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402

케빈에 대하여 (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 리뷰

영화 케빈에 대하여는, 흐름을 전개하는 방식과 가혹하게 드러나는 진실, 이 두 가지가 제법 독특하고 무겁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계속해서 생각을 하게끔 유도하며, 의도적으로 여백을 남겨둠으로서, 관객이 진실을 향해서 조금씩 다가가는 느낌이 매우 근사합니다. 특히 주목해 보고 싶은 대목은, 아이를 키우는 행동,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이 그다지 낭만적이지 않을 수도 있음을, 현실적이면서도 착잡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것! 아이가 정말 착하고 귀엽고 천사같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잘 알려진 유머처럼, "아이구, 우리 애는 잠자는 모습이 정말 예뻐..." 라고 말하는게 때로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울고, 또 우는 아이 앞에서 당황하고 힘들어지는게 우리네 어른의 모습이니까요. 또한 이 작품..

인 타임 (In Time, 2011) 리뷰

오래전 있었던 일입니다. 어김없이 눈꺼풀이 무거웠던(?) 어느 아침에 이숙영 누님의 라디오를 듣다가, 단 한 마디를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시간부자" 라는 코멘트 였지요. 그 이후로 저는 돈 욕심은 없어도, 반드시 시간과 여유는 충분히 확보하는 인생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작년에 은사님께 했더니, 껄껄 웃으면서 정말로 시간부자가 등장하는 영화가 있으니, "인 타임"을 한 번 보라고 추천해 주셨지요. 저의 욕망 가득한 꿈(?), 하루가 48시간이고, 1000년 쯤은 살게 되는 꿈,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그 꿈이 재밌게 펼쳐지고 있는 영화, 오늘은 인 타임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기본적인 규칙 설정은 단순하고 곧바로 이해가 가능합니다. 모든 사람이 ..

나잇 & 데이 (Knight & Day, 2010) 리뷰

영화 나잇 앤 데이는 상당히 이색적인 장르의 영화 입니다. 겉으로는 총탄이 몸을 스쳐지나가고, 화려한 액션 영화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전개되는 형태는 거의 "로맨틱 코미디" 에 가깝다고 해야할까요.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첩보 액션 + 로맨틱 코미디 라는 "장르의 콜라보레이션"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진지하게 액션 영화로 보고 있자니, 정말 말도 안 되는 무적의 주인공에 당황하게 되고, 로맨틱한 영화로 보기에는 제작비가 1억달러가 넘는, 그야말로 돈이 팍팍 들어간 장면들 앞에서,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한 발짝 떨어져서, "즐기는 여유"를 가지는게 중요하다 싶습니다. 경쾌하게 즐기는 시원발랄한 영화랄까요. 다른 말로 즐겁게 킬링 타임 하기! 우리에게 친절한 톰아저씨로 ..

레터스 투 줄리엣 (Letters To Juliet, 2010) 리뷰

감성 세포가 죽어갈 때는 "힐링"이 필요하기 마련이지요. 그럴 때는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을 권하고 싶습니다. 낭만은 여전히 가능하며, 사랑에 늦은 때는 없다는 것을, 매력적으로 그리고 있고요. 독특한 템포조절을 통해, 경쾌함이 듬뿍 담겨 있는 작품이니까요. 닿을 듯 말 듯, 그 경계선을 넘나드는 느낌이 참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줍니다. 또한, 사랑에 관해서도 정말 간단하게 정의하고 있고요. "같이 있고 싶은가요?" 그러면 충분히 거기서부터 출발하면 됩니다. "오래되고 가까운 사이라면서, 정작 그 사람은 혼자 지내려고만 한다고요?" 그러면 더 늦기 전에 진지한 대화가 필요합니다. 이 영화는 두 개의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데요. 바로 진심과 용기 입니다. 음, 확실히 요즘처럼 쿨하고 가벼운 사랑이 열렬히 환영..

일급 살인 (Murder In The First, 1995) 리뷰

영화 제목만 봐서는 무슨 범죄 영화 같지만, 그 내용은 법정 드라마와 국가를 향한 싸움, 그리고 비슷한 또래의 두 남자가 보여주는 진한 우정까지 담겨 있는 "좋은 명화" 일급 살인. 요즘 같이 "갑의 횡포"가 만연한 시기에 이 작품을 보게 되면, 굳이 두꺼운 책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지 않더라도, "정의"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 영화는 한 개인의 무기력함과, 또 한 개인의 숭고함을 함께 표현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한 번쯤은 꼭 봐두면 좋은, 90년대 클래식 명작 입니다. 그럼 배경부터 파악해 봅시다. 1930년대 미국, 알카트라즈 감옥에, 한 남자가 갇히게 됩니다. 헨리 영이라는 남자가 갇힌 직접적인 이유는 "5달러를 훔쳤기 때문" 입니다. 부모는 없고, 여동생은 먹여..

