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 997

매트릭스 2 - 리로디드 (The Matrix Reloaded, 2003) 리뷰

매트릭스 2편은 딱 중간에 있는 작품입니다. 1편에 비해서는 확실히 액션의 증가, 스케일의 증가가 눈에 띕니다. 그런데 영화는 도중에서 딱 끊어지면서, 3편을 꼭 보게끔 관객을 이끕니다. 그래서 2편을 보면서는 여러가지 의문점을 가질 수 있겠습니다. 가령, 왜 네오만 특별한 존재로 대우받으며, 하늘까지 날아다닐 수 있는 것인지, 또는 스미스 요원은 마음껏 자기복제가 가능한 것인지, 매트릭스 2 리로디드는 화려한 액션으로 우리에게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묻고 있는 듯 합니다. 결국 숙명처럼 우리는 누군가를 믿거나, 무엇인가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존재라고. 프로그래밍된 세계가 등장합니다. 예언자 오라클 아주머니를 만나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사탕을 건네주자,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마치 심리학의 여..

런던을 속삭여 줄게 리뷰

런던을 속삭여 줄게 - 참 오래 두고, 가까이 하면서 읽었던 즐거운 친구 같은 책입니다. 저자가 런던을 여행하면서, 메모하고 느끼고 읽고 썼던 이야기 입니다. 가령 웨스트민스터 사원 앞에서 이런 굉장한 글을 썼습니다. 움찔하면서 하는 일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저력이 대단합니다. 함께 읽어보지요. "나에게는 사원의 무덤들 역시 끝을 알 수 없는 한 고장이고 멈추지 않는 탐험을 계속해야 할 지평선만 같았다. 이 무덤의 주인공들은 대체로 거의 절대적인 자기만의 열정 속에서 인생을 살아갔고, 인생을 소모했고, 탕진했고 열정에 아예 인생을 갖다 바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그들은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이 판타지의 주인공으로 삼을 만한 사람들이다. 우리 시대는 열정 따위는 죽이고 주변 사람..

리뷰[Review]/책 2016.09.23

스틸 앨리스 (Still Alice, 2014) 리뷰

한 아마존 리뷰어가 이렇게 평했습니다. "해피 엔딩이 기다리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족 중 난치병이나 중병을 앓는 분에게 힘든 작품이지만, 그래도 나는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은 틀림 없었습니다. 스틸 앨리스를 보고 나서, 어딘가 마음이 공허해지고, 마음이 너무나 슬퍼졌습니다. 제 어머님은 심한 조울병을 앓고 있고, 지적 장애 판정을 받았으며, 영화 속 어머니 앨리스와 겹쳐 보일 때가 있었습니다. 예컨대, 우리 가정에는 이제 1주일에 2회씩 사회복지사의 방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도 이와 똑같은 장면이 마지막에 등장합니다. 복지사의 도움이 있어야 삶의 질이 유지될 수 있는 단계. 아... 그럼에도 과연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했습니다. 이번 추석에 어머님은 마치 조..

숨결이 바람 될 때 리뷰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 여섯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곧 서른 여섯이 됩니다만... 우선 슬플 것 같았고, 둘째로 우울해서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 와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기력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암을 맞이한다는 것은 그토록 무섭고 괴로운 일이 아닐까요? 그런데 저자 폴 칼라티니 의사는 다른 방식으로도 생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그 삶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내가 비록 암일지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복귀해 보겠어, 진통제를 먹어가면서라도! 그 강인한 영혼의 힘이 많이 부러웠고, 참 배울 게 많은 사람이구나를 생각했습니다. 이 책에서 매우 인상적인 대목을 하나 꼽는다면, 언어 기능이 파괴된 환자를 설명하는 대목입..

리뷰[Review]/책 2016.09.18

잭 리처 (Jack Reacher, 2012) 리뷰

심야에 참 재밌는 영화를 보게 되어 기뻤습니다. 영화 잭 리처 이야기 입니다. 주인공 잭 리처(톰 크루즈 분)의 심판이자, 복수극을 유려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극중에서 잭 리처는 거처도 없이, 그저 떠돌아 다니는 노숙인으로 묘사되는데요. 정작 그렇기 때문에, 유능하고 멋지며, 자유로울 수 있다는 묘사가 매우 인상적이었네요. 저는 이 무렵 봉준호 감독의 괴물 영화를 시청했는데, 거기서도 한 노숙인이 등장하면서 자유롭게 제멋대로 활동하곤 했지요. 어디에도 속박되어 있지 않는 사람, 그가 바로 노숙인일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여주인공 헬렌(로자먼드 파이크 분)이 매력적으로 등장하는 것도 영화의 멋진 감상 포인트 입니다. 다부지고, 지적이며, 멋있게 사건 현장 속으로 파고들어 가는 변호사! 그는 잭..

