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ss the Storm of Bipolar 4

4장 눈물 속에서도 죽지 말고 살아가자.

조울병의 재발은 훨씬 위험하고 가혹한 것이었다. 두 번째로 찾아온 조울병은, 누군가 나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약을 끊고 난 뒤, 불현듯 찾아온 몹쓸 생각이었다. 꽤 먼 곳의 도서관까지 여행처럼 잘 다녀오는 길이었다. 그런데 풍경이 갑자기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여기까지는 컨트롤이 되었다. "그럴 수 있어. 하지만 나는 이 멋진 책을 빌렸잖아. 여기에 집중해" 그런데 이 버스가 나를 이상한 곳으로 데려다 줄 꺼 같았고, 그 불쾌한 감정에 시달리다가 금방 내리고 말았다. 그리고 아주 먼 거리를 걸었다. 걸어서 족히 3시간은 되는 거리였다. 거대한 도시의 자동차들이 하나같이 나를 칠 것만 같아서 겁이 났다. 최대한 인도쪽에 붙어서 뛰었다. 그리고 2시간쯤 걸었을 때부터는, 정신까지 탈진해 버..

3장. 내려오는 리듬에 몸을 기대어

불꽃 같은 에너지, 활활 넘치는 에너지가 서서히 꺼져가는게 느껴졌다. 그런 것이다. 속도가 200킬로미터가 넘는다는 아우토반 고속도로 라고 해도, 그 구간이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다. 그것은 삶 또한 마찬가지다. 2주 정도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나는 점차 활력을 잃어갔다. 혹시... 정신건강의학과 약 때문에 나는 이렇게? 누구나 마주할 법한 문제에 나 역시 부딪히고 말았다. 지금은 당연히 통찰 넘치게 그래프까지 그려가면서 말할 수 있다. "왼손은 거들 뿐!" (아, 이건 만화대사고 참...) "약은 우리를 도울 뿐!" 관해라는 표현이 있다. 훨씬 안정되고 좋아진 상황을 말한다. 완벽히 나아버렸어요. 라는 말은 일단 나에게는 어울리진 않는다. 지금은 명백히 안다. 조울증의 폭풍우는 일단 한 번 ..

2장. 세상이 나를 감시한다고 느낄 때

세상이 내게 말을 건넨다는 뜻은, 가끔 마음 아픈 일이다. 어떤 사람은 어느 날 십자가를 보고, 마음이 끌려서,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교회를 한 번 가봤다가, 예수님을 믿는 장로교회의 깊은 신앙인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영화 같은 이야기와는 먼 반대였다. 버스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는데, 거리의 큰 간판이 나를 쳐다보며 웃고 있는 것 같았다. 힘내, 넌 잘 할 수 있어.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 흥분들은 어찌나 강렬하게 현실감각으로 다가왔는지, 얼굴마저 새빨개질 정도였다. 그래, 나는 뭔가 멋진 일을 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은 황홀한 도취를 선사하는 법. 집으로 돌아와서 방을 바라 보았다. 내가 왜 이런 게임기를 하고 있는걸까 생각되었다. 당시 꽤나 돈을 들여서 샀던 닌텐도Wi..

1장. 나는 시간여행자가 되었다

(가칭 프로젝트) 조울의 폭풍우를 지나서 살아남기 1장. 나는 시간여행자가 되었다 내가 시간여행자가 되었군.다른 세상을 볼 수 있게 되다니. 그 눈뜸의 시간을, 나는 지금도 선명히 기억한다.이상한 세계로의 진입. 매일 영화를 챙겨볼 만큼 상상력을 즐기던 나에게, 꿈만 같은 일이 펼쳐졌다.10년 전, 2015년. 어머니는 비교적 이른 치매 진단을 받으셨고, 나는 병을 돌보느라 많은 것을 포기한 채 삶을 견뎠다. 그때부터 의사 선생님들의 책을 가까이 두고 읽기 시작했고, 그들의 조언대로 ‘보호자의 삶도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지키려 애썼다. 틈이 나면 영화를 보며 내 마음을 위로했다. 라는 영화를 보며, “이 세계에 나만 고통스러운 게 아니구나.”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