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 853

암살 (Assassination, 2015) 리뷰

1933년 일제강점기 한복판으로 시간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습니다. 다양한 인간상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친일파를 보고 있자니, 그 기회주의적이고 비굴한 모습에 황당하기까지 했습니다. 극은 시작부터 친일파 강인국이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가족을 등져버리는 잔혹한 모습으로 막을 엽니다. 강인국에게는 두 딸이 있었는데, 한 명은 소중스럽게 길러서 일본 이름을 가진 미츠코양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딸은 그대로 실종. 훗날 독립군이 되어서 나타나지요. 그리하여, 1930년대 부잣집 딸로 귀하게 커온 미츠코는 일본군 장교와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의 현실에 대하여, 친일파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기에 이릅니다. 비록 영화 전체에 비한다면 참 짧은 장면이었지만, 사람은 어떻게 커오느냐가 참 ..

영화 마돈나 (Madonna, 2014) 리뷰

영화를 보면서 오래도록 고민하던 부분이 딱 하고 등장하면 마치 계시를 받은 듯 놀랄 때가 있습니다. 제게는 영화 마돈나가 그런 소중한 영화 였습니다. 명대사 하나가 지금껏 내가 느껴왔던 사실을 애써 재확인 시켜주는구나 싶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사랑받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사랑하기가 안 되는거야..." 오랜 고민의 해답을 찾아냈습니다. 왜 나의 사랑하는 벗들이 저마다 방황했는지, 또 포기해 버렸는지, 이제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아무쪼록, 우리는 꼭 사랑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서로를 아껴주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영화는 무척 슬프고, 무겁고, 아프고, 보기에 불편합니다. 그래서 사실은 힘이 있습니다. 세상을 다르게 보고, 생각하게 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자, 잘 봐둬, 아무 것도 ..

아메리칸 허슬 (American Hustle, 2013) 리뷰

대형 포탈사이트 네이버에는 무료영화관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시기마다 뜻밖이다 싶을 정도로 괜찮은 작품들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어요. 아메리칸 허슬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어찌나 유쾌하고 발랄한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조마조마 하면서 즐길 수 있었던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사기꾼들이 모여서, 큰 놈 하나를 노려보겠다는 이야기 인데, 워낙 통 큰 인물들이 많아서 오히려 악당들이 벌벌 떨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등장인물들은 또 하나 같이 매력이 있어서 마냥 미워할 수가 없습니다. 가령 주연 어빙의 아내 로잘린(제니퍼 로렌스 분)은 그 막무가내와 독특한 성격을 너무 잘 그려내서 등장할 때마다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가련하기도 합니다. 영화는 어빙이라는 배불뚝이 남자가, 시드니라는 묘한 매력의 여인을 만..

매트릭스 2 - 리로디드 (The Matrix Reloaded, 2003) 리뷰

매트릭스 2편은 딱 중간에 있는 작품입니다. 1편에 비해서는 확실히 액션의 증가, 스케일의 증가가 눈에 띕니다. 그런데 영화는 도중에서 딱 끊어지면서, 3편을 꼭 보게끔 관객을 이끕니다. 그래서 2편을 보면서는 여러가지 의문점을 가질 수 있겠습니다. 가령, 왜 네오만 특별한 존재로 대우받으며, 하늘까지 날아다닐 수 있는 것인지, 또는 스미스 요원은 마음껏 자기복제가 가능한 것인지, 매트릭스 2 리로디드는 화려한 액션으로 우리에게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묻고 있는 듯 합니다. 결국 숙명처럼 우리는 누군가를 믿거나, 무엇인가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존재라고. 프로그래밍된 세계가 등장합니다. 예언자 오라클 아주머니를 만나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사탕을 건네주자,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마치 심리학의 여..

런던을 속삭여 줄게 리뷰

런던을 속삭여 줄게 - 참 오래 두고, 가까이 하면서 읽었던 즐거운 친구 같은 책입니다. 저자가 런던을 여행하면서, 메모하고 느끼고 읽고 썼던 이야기 입니다. 가령 웨스트민스터 사원 앞에서 이런 굉장한 글을 썼습니다. 움찔하면서 하는 일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저력이 대단합니다. 함께 읽어보지요. "나에게는 사원의 무덤들 역시 끝을 알 수 없는 한 고장이고 멈추지 않는 탐험을 계속해야 할 지평선만 같았다. 이 무덤의 주인공들은 대체로 거의 절대적인 자기만의 열정 속에서 인생을 살아갔고, 인생을 소모했고, 탕진했고 열정에 아예 인생을 갖다 바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그들은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이 판타지의 주인공으로 삼을 만한 사람들이다. 우리 시대는 열정 따위는 죽이고 주변 사람..