괴물 (The Host, 2006) 리뷰

처음에는 사람이 만든 괴물이었습니다. 그렇게 한강에 출몰한 괴물은 평화롭던 가족의 일상을 집어삼켜 버렸습니다. 천만 관객의 명품 영화 괴물을 EBS에서 특선으로 해주길래,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정말 재밌고 흥미롭고 마음 아픕니다. 분명 극장에서 봤을 때는 영화 후반부 거대한 괴물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리는 명장면이 참 멋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TV로 보니까, 강두(송강호 역)가 정신분열병으로 판정 받는 장면이 가히 압권이었습니다. 이 전두엽에 바이러스가 있어야만 해! 그렇게 정보는 왜곡되고, 사람들을 떨게 만듭니다. 기침 하나에 주변 사람들을 불신하고 경계하는 현대사회, 그리고 통제되는 뉴스, 그 맞은 편에서 강두를 풀어주라고 항의하는 멋진 사람들. 영화는 참 많은 것을 우리에게 고..

밀정 (The Age of Shadows, 2016) 리뷰

영화 밀정을 보고 나니 한 가지 질문이 떠다니며 저를 괴롭혔습니다. 내가 불과 백여년 전에 태어났더라면, 그래서 온몸으로 일제강점기를 맞이했노라면, 나는 어떤 비겁한 선택을 했었을까... 영화에서는 데라우치 총독의 선언이 당시의 시대상황을 잔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선인은 이제 일본인에게 복종하든가, 죽든가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를 할 수 밖에 없어" 이 말을 역으로 해석한다면, 일본에게 지금 저항하고 있는 의열단원은 죽음을 각오하고, 죽음 정도는 이미 내놓으며, 필사의 각오로 일제에 저항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나는 정말로 오늘을 치열하게 살고 있는가? 밀정은 그래서 참 고급스러운 영화였고, 시대를 건너뛰어서 울림을 전해주는 영화였습니다. 미래가 당장 눈에 잡힐듯이 보이지도 않지만, 그래서..

그랑블루 (The Big Blue, 1988) 리뷰

바다가 얼마나 아름답고 다양한 색인지를 환상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덤으로 돌고래들의 미소 짓는 표정도 참 귀엽고 재치 있었네요. 영화 그랑블루를 통해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생각하기에 좋았습니다. 보통은 이 질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니까...가 단골로 나오곤 하지요. 하지만 얼마든지 다른 대답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오던 나의 일부가 되어버린 존재! 그것과 함께 나이듦이라면, 사람은 환하게 미소지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 자크가 돌고래 한 마리와 함께 밤새 바다에서 뛰어노는 장면에서, 저는 그 책 어린 왕자를 떠올려 봅니다. 한 송이의 장미로도 인간은 행복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 마리의 돌고래가 우리를 행복으로 안내할 수 있다는 것이 실로 경이롭습니다. ..

영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Alice in Wonderland, 2010) 리뷰

아! 감탄사로 리뷰의 문을 열고 싶습니다. 저는 왜 이런 판타지 이야기가 참 좋을까요. 팀 버튼 감독의 매혹적인 영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는 우리를 상상력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권선징악의 이야기도 뻔하지만! 자유롭게 행동하겠다는 단호한 결의도 뻔하지만! 그렇지만 말이에요. 상처 입어도 힘껏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충분히 감동적입니다. "나는 내가 생각한 바를 실천해 옮기겠어!" 영화는 이 대사를 행동으로 고스란히 보여주는 19살 못 말리는 말괄량이 아가씨 앨리스의 고군분투 여행담을 그리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참 즐겁고, 좋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이 영화에 끌림을 느꼈을까요? 이 이상한 나라에는 숨겨진 친절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재자 붉은 여왕과 맞서서 살아가는 생물들이 저마..

영화 매트릭스 (The Matrix, 1999) 리뷰

드디어 저도 봤습니다! 왜 이런 명작을 이제서야 봤냐고요? 아껴두고, 아껴두면서, 리스트에 올려두었는데, 드디어 방송 시간대가 딱 들어맞았네요. 재밌음을 넘어서, 완전히 전율을 느꼈습니다. 2199년 디스토피아를 보는 것, 인간이 인공지능에 의해서 사육되고 있는 장면은 정말 압도적 한 컷과 같았습니다. 걸작 영화 매트릭스는 잘 알려져 있듯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 입니다. 파란약을 먹고 노예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갈 것인가? 빨간약을 먹고 현실을 제대로 보고, 현실과 맞서볼 것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직장인들이 돈을 버는 이유는 많은 경우 행복을 위해서 라고 합니다. 돈을 벌어서 꿈꿔왔던 바를 하나 둘 장만해 가는 것만큼 소박하고 커다란 행복이 어디 있을까요. ..