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402

트랜스포터 (The Transporter, 2002) 리뷰

피곤한 일상을 잠깐 벗어나고 싶을 때, 시원스러운 액션 영화 만큼 좋은게 잘 없지요. 오래전 작품이지만, 트랜스포터도 상쾌한 질주감을 느낄 수 있는 박력있는 작품입니다. 전개가 빠른데다가, 1시간 30분 정도의 타임이기 때문에, 제이슨 스타뎀(프랭크 역)과 함께 다 덤벼! 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지요. 아무 생각도 필요하지 않으며, 아무 준비도 필요하지 않으며, 그냥 앉아서 악당들을 박살내는 원초적 즐거움을 느껴보도록 합시다! 원초적 즐거움 중에 하나는 역시 "빠름의 쾌감"이 아닐까 싶어요. 빠르고 시원스러운 모습은 호감의 대상이고, 우유부단 망설이는 모습은 약한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또한 굉장한 실력을 발휘하면서 문제를 척척 해결해 나가면, 존경심까지 드는데요. 주인공 프랭크 마틴은 철저한 준비와 ..

로마 위드 러브 (Rome with Love, 2012) 리뷰

아름다운 로마의 풍경과 훌륭한 음악들, 뛰어난 배우들의 멋진 연기와 다채로운 인생들까지. 로마 위드 러브는 "인생에 대한 반가운 속삭임" 같은 영화입니다. 감수성 풍만한 영화이고, 알 수 없는 인생을 유머스럽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저는 직감적으로 영화가 끝나고 생각했습니다. 여자분들이 더 좋아할테고, 나이가 들수록 좋아할만한 영화겠군! 일편단심 따뜻한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몇 배나 더 아슬아슬하고 묘한 동화 같은 이야기라 할 수 있으니까요. 이 독특한 느낌을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굳이 결론부터 정의하자면, 어차피 후회 없는 인생이 불가능하다면, 하고 싶은 것을 미루지 말고, 즐겁게 살아보자는 것입니다. 다양하고 개성 강한 인물들 중에, 누구에게 초점을 맞추는가에 따라서, 영화는 다양한 느..

어바웃 어 보이 (About A Boy, 2002) 리뷰

영화 어바웃 어 보이는 반쯤은 꼭 제 이야기 같았습니다. 극중 주인공 윌 프리먼과 가치관이 비슷하다는 의미 입니다. 백수생활을 예찬하고, 결혼생활을 비극적으로 보는 시선이 특히 그랬습니다. 물론 안타깝게도(?) 저는 물려받은 유산이 없으므로, 고단한 밥벌이에 힘든 일상을 보내야 했지만, 어딘가에 구속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인생이라면 참 행복하다고 오래도록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저는 윌 프리먼과 똑같은 OTL 자세로 쓰러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인가 이상해도 한참 이상했습니다. 도대체 왜? 20대 청춘시절에는, 저도 꽤 욕망적인 사람인지라, 돈을 벌어 갖고 싶던 TV를 사고, 각종 CD들을 차곡차곡 모으기도 했고, 책도 예쁘게 진열해놓고, 음... 보기만..

디 아워스 (The Hours, 2002) 리뷰

빌리 엘리오트,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 등 인상적인 영화를 만들어 온 스티븐 달드리 감독. 그의 섬세한 수작 영화로는 디 아워스도 있습니다. 세 여인을 통해서, 삶의 행복과 무게에 관하여, 질문을 던지듯이 말을 건네고 있는 작품입니다. 오늘 하루의 일상이란, 평생토록 기억될 최고의 순간일 수도 있으며, 어떻게 해서든지 탈출하고 싶은 괴로운 감옥 같은 날일 수 있습니다. 영화 디 아워스의 매력은 자신이 이제껏 겪어왔던 시간들에 따라서 내용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체적으로는 무거운 감성이 있지만, 제게는 매우 소중한 이야기가 되어주었던 고마운 작품입니다. 특히 삶을 피하기만 해서는 평온을 찾을 수 없다는 대사는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힘이 있습니다.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자세, 그래서 ..

브리짓 존스의 일기 (Bridget Jones's Diary, 2001) 리뷰

대략 십몇년전,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처음 보았을 때, 물론 내용이 참으로 유쾌하면서도, 싱글로 나이들면 정말 저렇게 되는걸까? 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세월은 정말 빠른 속도로 흘러서, 십몇년이 지나서, 30대에 이 영화를 다시 보니, 놀랍게도, 더욱 재밌으면서도, 공감이 팍팍 되기 시작합니다. 이걸 기뻐해야할지, 아니면 슬퍼해야할지... 우중충한 하루를 보내다가, 친구들의 결혼 소식이 들려오면, 어쩐지 마냥 반갑지만 않고, 얇은 지갑을 쳐다보게 된다면, 기분전환 겸, 브리짓 존스의 일기 권할 수 있습니다 :) 조금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30대 싱글녀의 판타지가 이루어지는 달콤한 러브스토리 인데, 그 험난한 과정이 워낙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다보니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흐..