리뷰[Review]/책 2016.09.23

스틸 앨리스 (Still Alice, 2014) 리뷰

한 아마존 리뷰어가 이렇게 평했습니다. "해피 엔딩이 기다리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족 중 난치병이나 중병을 앓는 분에게 힘든 작품이지만, 그래도 나는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은 틀림 없었습니다. 스틸 앨리스를 보고 나서, 어딘가 마음이 공허해지고, 마음이 너무나 슬퍼졌습니다. 제 어머님은 심한 조울병을 앓고 있고, 지적 장애 판정을 받았으며, 영화 속 어머니 앨리스와 겹쳐 보일 때가 있었습니다. 예컨대, 우리 가정에는 이제 1주일에 2회씩 사회복지사의 방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도 이와 똑같은 장면이 마지막에 등장합니다. 복지사의 도움이 있어야 삶의 질이 유지될 수 있는 단계. 아... 그럼에도 과연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했습니다. 이번 추석에 어머님은 마치 조..

숨결이 바람 될 때 리뷰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 여섯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곧 서른 여섯이 됩니다만... 우선 슬플 것 같았고, 둘째로 우울해서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 와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기력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암을 맞이한다는 것은 그토록 무섭고 괴로운 일이 아닐까요? 그런데 저자 폴 칼라티니 의사는 다른 방식으로도 생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그 삶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내가 비록 암일지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복귀해 보겠어, 진통제를 먹어가면서라도! 그 강인한 영혼의 힘이 많이 부러웠고, 참 배울 게 많은 사람이구나를 생각했습니다. 이 책에서 매우 인상적인 대목을 하나 꼽는다면, 언어 기능이 파괴된 환자를 설명하는 대목입..

리뷰[Review]/책 2016.09.18

잭 리처 (Jack Reacher, 2012) 리뷰

심야에 참 재밌는 영화를 보게 되어 기뻤습니다. 영화 잭 리처 이야기 입니다. 주인공 잭 리처(톰 크루즈 분)의 심판이자, 복수극을 유려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극중에서 잭 리처는 거처도 없이, 그저 떠돌아 다니는 노숙인으로 묘사되는데요. 정작 그렇기 때문에, 유능하고 멋지며, 자유로울 수 있다는 묘사가 매우 인상적이었네요. 저는 이 무렵 봉준호 감독의 괴물 영화를 시청했는데, 거기서도 한 노숙인이 등장하면서 자유롭게 제멋대로 활동하곤 했지요. 어디에도 속박되어 있지 않는 사람, 그가 바로 노숙인일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여주인공 헬렌(로자먼드 파이크 분)이 매력적으로 등장하는 것도 영화의 멋진 감상 포인트 입니다. 다부지고, 지적이며, 멋있게 사건 현장 속으로 파고들어 가는 변호사! 그는 잭..

괴물 (The Host, 2006) 리뷰

처음에는 사람이 만든 괴물이었습니다. 그렇게 한강에 출몰한 괴물은 평화롭던 가족의 일상을 집어삼켜 버렸습니다. 천만 관객의 명품 영화 괴물을 EBS에서 특선으로 해주길래,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정말 재밌고 흥미롭고 마음 아픕니다. 분명 극장에서 봤을 때는 영화 후반부 거대한 괴물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리는 명장면이 참 멋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TV로 보니까, 강두(송강호 역)가 정신분열병으로 판정 받는 장면이 가히 압권이었습니다. 이 전두엽에 바이러스가 있어야만 해! 그렇게 정보는 왜곡되고, 사람들을 떨게 만듭니다. 기침 하나에 주변 사람들을 불신하고 경계하는 현대사회, 그리고 통제되는 뉴스, 그 맞은 편에서 강두를 풀어주라고 항의하는 멋진 사람들. 영화는 참 많은 것을 우리에게 고..

밀정 (The Age of Shadows, 2016) 리뷰

영화 밀정을 보고 나니 한 가지 질문이 떠다니며 저를 괴롭혔습니다. 내가 불과 백여년 전에 태어났더라면, 그래서 온몸으로 일제강점기를 맞이했노라면, 나는 어떤 비겁한 선택을 했었을까... 영화에서는 데라우치 총독의 선언이 당시의 시대상황을 잔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선인은 이제 일본인에게 복종하든가, 죽든가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를 할 수 밖에 없어" 이 말을 역으로 해석한다면, 일본에게 지금 저항하고 있는 의열단원은 죽음을 각오하고, 죽음 정도는 이미 내놓으며, 필사의 각오로 일제에 저항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나는 정말로 오늘을 치열하게 살고 있는가? 밀정은 그래서 참 고급스러운 영화였고, 시대를 건너뛰어서 울림을 전해주는 영화였습니다. 미래가 당장 눈에 잡힐듯이 보이지도 않지만, 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