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402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2013) 리뷰

영화 화이를 보았습니다. 잔상이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놓고, 절친한 동생녀석과 장시간 토론을 펼쳤습니다. 덕분에 이번 리뷰는 색다르게 써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가장 일반적인 시점인 주인공 화이의 관점에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화이는 다섯 명의 아버지에 의해서 키워진 인간 입니다. 아빠가 다섯? 하여간, 화이에겐 현실이 조금 이상하긴 해도,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려는 모습이 재밌습니다. 고교생이 된 화이는 큰 거부감 없이 삶을 받아들여 갔고, 다섯 명 아버지의 애정을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화이의 삶을 외부적 관점에서 행복이라 부르긴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그 나름대로는 즐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총쏘는 실력은 엄청나고, 운전기술은 가히 환상적입니다. 다만, 말..

도둑들 (The Thieves, 2012) 리뷰

시원하고 눈이 즐거운 액션 영화 도둑들에 대하여 리뷰를 남겨볼까 합니다. 물론, 아니! 신나는 오락영화에 굳이 리뷰를 쓸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서도, 느낀 바를 적나라하게 표현한다면, 꽤나 달콤한 리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엄청나게 비싼, 수백억이 나가는 다이아몬드 하나를 놓고서, 잘 나가는 도둑들이 펼치는 이야기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데다가, 무지막하게 강력한 악역의 존재감, 또 팀내에서도 서로 간의 불신과 회복이 절묘하게 들어가 있어서, 즐기는 영화로서는 그야말로 충분히 A급 파괴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천만 관객을 넘긴 영화이기도 하고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비싼 물건은 쉽게 얻어지지 않습니다. 수백억 짜리 다이아몬드의 소재지가 파악된다고 해도, 이걸 턴다는 건, ..

지구를 지켜라 (Save The Green Planet, 2003) 리뷰

리뷰 쓰기 곤란한 작품을 만났습니다! 지구를 지켜라 입니다! 인상적인 작품이라 그동안 여러 번 봤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코믹하고 유쾌한 면이 보였고, 두 번째 볼 때는 인간들의 못난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올해에 다시 보면서, 마침내 소수자로서 자신만의 길을 간다는 게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겉으로 보면 저는 눈꼽만큼도 성장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지만, (키와 체중은 거의 똑같으니까요! 외모는 조금 늙어갑니다만...) 10년이라는 세월은 그나마 세상을 보는 눈을 조금 열어주었나 봅니다. 저는 요즘의 모습이 훨씬 좋습니다. 나이든다는 것은, 상상만큼 나쁜 면만 있는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자 어쨌든. 영화 지구를 지켜라는 상당히 이색적인 작품입니다. 외계인이 등장한다는 것에서 SF 장르..

끝나지 않은 삶 (An Unfinished Life, 2005) 리뷰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작 영화, 끝나지 않은 삶에 관하여 고찰형 리뷰에 도전해 봅니다. 살아가다보면 견디기 어려울만큼 힘들 때가 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류머티즘으로 인해 양쪽 발목 부위를 절개하는 수술을 했었습니다. 굉장히 어릴 때라 잘 기억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아흔에 가까운 할머니께선, 그 때의 장면들을 수십년이 지났어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할머니 입장에서는, 손자의 고통을 바라보는 행위가 인생에서 견디기 어려웠던 부조리한 순간이었다고 회상되겠지요. 아주 힘겨웠던 순간은 그렇게 강하게 기억 속에 자리 잡아서, 삶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저는 할머니의 각별한 관심을 받았기에, 그 따뜻한 마음만큼은 여전히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영화 끝나지 않은 삶은, 이처럼 인생에..

광해, 왕이 된 남자 (Masquerade, 2012) 리뷰

2012년 최고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영화 광해를 보았습니다. 지위가 점점 올라갈수록 책임도 함께 따르는 법이지요. 따라서 "권력을 휘두른다는 것"을 바라볼 때, 남용되는 측면은 없는지, 또 누가 희생될 수 있는지를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잠시 강상중 교수님의 표현을 빌려와본다면 "국가 지도자의 결단은 만일 전쟁으로 이어질 경우 막대한 희생자를 내기 마련이므로, 그 영향은 가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대하다. 따라서 우리는 늘 그들의 결단을 엄정한 눈으로 점검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개개인이 가진 엄정한 눈이란 그토록 소중한 것입니다. 배우 류승룡이 열연한 "허균"은 상당히 파격적인 주장을 한 바 있습니다. 이하 허균이 주장한 호민론 입니다. 신영복 선생님께서 해설해주신 것을 옮겨봅니다...

