이폴은 "국장이라 할 수 있는 M"이 훈련으로 낳았던 두 아들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

아이언맨 3 (Iron Man 3, 2013) 리뷰

영웅이 언제나 즐겁고, 멋지며, 근사한 것은 아닐테지요. 고독한 시간을 달랠 수 있는 취미가 필요하고, 때로는 잠을 이루지 못해서 방황하고, 힘들어 한다는 것. 어쩌면 영웅의 뒷모습이란 우리네 일상처럼 힘든 풍경이 펼쳐지 있는지도 모르지요. 우리는 너무 앞모습만 보고 판단하려는 경향이 강한 듯 합니다. 아이언맨 3편은 그런 면에서 참 흥미로운 시선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영웅은 무슨 답을 할 수 있을까요? 토니 스타크는 겉으로는 최고의 성공가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집은 또 얼마나 화려하고 넓은지요. 천재답게, 엔지니어링 뿐만 아니라, 언론과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까지 잘 파악할 줄 압니다. 정작 가장 무겁게 다가오는 것은, 토니가 남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

에반게리온 파 (Evangelion: 2.0 You Can [Not] Advance, 2009) 리뷰

오랜만에 오덕 투혼을 불태우면서, 즐거운 리뷰를 하나 남겨볼까 합니다. 케이블TV에서 극장판 에바를 해주다니 상당히 놀랐네요. 개인적으로 서는 극장에서 보았고, Q는 아직 보지 않은 상태에서, 잠정보류 중이던 파를 최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신극장판 중에서도 파는 한국, 일본 양쪽 모두 높은 평가를 얻고 있는 굉장한 애니메이션이지요. 참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순서는 서 - 파 - Q - 최종화 의 4부작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서론을 보태자면, 70-80년대 태어난 이들이 그러하듯이, TV판 에반게리온은 소년시절의 즐거움으로 추억되곤 합니다. 복제된 테이프를 통해서 원판을 돌려보던 그 추억. 슈퍼로봇대전에 이제 에바까지 나온다는 이유로 열광하던 그 추억.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에반게리온은 재밌고, 자극..

킬 빌 2 (Kill Bill: Vol.2, 2004) 리뷰

감각적인 영화 킬 빌, 그 두 번째 이야기에 관한 리뷰입니다. 사실 1편과 2편은 이어지는 내용이지만, 분위기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줍니다. 1편이 일본을 무대로 한바탕 잔혹극을 펼쳐나가는 행위라면, 2편은 소수정예를 상대로 한 걸음씩 선명하게 복수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만화 같은 액션 영화이므로, 처음부터 리뷰의 중심주제를 "할 수 있는 것에 온전히 집중하기"로 정해놓고,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킬빌2 의 매력적인 세계속으로 들어가봅시다. 킬빌2의 시작은 "설명하기"에서 출발합니다. 주인공 브라이드의 결혼 장면을 섬세하게 살펴보면서, 악당 빌의 감정을 어느 정도 소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혼과 함께 소박한 행복을 꿈꾸는 브라이드와, 이것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던 빌의 잔혹함이 잘 대비되..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 2011) 리뷰

마법 같은 두 가지 이야기로 가득차 있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입니다. 하나는 상상력의 예찬입니다.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주인공 "길"은 자신이 꿈꾸는 삶이 무엇인지 드디어 알게 되고, 온전히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게 된다는 내용이 멋지게 그려집니다. 둘째로 결국 중요한 것은 현실이다 라는 점입니다. 저처럼 "추억보정"이 자주 걸리는 사람들에게, 영화는 이렇게 말해줍니다. 원래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가지지 못한 것,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을 한없이 바라고 있는게 아닐까 라고 말이에요. 그러므로 미련없이, 환상적인 과거를 버리고, 현실부터 제대로 보자고 슬쩍 이야기 해줍니다. 덧붙여서 시작부터 펼쳐지는 파리의 예술적인 모습은 입이 쩍 벌어질만큼 멋집니다. 음악도 귀를 즐겁게 해주고요. 한편 ..

영화 피아니스트 (The Pianist, 2002) 리뷰

꼭 보고 싶었던 영화 피아니스트 였습니다. 2차 세계대전 관련 영화로는, 인생은 아름다워, 쉰들러 리스트와 함께 손꼽히는 전설의 명작이지요. 전쟁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가슴 뭉클함을 넘어서, 인간 정신의 위대함을 극찬하게 됩니다. 절대로, 절대로 울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하고, 영화를 보았지만, 가슴을 저미는 전율과 따뜻함에, 감정을 제대로 주체할 수 없습니다. 영화 포스터의 장면대로 입니다. 건물이 폐허가 되고, 모든 것이 붕괴되고 불타버리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완전한 절망 가운데, 홀로 버려져 있다고 하더라도, "한 인간"이 살아서 끈질기게 서 있다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란, 여전히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떠한 순간에도, 절망과 무기력함에 무릎꿇지 말아야 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