본 아이덴티티 (The Bourne Identity, 2002) 리뷰

첩보 액션 영화로는, 본 시리즈가 멋지다 라는 의견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본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본 아이덴티티" 역시 굉장히 매력적인 전개를 자랑하는 걸작입니다. 정체를 잃어버린 남자, 그리고 힘겹게 살아가는 여인이 만나서, 첩보기관에 맞선다는 설정이 흥미롭게 펼쳐지면서, 몇 가지 생각을 툭 던져주기도 합니다.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며, 2003년 북미 비디오 대여순위 1위였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명작 첩보 영화, 본 아이덴티티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자, 우선 서론으로 가볍게, "나는 누구입니까?" 라는 질문에 우리는 얼마만큼 답할 수 있을까요? 어떤 사람은 직업으로 답할 수 있겠지요. 또 어떤 사람은 OO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겠고요. 혹자는 쿨하게 "나는 나지" 라고 짧게 ..

퍼시픽 림 (Pacific Rim, 2013) 리뷰

최근 웹상에서는 "기대하지 말고 영화를 보면 괜찮은 작품" 이라는 묘한 평가가 나올 때가 있습니다. 이 말은 두 가지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기대를 크게 했다가 실망을 했다는 이야기 이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그래도 볼만은 했었다 라는 평가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퍼시픽 림이야 말로, 딱 이런 평가에 어울릴 법 합니다. 로봇의 압도적 크기에 감탄하게 되면서도, 어쩐지 살짝 지루한 전개나, 특별한 감동은 없는 전개에 실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쨌든 2천억에 달하는 제작비를 투입해서, 화려하게 펼쳐지는 로봇 장면들은 충분히 볼만하겠고요. 이런 영화는 역시 영화관에서 봐야지! 라고 주장하며, 7월에 극장에서 보았는데, 연출력 면에서는 괜찮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다만 흡입력 면에서는 어딘지 극으로 끌어들..

설국열차 (Snowpiercer, 2013) 리뷰

400억이 넘게 들어간 제작비, 봉준호 감독의 신세계. 폐쇄적이기 때문에, 함축적이고 매력적인 세계관. 지옥 같은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 그리고 어쩌면 우리들의 이야기. 주말에 지인과 함께 영화관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휴가 기간이라 그런지, 아니면 화제작이라 그런지, 모처럼 영화관에 꽉꽉 들어찬 사람들과 함께, 시원하고 독한 기차 여행을 하고 온 느낌입니다. 덧붙여 나름대로 독특한 글쓰기가 되고 싶다는 부질없는 욕망(?)으로 인해, 다른 분들의 리뷰는 보지 않았고,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 정도만 찾아 읽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예상하던 바와 마찬가지로, 전반적으로 내용은 무겁고 어두운 편입니다. 가족용 영화라고는 당연히 보기 힘들고, 오히려 인간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

월드워Z (World War Z, 2013) 리뷰

화려한 블록버스터 좀비영화 월드워Z 이야기 입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시나리오 전개가 맛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긴장감을 유지시키면서 이야기를 단숨에 끌고가는 속도감도 상당히 좋고요. 개인적으로는, 2013년 개봉된 외화 중에서 월드워는 기대 이상의 감동과 영감을 주었던 작품입니다. 헐리우드 영화 특유의 가족 중시, 영웅적 개인이 표현되고 있지만, 뭐 괜시리 비극적으로 그릴 필요는 없겠지요. 약간씩 유머코드도 담겨 있고, 인류의 엄청난 위기 속에서도, 재치 있는 장면들과 통찰력 있는 대사들이 좋았습니다. 그나저나 브래드 피트는 세월을 잊은 채 참 멋지네요. 하하. 기본 스토리라인은 이해하기 쉽습니다. "무적의 좀비가 출현했다!" 입니다. 죽지도 않고, 끝없이 도시들을 습격하면서, 세계는..

에이 아이 (A.I. Artificial Intelligence, 2001) 리뷰

영화 에이 아이는 평이 상당히 갈리는 영화 중 하나 입니다. 대체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호의적인 평가가 많지만, 해외에서는 제법 충격적인 전개로 나아가기 때문에, 예상 밖의 영화였다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인공지능 로봇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를, 상당히 무겁고도 날카롭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따뜻한 휴먼드라마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봐야겠지요. 무엇보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생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충분히 명작 반열에 올려놓아도 좋다고 봅니다. 사람이 로봇과 다른 점은 대체 무엇인가? 또한 로봇은 어떻게 해야 사람과 비슷해 질 수 있는가? 나아가, 나에게 필요하면 사랑하고, 필요 없으면 혹은 저항하면 "그대로 폐기해 버리는 사고방식"은 자칫 위험할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복잡한 질문까지도 던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