월플라워 (Perks Of Being A Wallflower, 2012) 리뷰

오랜 고민 중 하나는 "지치지 않는 무한한 열정" 입니다. 만약 이것을 가질 수만 있다면, 우리는 끝없는 발걸음으로, 많은 영감을 남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감정이란 한결 같지 않으며, 하루에도 여러번 오르막 내리막을 왔다 갔다 합니다. 특히나 과거의 기억에 발목 잡혀서, 지나간 일로 괴로워 할 때도 있습니다. 월플라워의 주인공 찰리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인해, 고통 받는 10대 시절을 보내고 있지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던 가혹한 경험은 찰리를 지치게 만듭니다. 사람을 사귀기가 두렵고, 말을 꺼내기도 두려운, 침묵의 청춘을 보내고 있는데, 그에게 변화가 찾아옵니다! 요정처럼 예쁜 샘과 다정한 남자 패트릭이, 그의 소중한 친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찰리는 드디어 학교 가는 시간이..

샤이닝 (The Shining, 1980) 리뷰

저는 사실 공포영화만큼은 잘 보지 못합니다. 심약한 사람이지요. 그런데 잭 니콜슨의 열연과, 스티븐 킹의 원작소설, 현대문명을 비판하는 시선의 스탠리 큐브릭 감독, IMDB 1980년 최고유명작, 세계가 절찬한 영화, 명성 높은 작품 샤이닝이었기에 용기 내어서 공포영화를 보게 되었지요. 심장 떨려서 고생했습니다. 하하. 영화를 보면서 저는 상당히 독특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사회비판 영화가 아닌가 생각되었을 정도지요. 가령 남자의 어깨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책임감이 주어져 있는데다가, 한 번 위험한 계약을 하게 되면 반드시 책임져야 하는 그 엄습하는 압박감, 아무도 도와주지 못한다는 단절감과 고립감, 그리고 그 속에서 서서히 미쳐가는 잭 토렌스의 광기. 정신줄 놓은 개인이 문제인가? 사회적 구조나 환경..

이프 온리 (If Only, 2004) 리뷰

따뜻한 감성 충만 영화라면, 이프 온리가 정말 좋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 복잡한 질문을 아주 명쾌하게 정리해 주기 때문입니다. 키워드 형식으로 표현하면, "적극적으로!", "바로 지금!", "완벽한 하루를 만들라!" 입니다. 오늘 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생각하고 살아보라는 것은 현명한 교훈이지만, 실제로는 실감하기 어렵기 때문에, 별로 와닿지 않는 뜬구름 잡는 소리 같기도 합니다. 늘 바쁜 남자, 잘 나가는 남자 이안은 오늘도 바쁘고, 서둘러야 할 것이 많습니다. 숨가쁜 현실 앞에서 낭만적인 하루 따위를 상상하기는 이미 끝장났고, 어떻게 하면 실망한 그녀의 마음을 맞춰줄 수 있을까 라고 뒷처리를 끙끙대는, 연애에 지친 남자 입니다. 영화 내내 웃음소리가 사랑스럽게 들리는..

투 브라더스 (Two Brothers, 2004) 리뷰

동물을 사랑한다면, 고양이과를 좋아한다면, 강력 추천 투 브라더스 입니다. 사람에 대한 실망감으로, 마음이 무너져 내릴 때, 힐링 무비 투 브라더스 권합니다. 호랑이 가족이 보여주는 따뜻한 모습에 저절로 위로 받을 수 있을테니까요. 요즘 누군가가 재치 있게 표현한 이런 댓글이 큰 공감을 얻고 있더군요. "매일 매일이 충격과 공포다, 황당한 멘붕 대한민국." 짐승만도 못한 일부의 패륜적 인간들이 쉬지 않고 등장하고 있으니, 그들 마음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어쨌든 저는 사람이야말로 서로 아끼고 보듬어가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래 살아야 100년을 넘기기 어렵고, 아무리 많이 가져도 하루에 먹을 수 있는 것은 몇 끼 안 되며, 심지어 수만권의 책이 있다한들 집중해서 볼 수..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I've Loved You So Long, 2008) 리뷰

프랑스의 대표적인 작가 중 한 명인 필립 클로델이, 이제 영화 감독도 하게 되었습니다. 문학교수로 활동하다가, 영화광이다보니, 꼭 영화를 한 번 제대로 찍어보고 싶었나 봅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영화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솔직히 저는 보기 전부터 조금 걱정이 있었습니다. 한국 감성과, 미국 감성, 그리고 유럽 감성은 상당히 느낌이 다릅니다. 극의 분위기부터, 음악까지, 여러 면에서 이질적인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는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포스터만큼이나 강렬합니다. 이렇게 표현하면 좋겠네요. "느리고 섬세하지만, 사랑이라는 압도적 무게감이 영화를 흔든다" 입니다. 사랑하는 아이를 잃었을 때 보여주는 "엄청난 절규"와는 다릅니다. 이 작품은 사랑 없이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