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병의 재발은 훨씬 위험하고 가혹한 것이었다. 두 번째로 찾아온 조울병은, 누군가 나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약을 끊고 난 뒤, 불현듯 찾아온 몹쓸 생각이었다. 꽤 먼 곳의 도서관까지 여행처럼 잘 다녀오는 길이었다. 그런데 풍경이 갑자기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여기까지는 컨트롤이 되었다. "그럴 수 있어. 하지만 나는 이 멋진 책을 빌렸잖아. 여기에 집중해" 그런데 이 버스가 나를 이상한 곳으로 데려다 줄 꺼 같았고, 그 불쾌한 감정에 시달리다가 금방 내리고 말았다. 그리고 아주 먼 거리를 걸었다. 걸어서 족히 3시간은 되는 거리였다. 거대한 도시의 자동차들이 하나같이 나를 칠 것만 같아서 겁이 났다. 최대한 인도쪽에 붙어서 뛰었다. 그리고 2시간쯤 걸었을 때부터는, 정신까지 탈진해 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