머니볼 (Moneyball, 2011) 리뷰

다르게 생각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강자가 우대받고, 약자가 천대받는 게 아주 당연하게 다루어지는 세계에서, 소수 집단이 거대한 세력과 싸운다는 건, 고대의 다윗과 골리앗 같은 일입니다. 여기 그런 남자가 한 명 있습니다. 가난한 야구단의 단장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빌리 빈 입니다. 스포츠의 세계란, 예전부터 "자본주의의 미래를 묘사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각 선수마다 몸값이 정해져있고, 일류 선수는 아주 호화로운 생활을 보장받으며, 실력이 떨어지는 경우라면 혹은 다치기라도 한다면 아예 경기장에서 퇴출되어 버리니까요. 더욱 더 파고들어간다면, 결국 부자구단이 승리하는 구조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야구로 예를 들면, 뉴욕 양키스, 요미우리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등이 하위권에 ..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奇跡, 2011) 리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라고 바랄 때가 있습니다. 오늘날은 돈이 압도적으로 추앙받고 있다보니, 로또 1등 같은 기적을 바랄지도 모르겠네요. 여하튼, 우리는 저마다 바라는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 영화는 그런 희망사항들을 담백하게 표현하고 있고, 무엇보다 그 희망을 이루기 위해서 함께 움직이는 발걸음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일상 속에서, 얼마든지 기적을 향해서 걸어갈 수 있다고 노래하고 있는 찬가 랄까요. 저도 바라는 기적이 있습니다. 이건 좀 욕심인데, 매일 매일을 감탄하면서 맞이하고, 두려워 하지 말고 더 적극적인 선택을 할 수 있기를 꽤나 바랍니다. 그랬기에,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서 큰 용기와 위로를 얻을 수 있었는데요. 작중에서, 꼬마 아이들이 용기 있게, 과감한 선택..

빌리 엘리어트 (Billy Elliot, 2000) 리뷰

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잘 만든 명작이다보니,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국가가 사회공동체를 어떻게 무너뜨리고 지위를 유지하는가로 바라볼 수 있고, 소년이 힘든 환경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에 감격할 수 있으며, 또한 아버지가 자식을 사랑하는 그 절절한 마음에 눈물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독특한(?) 리뷰를 써보고 싶은 저는, 우선 주인공 빌리의 "춤사랑"이라는 테마로 접근을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몰입의 즐거움으로 잘 알려져 있는 칙센트미하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즐거움은 지루함과 불안 사이의 경계에서, 즉 행동 능력과 눈앞의 장애물이 서로 균형이 맞을 때 찾아온다." 제가 정말 사랑하는 표현 중에 하나 입니다. 그리고 이른바 몰입상태에 빠져들게 되면, 그 때부터는 시간에 대..

영화 렛미인 (Let The Right One In, 2008) 리뷰

마음을 파고 들어오는 호러 로맨스 영화 렛미인! 강렬한 연출력으로 인해, 인상적인 대목이 많기에, 리뷰를 참 신나게 쓸 수 있었습니다. 소년 오스칼, 뱀파이어 소녀 이엘리, 완전히 다른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존재가, 과연 만남을 가지고,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요? 또한, "당신이 존재하기에" 고통스러운 현실을 버텨나가는 힘이 되어준다는 점도 너무 좋았습니다. 삶이 초라하고 심지어 무의미하게 느껴지던 그 순간, 소년과 소녀는 운명처럼 만났고, 함께 하는 법을 배우고, 존재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웁니다. 스웨덴 영화다 보니, 기존의 익숙하던 할리우드 외화와는 전개와 분위기가 굉장히 다릅니다. 긴장감과 박진감 대신에, 촉촉하게 다가와 감성을 두드리는 느낌이 아주 상큼합니다. 주류가 되지 못한 이들의 치명적 고..

다빈치 코드 (The Da Vinci Code, 2006) 리뷰

국내뿐만 아니라 거의 세계적으로, "종교계에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영화"로 잘 알려진 다빈치 코드를 최근에야 봤습니다. 그리고 저는 당장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니 이렇게 재밌는 스릴러 영화였다니, 좋잖아!!! 어째서 이게 반종교 영화인거지?" 오히려 영화 중반에 나오는 한 대목, 예수라는 존재가 등장해서 "유일신과 사랑"을 설파하고 다닌지 불과 3세기 만에, 크리스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라는 대목은 아찔한 정도입니다. 왜냐하면 예수의 이야기들은 초창기에 정말로 인기가 없어서, 예수가 이야기를 설파하기 시작하자 대부분 사람들이 다 떠나가버릴 정도 였다고, 성서에 나와있으니까요. 그렇게나 외면받던 예수라지만, 오늘날까지도 그를 좇는 사람이 참 많고요. (혹여 오해가 있으시면 안 되니까 미리 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